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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생파’에 늘 붙어다니는 고깔. 분위기 메이커인 그 원뿔이 이렇게 위협적일 줄 몰랐다. 벽과 천장에 박혀 당장 공격해올 무기처럼 보이니까. 그나마 황금빛 출렁이는 색채, 알 듯 모를 듯 엉켜놓은 다른 도형들이 주의를 분산시킬 뿐.
한 컷 만화처럼 한 점 화면에 첩첩이 이야기를 얹어내는 작가 이피(39·본명 이휘재)가 ‘공포시리즈’에 도전했나 보다. 작가는 기발하다못해 발칙한 아이디어를 망설임 없이 꺼내놓는 작업을 한다. 축은 ‘나’다. 내 안의 나, 나 밖의 나, 세상과 나를 지독한 현실에 세우고 발랄한 상상으로 녹여내는 거다. ‘소셜 네트워킹 폐소공포증’(Social Networking Claustrophbia·2020)은 그 한 장면일 터.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동 도로시살롱서 여는 개인전 ‘내 바다에 입힌 황금갑옷’(My Sea Dressed in Golden Armor)에서 볼 수 있다. 장지에 먹·금분·수채. 191×126㎝. 작가 소장. 도로시살롱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