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K워치]빚 감축 vs 빚 폭탄…한은, 금리 무게 어디에 두나

아직까진 ''빚 감축''에 더 무게…한은 "실질금리는 마이너스"
이론적 중립금리 ''금융시스템 리스크''보다 ''신용갭'' 고려
이창용 "부동산 가격·가계부채 조정, 고통스럽지만 ''안정''에 기여"
  • 등록 2022-10-14 오전 8:08:46

    수정 2022-10-14 오전 8:08:46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삼성본관 한은 기자실에서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과 관련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출처: 한국은행)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1년 3개월간 기준금리가 무려 2.5%포인트나 오르는 등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상승하면서 금리 인상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주식, 채권 등 금융시장 가격 급락뿐 아니라 부동산 등 실물자산까지 하락하면서 ‘유동성 부족’ 공포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한은이 물가, 환율을 고려해 급격하게 금리를 올릴 경우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고 이에 맞물린 빚에 연체 등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이 커지면서 금융시스템 마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아직까지 한은은 부동산 가격이나 가계부채가 하락, 감소 등의 조정을 받는 것이 금융안정 측면에서 더 필요한 조치임을 강조했다. 금융안정 관점에서도 ‘빚 폭탄’우려보다 ‘빚 감축’에 더 무게를 두겠다는 뜻이지만 언제 어떻게 바뀔지는 미지수다.

(출처: 한국은행)


◇ BIS vs 뉴욕 연은, 상반된 중립금리 연구


한은 뿐 아니라 주요국이 역사상 가장 빠르게 금리를 올리면서 두 가지 측면의 ‘중립금리’ 연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중립금리를 추정할 때 성장갭(잠재성장률과 실질성장률 차이), 물가갭(잠재 물가상승률과 실제 상승률 차이)이 닫히는 것 외에 ‘신용갭’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용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및 기업 등 민간부채 비율이 장기 추세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를 측정한 것이다.

신용갭까지 고려하면 우리나라 중립금리는 성장, 물가를 고려한 일반 중립금리보다 훨씬 더 높아지게 된다. 중립금리는 누가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추정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나는데 대략 2~3% 수준이 중립 수준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신용갭까지 고려하면 중립금리는 4%대로 껑충 뛴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작년 9월께 신용갭까지 고려한 우리나라 중립(준칙)금리 수준이 작년 6월말 현재 4%를 상회한다고 평가했다. 당시엔 물가상승률이 2~3%대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물가가 5%대인 현재는 이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대출금리가 급등하고 규제가 강화되고 있지만 GDP대비 가계신용 비율은 6월말 현재 장기추세 대비 0.2%포인트 플러스 상태이고 기업신용 비율은 무려 7.0%포인트나 플러스를 보이고 있다. 10%포인트 넘어가면 ‘경고’ 수준으로 본다.

반면 미 뉴욕 연방준비은행(FRB)이 지난달말 컨퍼런스에서 발표한 ‘금융시스템 리스크를 고려한 ‘중립금리(R**)’는 금리가 어느 임계점을 넘어갈 경우 금융경색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

통상 신용 스프레드가 높고 은행 등 금융부문의 레버리지가 높을 수록 ‘금융시스템 리스크를 고려한 중립금리’가 일반 중립금리보다 낮은데 경기, 물가 등 실물 상황만 고려해 임계점을 넘어 금리를 올릴 경우 금융경색이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런 상황에선 경기, 물가 등을 고려한 금리 인상과 ‘금융 안정’이 양립되기 어렵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의 경우 신용 스프레드가 높아지고 있고 가계·기업 등 민간신용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금융시스템 리스크를 고려한 중립금리’는 일반 중립금리보다 낮아졌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한은 관계자는 “뉴욕 연은이 제시한 중립금리 추정 모형은 한은이 사용하는 모형과 달라 레벨을 갖고 높고 낮음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2012~2021년 3분기까지 1분기당 가계대출 평균
(출처: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 “고통 있더라도 ‘빚 감축’이 먼저 필요”


두 가지 상반된 ‘중립금리’ 추정 방식을 우리나라 상황에 적용하면 금리 결정시 ‘빚 감축’이 먼저냐, ‘빚 폭탄’ 우려가 먼저냐로 좁힐 수 있다.

한은은 아직까진 ‘빚 감축’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작년 8월 금리 인상을 처음 시작하게 된 배경이었던 빚투(빚을 내 투자)에 따른 부작용을 고통이 있더라도 일부 감내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12일 기자회견에서 “지난 2~3년간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랐고 가계부채가 늘어난 것이 금융불안의 큰 원인이 됐기 때문에 금리 인상을 통해 부동산 가격이 어느 정도 조정되고 가계부채 증가율도 조정되는 것이 고통스러운 면이 있지만 전체로 봐선 안정에 기여하는 면도 있다”고 밝혔다.

한은이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가계대출 금리가 3%일 때 금리가 0.5%포인트 오르면 가계대출 증가규모는 분기당 34조1000억원에서 26조3000억원으로 7조8000억원 증가 억제 효과가 있다.

한은은 아직까지 금리 결정시 뉴욕 연은에서 제시한 ‘금융시스템 리스크까지 고려한 중립금리’를 따질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 총재는 “금리를 올릴 때 부동산,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 등 금융시장 불안정을 초래할 가능성을 면밀히 보면서 결정하고 있다”며 “이번에 금리를 0.5%포인트 올리더라도 금융안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수준까지는 아직 아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한은 관계자도 “현재 실질 정책금리는 마이너스(-1.2~-2.6%)로 여전히 완화적이라 아직까진 문제될 것은 없는 것 같다”며 “신용갭이 굉장히 높은 상태에선 금융불균형을 고려해야지, 부동산 가격 하락 등 금융시스템 리스크를 고려해 금리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은 아직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앞으로의 경로는 불확실성이 큰 탓에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이 총재의 10월 빅스텝(0.5%포인트 금리 인상)의 배경으로 ‘환율’을 언급했는데 한미 금리 역전폭을 줄이는 것이 환율 급등을 방어하는 데 효과가 있을지 여부에도 의견이 분분하다. 장민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환율까지 고려한 올해말 적정금리 수준은 4.82~5.82%로 물가, 성장만 고려했을 때 수준(4.29~5.29%)보다 0.5%포인트 이상 높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도 “한미 금리차 벌어지면 그로 인해 환율이 변동되고 자본유출이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과도한 긴축이 외려 환율을 상승시킬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한미 금리차와 환율의 상관관계는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이 총재가 최종 금리를 3.5%수준으로 전망한 것이 내수 경기 안정, 국내 금융시장 부담을 덜어줘 원화 절상에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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