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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정철우 기자] 정말 유쾌하고 당당하게 해냈다. 실력이 모자라 질 수는 있어도 더 이상 주눅들어 먼저 고개 숙이는 일은 없음을 보여줬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23일(이하 한국시간) 더반 모세스 마비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 남아공월드컵 B조 3차전 나이지리아(20위)와 경기서 2-2 무승부를 기록하며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사상 첫 원정 16강이라는 굵은 발자국을 아프리카 대륙에서 아로새겼다.
기적이 아니었다. 우리는 충분히 명예를 누릴 자격을 지닌 팀이었다. 어쩌면 이전에도 그 조건은 충분히 갖추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늘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가진 실력을 모두 끌어내보기도 전에 먼저 무릎을 꿇었기 때문이다.
어디까지 가보겠다는 다짐 보다 모든 경기를 즐겨보겠다는 의지가 엿보인 각오였다.
박주영은 "아르헨티나전서 실수를 했지만 다른 선수들이 그 실수를 만회해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줬다. 나도 그런 선수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5분, 가슴을 졸이게 만들던 나이지리아의 거센 공격도 튼실하게 막아냈다. 첫 원정 16강이라는 부담, 마치 시계가 멈춰져 있는 듯 한 가슴 터질 듯 한 공포도 잘 이겨냈다.
맘 처럼 몸이 움직이지 않는 마의 시간. 자신감이 없었다면 참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이제 다시 출발선에 섰다. 이제는 정말 유쾌한 승부가 남아 있다. 가슴 속 한켠에 남아있던 부담마저 모두 털어낼 수 있게 됐다. 대한민국의 또 다른 출발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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