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대들보 뽑힌 제약강국의 꿈

제약강국 핵심정책, 공동생동 폐지정책 폐기처분
공동생동은 제약사들 신약개발 가로막는 주범 지적
식약처,1년간 업계조율 거쳐 시행 코앞서 포기
조변석개하는 식약처, 제약업계 신뢰성 잃어
  • 등록 2020-05-18 오전 6:25:39

    수정 2020-05-18 오전 6:25:39

[이데일리 류성 바이오전문기자] 최근 국내 제약업계에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황당한 사건이 벌어지면서 제약업체들이 당황하고 있다. 규제개혁위원회가 지난 1년간 식약처가 야심차게 추진해온 공동생동 제도의 폐지정책에 대해 철회권고를 내린 것이다. 식약처도 제약업계도 모두 이 제도의 폐지를 눈앞에 두고 있던 터라 규개위의 이번 조치는 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이변이었다.

심지어 이의경 식약처장도 규개위가 철회권고를 내릴 줄 사전에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이처장은 규개위의 철회권고가 나기 바로 전에 담당 국장들에게 “공동생동 폐지정책이 그대로 가는 것이냐”고 묻자 “그렇다”는 답변을 듣고 예정대로 정책이 발효되는 것으로 확신하고 있었다고 한다.

공동생동은 1개 대표 제약사가 생물학적 동등성 실험을 거쳐 복제약을 개발하면 함께 비용을 분담한 제약사 수십곳도 각자 판권을 확보하는 제도다. 한국이 세계적 ‘복제약 천국’으로 자리매김하게 만든 주범으로 지목된다. 국내에서는 2만가지에 육박하는 복제약이 넘쳐난다.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의 의약품 종류가 5000여가지에 불과하다.

신약개발에 집중해온 제약업체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공동생동 탓에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복제약으로 내수시장 경쟁이 치열해 안정적 수익을 낼수 없는 구조여서다. 내수에서 신약 연구개발 자금이 확보가 안되니 글로벌 제약사로 가는 길은 ‘산넘어 산’인 형국이다. 업계는 제약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실현해야할 핵심 현안으로 공동생동 폐지를 꼽아왔다.

황당해하는 제약업계에 결정타를 날린 것은 규개위가 이 정책의 철회를 권고하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그대로 덜컥 수용한 식약처 대응이다. 더욱이 식약처는 지난 1년간 제약업체들과 의견조율을 거쳐 공동생동 제도의 폐지정책을 대외적으로 발표하고 시행이 임박한 상황이었다. 식약처의 표변하는 태도에 제약업계는 그야말로 배신감마저 느끼고 있다.

이런 식약처에 대해 정작 제약업체들은 할말은 많지만 입조심을 하는 모양새다. 제약업체들은 의약품 인·허가 등에 있어 절대 권력을 행사하는 식약처에 쓴소리를 해서는 좋을 게 하나 없다는 것을 수많은 경험으로 체득하고 있다. 한국에서 사업하는 기업의 숙명이다.

정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국민 앞에 ‘제약강국 도약’을 외쳐왔다. 정부가 제약산업의 구조재편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고자 지금껏 추진해온 정책 가운데 핵심이 공동생동 폐지였다. 제약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대들보’ 정책이 한순간에 뿌리째 뽑혀 나간 것이다. 제약정책에 대한 정부의 말과 행동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제약강국이라는 구호는 이제는 더이상 진정성을 담보하기 힘들어 보인다.

식약처는 이 난국에서도 “규개위를 충분히 설득했다”면서 남의 일처럼 수수방관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식약처는 초심으로 돌아가 규개위 설득에 적극 나서 공동생동 폐지정책을 되살려야 한다. 그래야만 제약강국 도약을 위한 주춧돌을 다시 확보할수 있다. 나아가 땅에 떨어진 식약처에 대한 제약업계의 신뢰도 조금은 회복할수 있을 것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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