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 눈]칠면조의 비극에 담긴 교훈

  • 등록 2020-04-08 오전 6:00:00

    수정 2020-04-08 오전 6:00:00

[이데일리 안승찬 기자] 똑똑한 칠면조가 있었다. 매일 아침 9시가 되면 농장 주인은 칠면조를 위해 맛있는 먹이를 주었다. 칠면조가 이 농장에 온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일어나는 일상이다. 날씨가 춥거나 따뜻하거나 흐리거나 맑거나 달라지지 않았다. 아침 9시가 되면 어김 없이 모이가 나왔다.

농장에서 1000일을 보낸 칠면조는 생각했다. 칠면조에 대한 인간의 배려는 확실한 통계적 일관성이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지난 1000일 동안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아침 9시가 되면 모이를 먹을 수 있는 일상이 지속될 것으로 확신했다.

과거 경험만 믿다가 결국 식탁 위 요리로

칠면조의 확신이 극에 달했던 1001일째인 추수감사절 전날, 칠면조의 믿음은 산산이 부서졌다. 한없이 친절하던 농장 주인은 돌변했다. 주인은 모이를 주는 대신 칠면조의 머리를 칼로 내리쳤다. 칠면조는 자신의 믿음이 송두리째 부서지는 충격을 맛보며 삶을 마감한다.

영국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의 유명한 칠면조 일화다. 칠면조의 믿음은 터무니없는 게 아니다. 과학적인 추론의 결과다. 지난 1000일의 데이터는 모두 ‘인간은 칠면조를 위해 존재한다’는 칠면조를 믿음을 강화시키는 것뿐이었다. 의심할만한 증거는 없었다.

<블랙스완>으로 유명한 레바논 출신의 경제학자 나심 탈레브는 러셀의 칠면조의 비극을 언급하면서 ‘증거의 부재(absence of evidence)’를 ‘부재의 증거(evidence of absence)’로 착각해 생긴 일이라고 지적한다. 지금까지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은 일이라고 해서, 그게 앞으로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는 점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도 예상치 못한 충격을 경험하고 있다. 갑자기 찾아온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삽시간에 전 세계로 퍼졌다. 129만명이 감염됐고, 7만명이 넘는 사람이 죽음을 맞았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도 코로나 바이러스에 무기력한 모습이다. 세계 경제는 바이러스에 마비됐다. 바이러스가 언제쯤 끝날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전례 없는 사태, 유연성이 가장 큰 미덕

어떻게 할 것인가. 인간은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과거의 경험을 근거로 판단할 수밖에 없고, 예상치 못한 사건은 언제든 벌어질 수 있지만, 우리는 그런 순간을 대비해야 한다는 게 탈레브의 조언이다. 작은 충격에도 잘 깨지는(fragile) 상태가 아니라 변화에 적응하며 복원 가능한(antifragile)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날 우리의 믿음이 깨지는 그 순간에도 산산이 부서서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기존의 질서의 붕괴가 아니라 새로운 변화의 기회로 바라봐야 한다는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부회장의 조언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김 부회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언택트(untact·비대면) 비즈니스 에너지가 강하게 축적되고 있고, 엄청난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변화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는 기업은 경쟁에 도태되고, 변화를 포착하는 기업은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김 부회장은 강조했다. .

결국 관건은 유연성이다. 어느 노랫말처럼 어차피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은 없고, 예상치 못한 일들은 늘 벌어진다. 그래서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유연성이야말로 불확실성의 시대의 최고의 미덕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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