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 21대 국회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거여(巨與)가 된 된 더불어민주당은 ‘상임위원장 싹쓸이론’을 주장하며 단독 개원을 압박하고 있다. 반면 소수야당으로 위치가 바뀐 통합당은 ‘의회독재’라며 격양된 반응이다. 대한민국 정치는 그간 인사청문회, 예산안 처리 등에서 공수만 바뀌었을 뿐 내로남불을 지속했다. 부끄럽게도 진영논리에 따른 극단적 정치가 일상화된 셈이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4일 “민주당은 하늘이 두 쪽 나도 내일 본회의를 반드시 열겠다”며 단독 개원을 기정 사실화했다. 반면, 2020년 통합당 원내대표로 돌아온 주호영 의원은 같은날 “(단독 개원은) 독재의 선전포고와 다름 아니다”며 민주당을 비난했다. 이와 함께 민주당을 향해 상임위원장 배정 협상을 마무리한 후 국회를 열 것을 재차 촉구했다.
반면 21대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시민당이 180석(현재 177석)을, 미래통합·한국당은 103석을 차지했다. 여당이 단독으로 180석을 획득한 것. 민심은 여당을 향해 개헌을 제외하고 모든 것을 가능케 만들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이 기회에 확실히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포석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내로남불식 국회 운영을 한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내로남불 사례는 또 있다. 대표적인 게 국회 인사청문회다. 지난해 조국 전 법무장관 청문회를 두고서 여당 의원들은 시종일관 방어를, 야당 의원들은 직무보다는 도덕성 문제 추궁에 ‘올인’했다. 이 같은 청문회는 여야가 바뀔 때마다 반복됐다. 결국 위장전입·논문표절은 결국 낙마요건에서 제외되는 상황까지 초래했다.
이현출 건국대 교수는 여야의 내로남불 논란과 관련, “선거제는 단순 다수대표제인데, 국회운영은 합의를 따르게 한 제도의 차이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원칙적으로는 양당이 협상해야 한다. 그러나 결국 거대 여당이 대승적 타협에 나서야 한다”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