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비의 문화재 읽기]'세계유산' 서원이 전하는 가치

조선시대 대표 성리학 교육기관
서원의 대표적 정신으로 도덕성·공공성·공익성 꼽아
  • 등록 2020-07-13 오전 6:00:00

    수정 2020-07-13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조선 시대 성리학 전파와 교육을 담당했던 서원(書院) 9곳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1주년을 기념해 7월 한달간 서원의 정신을 기리기 위한 축전을 벌인다.

서원은 지역의 교육기관에서 출발해 인재 양성의 기능뿐 아니라 지역의 대표 유학자를 스승으로 삼아 재향을 지내며 인격을 도야하고, 지역 사회의 공론장 역할까지 했다. 지난해 7월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Outstanding Universal Value)를 인정받으며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후 1년을 맞았다. 한국의 서원 통합보존관리단에서는 이번 축전을 통해 현대인이 계승할 서원의 정신으로 공공성·도덕성·공익성 등을 꼽았다.

서원은 학덕을 겸비한 유학자들이 학문 보급과 계승을 위해 설립했다. 조선 태조(재위 1392~1398)는 유학을 중심으로 인재를 키우고 관리로 등용하기 위해 학교 교육을 확대하고 과거를 정기적으로 실시할 것을 선포했다. 국립 교육기관 성균관(成均館), 사부학당(四部學堂), 향교(鄕校)를 설치해 교육했지만 조선 중기를 지나면서 세조의 집현전 폐지와 연산군에 의한 성균관의 황폐화 등으로 점차 교육기능을 상실한 관학을 대신한 곳이 서원이다.

최초의 서원인 영주 소수서원은 1541년(중종 36) 주세붕이 풍기에 부임한 뒤 이듬해 이곳 출신 유학자인 안향(1243~1306)을 배향하기 위한 사묘를 설립하고, 유생 교육을 겸비한 백운동서원을 설립하면서 생겨났다. 이후 1548년 풍기군수로 부임한 퇴계 이황(李滉)은 서원을 공인하고 나라에 널리 알리기 위해 조정에 요청해 1550년 ‘소수서원’이라 사액됐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운영돼온 기관이지만 서원은 민간 주도로 건립 및 운영된 사립 기관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1552년 한국의 서원 중 두 번째로 건립된 함양 남계서원에는 19세기까지 사람들의 기부 내역과 관련된 장부인 ‘부보록’이 남아 서원의 자발적 운영을 증명한다.

사원의 장서제도(藏書制度)는 책의 보급과 열람이 어려웠던 시대에 공공 교육의 역할과 문화적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 서원에서는 장서제도를 통해 직접 책을 간행하기도 했고, 국가가 지정한 사액서원에 대해서는 왕이 서적을 관례로 하사하기도 했다. 별도로 국가에서 서적을 간행, 반포할 경우나 국가의 장서에 여유가 있을 경우 서적을 하사하기도 했다.

서원은 제향기능(祭享機能)을 행하며 원생들에게 바람직한 인간상인 선현(先賢)도 제시했다. 이황이 사액을 요청하며 올린 상소를 보면 “은거하며 뜻을 구하는 선비와 도를 강론하며 학업을 익히는 사람들은 시끄러운 세상보다 한적인 들판이나 고요한 물가에서 선왕의 도를 노래하고 천하의 의리를 살피면서 덕과 인을 쌓고 익혔기 때문에 서원에서 공부하는 것”이라 한 점이 이를 방증한다.

공익성을 대표하는 사례로는 안동 병산서원이 최초로 작성한 ‘만인소’를 꼽을 수 있다. 병산서원은 1613년 류성룡의 제자, 후손, 그리고 안동 지역 사림에 의해 건립된 사원으로 조선시대 최초로 왕에게 청원을 하는 상소문 만인소를 작성하며 공론장으로서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했다.

1792년(정조 16) 병산서원을 중심으로 영남 유생들은 뒤주에 갇혀 억울하게 죽은 사도세자의 신원을 요구하는 ‘사도세자 신원 만인소’를 2차례에 걸쳐 제작했다. 이후 전국 각지에서는 19세기 말까지 모두 7차례의 만인소 운동이 벌어졌다.

서원은 시대의 아픔을 고민하고 그 해결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전북 태인 무성서원에서 면암 최익현 선생(1833~1906)과 둔헌 임병찬 선생(1851~1916)이 을사늑약 이듬해인 1906년 6월 4일 항일의병을 일으킨 것이 그 예다

지난해 7월 소수서원 문성공묘(보물 제1402호)에서 안천학 소수서원장을 비롯한 100여 명의 유림원로들이 소수서원 세계유산 등재를 문성공 안향을 비롯한 선현들께 고하는 고유제를 봉행하고 있다. (사진=영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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