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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빅블러]①유통사가 결제서비스, 핀테크는 보험 상담…금융 '경계 파괴' 바람

속도 내는 '금융 빅블러(Big Blur)'
IT·통신·유통기업이 함께 경쟁
금융권도 융·복합 서비스 잰걸음
  • 등록 2019-07-17 오전 6:00:00

    수정 2019-07-17 오전 6:13:35

(그래픽=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박종오 김범준 기자] 서울 강남에 사는 직장인 신모(34)씨는 요즘 편의점에서 물건을 살 때 SK텔레콤 자회사인 온라인 쇼핑몰 업체 11번가의 ‘SK 페이’를 사용한다. SK텔레콤 이용자인 신씨가 휴대전화에 내려받은 페이 앱(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의 바코드를 편의점 리더기에 갖다 대면 구매 금액 1000원당 50~100원을 할인받고 결제액은 나중에 통신비로 함께 청구되는 간편함 때문이다.

또 다른 직장인 박모(37)씨는 최근 간편 송금 서비스 제공 앱인 ‘토스’에서 보험 상담을 받았다. 토스에서는 신용정보원 인증만 거치면 자신이 가입한 보험의 보장 내용을 상세하게 비교·조회할 수 있다. 이를 계기로 그간 두껍고 복잡한 약관 때문에 방치했던 보험을 맞춤형으로 리모델링하자는 생각을 해서다.

변화의 속도가 느리고 보수적인 국내 금융권에 ‘빅블러(Big-Blur)’의 바람이 불고 있다. 블러는 ‘흐릿하고 모호해진다’는 의미로, 빅블러란 정보통신기술(ICT) 발달로 금융이 빅테크(초대형 IT기업)·유통·통신업 등과 결합하며 기존 금융업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현상을 가리킨다.

IT 기업으로 출발해 인터넷 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와 간편 결제 서비스 자회사 카카오페이를 통해 이른바 ‘임베디드 뱅킹’(일상생활 속 금융 서비스)의 선두주자로 나선 카카오가 대표적인 사례다. 카카오뱅크가 출범 2년 만인 최근 은행 계좌 개설자 수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카카오페이는 결제·송금은 물론 환전·보험 상품 구매·투자 등까지 휴대전화 앱 하나로 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갖추며 카카오를 손바닥 안의 종합 금융기업으로 발돋움시켰다.

간편 송금 서비스인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도 인터넷 은행을 거느리는 금융 지주회사로 탈바꿈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16일 카카오뱅크 등에 이은 제3의 인터넷 전문은행 신규 인가 방안을 발표하며 “ICT 기업뿐 아니라 인터넷과 디지털 특화 영업을 잘 할 수 있는 기업이라면 어디든 인터넷 은행의 경영 주체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비금융 회사에 은행 면허를 추가로 내줘 금융권 빅블러 현상에 불을 붙이겠다는 것이다.

금융사의 전문 영역으로 여겨졌던 결제와 예금·대출·보험 상품 판매 시장은 이미 신생 핀테크(디지털 기술을 결합한 금융 서비스) 기업과 통신·유통 기업 등이 함께 경쟁하는 장으로 바뀌고 있다. 국내 간편 결제 서비스는 50개, 시중에 선보였거나 선보일 예정인 대출 상품 비교 서비스 10종에 이른다.

변화를 꺼리던 금융권 내에도 기존 전업주의(은행 등 금융사가 고유의 업무만 할 수 있게 하는 것) 관행을 극복하려는 겸업 열풍이 확산하고 있다. 업권 간 칸막이를 없애 휴대전화 속 앱 하나로 여러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바일 복합 점포를 구축해 소비자를 잡지 않으면 빅블러 가속화 속에 금융 상품을 공급하는 단순 납품업자로 전락하리라는 위기감 때문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빅블러 현상은 기술 발전에 따라 글로벌 금융권에서 전반적으로 나타나는 추세”라며 “새로운 기술을 기존 제도가 쫓아가지 못해 규제의 공백이 생기거나 소비자 정보 유출 등의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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