[기자수첩]쿠팡의 미국행이 韓 증시에 남긴 과제

국내 1호 유니콘 쿠팡…홍남기 부총리 "쾌거"
차등의결권이 국내 상장 포기 상당한 영향
韓증시 상장 매력 높여…투자자·기업 '윈-윈'
  • 등록 2021-02-16 오전 4:00:00

    수정 2021-02-16 오전 4:00:00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쿠팡 미국 증시 상장 추진, 한국 유니콘 기업의 쾌거”.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내 1호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기업인 쿠팡의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직상장을 축하하는 글을 올렸다. 경제 수장인 홍 부총리는 한국 기업이 전 세계적으로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의미에서 이런 글을 올렸겠지만, 국내 1호 유니콘 기업이 한국을 떠나 미국 증시 상장을 선택했다는 사실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김범석 쿠팡 의장이 미국 상장을 결정한 이유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슈퍼 주식’이라 불리는 차등의결권도 배경으로 꼽힌다. 차등의결권은 기업 창업자가 보유한 주식에 보통주보다 많은 의결권을 부여, 적대적 인수합병(M&A)의 위험을 줄이고 안정적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한 장치다. 김범석 의장의 보유 주식은 보통주의 29배에 달하는 차등의결권이 부여돼, 2% 지분만 확보해도 전체 58%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선 차등의결권이나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 등 경영권 방어 장치에 대한 재계의 지속적인 요구에도 불구하고, 특혜로 치부돼 도입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쿠팡이 누적 적자로 인해 한국에선 사실상 상장이 어려웠다는 분석도 있다. 결과적으로 상장 후 기업가치가 최대 500억 달러(약 55조원)에 달하는 쿠팡이란 IPO 최대어를 놓치게 된 셈이다.

국내 온라인쇼핑몰 쿠팡이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다. 쿠팡은 12일(현지시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를 통해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위한 신고서를 제출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신천동의 쿠팡 본사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거세게 불고 있는 공모주 청약 열풍에 대해 소액투자자의 청약 물량을 늘리는 등 투자자 관점에서 IPO개선안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유니콘기업을 우리 증시로 유입시킬 새로운 방안은 코스피시장도 코스닥과 마찬가지로 시가총액 만으로 상장 허용하는 경로를 열어준 정도다. 상장 문턱을 낮췄다고 볼 수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 우리 증시의 상장 매력이 올라갔다고는 보긴 어렵다.

개인투자자가 공모주 청약의 수혜를 입기 위해선 좋은 기업들이 우리 증시를 선택해야 한다. 미국은 물론 홍콩, 싱가포르, 중국 등 아시아 증시들도 경쟁적으로 차등의결권 등 도입하며 기업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금융당국 등 우리 정부도 쿠팡과 같은 한국 유니콘기업의 해외 상장을 축하만 하며 손을 놓고 있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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