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펑클 첫 내한공연, 할아버지의 옛 이야기 전한 천상의 목소리

  • 등록 2015-02-14 오후 11:50:24

    수정 2015-02-14 오후 11:52:58

아트 가펑클
[이데일리 스타in 김은구 기자] 기타 연주로 ‘더 복서(THE BOXER)’의 반주가 시작됐다. 카세트테이프, LP로 들을 때처럼 펀치볼을 치는 경쾌한 소리는 없었다. 반주는 기타 하나가 전부였다. 74세 할아버지에게서 노래가 흘러나왔다. 관객들은 고개를 끄덕이거나 어깨를 들썩이는 등 각자의 방식대로 조용하지만 음악을 감상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였다.

젊은 시절보다 다소 힘이 떨어진 목소리, 외모도 과거과 비교해 확연히 나이가 들어보였다. 그러나 ‘천상의 목소리’로 일컬어졌던 미성은 여전했다.

1957년 폴 사이먼과 함께 톰과 제리를 결성했고, 1962년 사이먼 앤 가펑클이라는 이름으로 팀을 재결성해 팝의 전설로 떠올랐던 아트 가펑클이 14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첫 내한공연을 가졌다.

개인적으로 1980년대, 영화음악을 소개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영화 ‘졸업’의 OST로 수록된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SOUND OF SILENCE)’, ‘미시즈 로빈슨(Mrs. ROBINSON)’ 등을 듣고 빠져들었던 사이먼 앤 가펑클의 전설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임을 확인할 수 있는 공연이었다. 당시 구매한 사이먼 앤 가펑클의 베스트 앨범 카세트 테이프를 같은 학급 친구들이 빌려가 돌려 듣다 늘어다나 못해 끊어졌다. 잔잔했지만 공연장 객석의 3500여 관객들에게 깊숙이 스며드는 가펑클의 목소리는 25년도 더 지난 과거를 회상하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아트 가펑클과 아들 주니어
과거 가펑클의 노래가 청중의 마음을 맑게 정화해줬다면 지금 그의 노래는 할아버지가 손자, 손녀에게, 또는 환갑이 지난 아버지가 이제 막 말문이 트인 늦둥이 막내에게 들려주는 옛날 이야기처럼 편안하게 관객들에게 다가갔다. 이를 듣는 관객들의 나이도 아이돌 가수들의 공연 관객들보다 높았다. 공연을 즐기는 방식도 달랐다. 열광적이지는 않았지만 조용하면서도 충분히 열정적이었다. 기타 연주가 시작되고 가펑클이 무대 한쪽에서 걸어나오자 뜨거운 환호로 반겼다.

가펑클은 ‘앤드 소 잇 고스(AND SO IT GOES)’로 공연의 문을 열었다. ‘에이프릴(APRIL)’, ‘스카보로 페어(SCABOROUGH FAIR)’,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 등 사이먼 앤 가펑클의 명곡들로 공연을 채웠다.

피아노도 없이 반주는 마지막까지 기타 하나였다. 가펑클은 사람의 목소리만으로 공연이 충분히 풍성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올해 9살 된 늦둥이 아들이 1살 때 이야기를 담은 시도 낭독했다. 가펑클은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를 부르기 전 “아리랑 아리랑”이라고 흥얼거리기도 했다. “난 평생 모든 창조물을 위해 노래해왔다. 1951년 사람들을 위해 노래를 한 게 시작이었다. 사람들은 내게 새소리를 낸다고 했다”며 소개한 그의 음악 인생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아트 가펑클
가펑클은 아들 주니어도 소개했다. 주니어는 아버지와 공연을 함께 했다. 무대 중간에 등장, ‘렛 잇 비 미(LET IT BE ME)’를 아버지와 함께 불렀다. 수염을 기르고 야구 모자에 재킷을 걸친 모습으로 등장해 아버지를 닮은 미성으로 아버지와 호흡을 맞췄다. 와이셔츠를 입고 목과 소매의 단추를 푼 스타일을 주로 선보이며 미성으로 사랑받았던 아버지와 다를 게 없었다. 그의 미성은 전성기의 아버지를 연상케 했다. 주니어는 사이먼 앤 가펑클의 데뷔곡 ‘웬스데이 모닝 3AM(WEDNESDAY MORNING 3AM)’ 등 두곡으로 혼자 무대도 꾸몄다.

주니어는 또 공연의 앙코르 무대에도 아버지와 함께 올랐다. 관객들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공연장을 나섰다.

공연장에서 사이먼 앤 가펑클의 베스트 앨범 CD를 구매했다. 집으로 가는 자동차 안에서 오랜만에 그들의 음악을 다시 들으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좋은 음악의 힘, 말 그대로 ‘귀가 호강한 공연’의 여운을 만끽했다.

(사진=유니온스타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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