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여당 대혼란, 누가 책임지나

  • 등록 2022-08-29 오전 8:34:10

    수정 2022-08-29 오전 8:40:11

[김한규 전 서울변호사회장] 지난 8월 9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주호영 의원을 임명하는 전국위원회 의결에 대해 법원이 국민의힘에 비상대책위원회를 설치하여야 할 별도의‘비상 상황’이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전제하에 무효라고 결정했다. 윤석열 정권 출범하자마자 불거진 이준석 당 대표를 둘러싼 갈등이 애써 봉합되자마자 좌초된 셈이다. 법원 결정에 따라 본안판결 확정시까지 주호영 비대위원장 직무는 정지됐고, 이 전 대표는 이미 지난달 7일 당원권 정지 6개월이라는 중징계가 내려진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정말로 ‘비상 상황’에 처해 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국민의힘 내부 갈등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대선 과정에서 이 전 대표는 여러 차례 선대위를 뛰쳐나갔다. 그때마다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는 지방까지 달려가 그를 달래서 당무에 복귀시켰다. 물론 이 전 대표도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정당에서 가장 중요한 이벤트인 대선 과정에서 보여준 당 대표의 돌출 행동에 윤 후보를 비롯한 측근들의 불만은 차곡차곡 쌓여만 갔을 것도 인지상정이다. 여기에 이 전 대표에게 불거진 성 상납 및 증거인멸 의혹은 그를 적대시하는 당내 세력에 지도체제 전환의 빌미를 제공했다.

어느 시절이나 권력투쟁은 있었다. 조선 시대에도 있었고, 정당 국가의 선구자인 영국에서도 비일비재했다. 권력투쟁 끝에 정적을 내몰더라도 대외적으로는 개혁을 위한 ‘명분’이 있었다. 우리 현대사에서 대통령 취임 초 가장 극적인 권력투쟁은 김영삼 정권에서 벌어졌다. 하나회 척결로 정치 군부 세력을 내몰았고, 공직자 재산 공개로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당내 유력 정치인들을 의원직에서 사퇴시켰다. 개혁을 위한 명분이 있었기에 국민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그런데 이번 국민의힘 당내 권력투쟁은 어떠한 대의가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외부에서 보기에는 이준석과 윤핵관이라 지칭된 세력 간의 갈등, 더 나아가 2024년 공천을 위한 권력투쟁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어쨌든 이 전 대표와 당내 핵심 세력 간에는 루비콘강을 건넌 것 같다. 당 중앙윤리위원회는 이 전 대표에 대해 성 접대 및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따른 품위유지의무 위반을 들어 중징계를 내렸고, 윤 대통령이 이 전 대표를 “내부 총질하는 당 대표”라고 지칭한 텔레그램 메시지가 유출되기도 했다. 이 전 대표 역시 SNS 등을 통해 반대 세력에 대해 맹렬한 공격을 퍼부었고, 심지어 법원에 제출한 탄원서에 윤 대통령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신군부에 비유하는 등 선을 확실히 넘었다. 그렇다면 집권당으로서 권력투쟁 마무리라도 잘했어야 했는데, 이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는 바람에 모양새만 완전히 구겨졌다.

역사적으로 보수당은 국가경영 능력에서 반대 당보다 앞선 이미지를 유권자들에게 전달하는 데 성공했는데, 이번 국민의힘 비대위 출범은 완전히 실패했다. 오죽하면 법원이 “일부 최고위원들이 당 대표 및 최고위원회의 등 국민의힘 지도체제 전환을 위해 비상 상황을 만들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며, 이는 지도체제 구성에 참여한 당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정당민주주의에 반한다”라고 판단했을까.

지금 언론이나 국민이 국민의힘을 비판하고 나선 것은 그들이 이 나라를 이끌 집권당이기 때문이다. 주변 강대국과 북한과의 긴장 속의 외교 문제, 지난 정권이 결정적으로 심판받게 된 부동산 문제, 수원 세 모녀 죽음에서 드러난 절대 빈곤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데도 판사 성향만을 꺼내어 반발하는 집권당의 현실이 답답하기만 하다.

이 사태를 초래한 이 전 대표는 사실상 당에서 퇴출됐다. 그렇다면 나머지 책임이 있는 당내 핵심 세력 중 누군가도 책임지는 모습이 나와야 한다. 모든 당직에서 사퇴하고, 차기 총선 불출마 선언이라도 해야 윤석열 정권 출범에 표를 던진 유권자에게 최소한의 면목이 서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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