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선수들, 라쿠텐전 승리로 보너스 얻었다

  • 등록 2015-02-15 오후 4:26:01

    수정 2015-02-15 오후 4:26:01

류중일 감독. 사진=박은별 기자
[오키나와=이데일리 스타in 박은별 기자]삼성 선발 정인욱은 호투로 용돈을 벌었고 동시에 오키나와에 더 남을 수 있게 됐다. 삼성 선수단과 코칭스태프는 저녁 휴식을 선물받았다. 15일 라쿠텐전 승리 못지않게 기분 좋았을 부소득이었다.

일본 라쿠텐과 세 번째 연습경기를 치른 오키나와 킨구장. 경기 한 시간 전 삼성 더그아웃엔 삼성 코칭스태프와 선수들간의 유쾌한 내기가 한창이었다.

▲선발 정인욱, 귀국 티켓 폐기?

훈련을 시작하기에 앞서, 정인욱이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정인욱은 이날 선발 예정. 5선발 후보 중 하나인 정인욱은 앞서 선발 테스트를 치른 차우찬(3이닝 4피안타 무실점)과 백정현(3이닝 2피안타 1실점)이 나란히 호투했던 터라 상대적으로 부담이 컸다.

김태한 삼성 투수 코치가 먼저 정인욱에게 다가가 말했다. “오늘 내기 한번 할까? 3이닝에 무실점에 얼마? 파산 안 되는 선에서 얘기하레이.” 정인욱이 고민하더니 답한다. “1만엔이요.”

김태한 코치가 “콜”을 외쳤다. “3이닝 무실점 하면 내가 1만엔 주고, 실점 할 경우 네가 나 1만엔 주는 기다.”

이를 듣고 있던 류중일 삼성 감독도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선수들과 성적에 따른 내기를 즐기는 류 감독도 1만엔을 얹었다. “인욱아. 3이닝 무실점하면 나도 1만 준데이.”

대신 정인욱의 투구 결과를 놓고 목숨 건 내기도 하나 곁들여졌다. 김태한 코치가 말했다. “인욱아. (한국으로 가는)비행기 티켓도 끊어 놨다. 3실점 하면 가는 거다.” 류 감독도 덧붙였다. “4실점 하면 끝이데이.” 정인욱의 호투를 바라며 협박 아닌 협박이 이어졌다.

결과는 정인욱의 승리. 3회까지 안타 1개, 볼넷 1개만을 내주고 무실점했다. 함께 선발 경쟁을 하고 있는 차우찬, 백정현의 첫 실전 결과보다 오히려 내용은 좋았다. 상대 라쿠텐이 주전급 선수들을 배치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 만족할 수 있을만한 경기였다.

정인욱은 5선발 경쟁에서 코칭스태프의 우려(?)를 덜어내고 확실한 눈도장을 찍음과 동시에 MVP 상금 등 부수입도 두둑이 챙겼다.

▲야간 훈련, 오늘은 쉰다

라쿠텐전에 걸린 또 하나의 내기. 경기조에 포함된 최고참 박한이가 경기 전 류중일 감독에게 슬그머니 다가와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감독님 오늘 이기면….”

이번엔 선수들이 먼저 내기를 걸어왔다. 선수들이 가장 원하는 포상은 다름 아닌 휴식. 선수들도 꽤나 피로를 느낄 시점이었다. 3일 연속 땡볕에서 이어진 일본 팀과 연습 게임으로 지칠 법도 했다. 경기만 하고 끝나는 스케줄이 아니라서 더 그랬다. 아침 9시부터 경기 전까지 훈련이 진행되는데다 경기를 마친 후엔 밤 8~9시까지 이어지는 야간 연습까지 해야 한다.

이에 최고참 박한이와 최형우가 나섰다. “감독님, 선수들이 더 힘을 내서 이길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한참을 고민하던 류중일 감독은 역시 ‘콜’을 외쳤다. 휴식은 줄 수 있다는 것. 대신 졌을 때 어떤 페널티를 받을 것인지가 문제였다. 그리고 내기 고수답게 내던진 종목은 숙소까지 걸어가기. 삼성 숙소와 킨구장은 차로도 30~40분이 걸리는 거리다. 절대 뛰거나 걸어갈 수 있는 거리는 아니다.

“선발이 차우찬이라면 과감하게 하겠는데….” 잠시 뜸을 들이던 박한이와 최형우는 선수단을 긴급 소집해 회의를 가졌다. 여기에 과거 경험을 살려 코칭스태프까지 뛰어가기에 참여시킨 류 감독의 기습 발언에 코칭스태프도 비상이 걸렸다.

기나긴 회의 끝에 나온 결론은 선수단도 되받아 ‘콜’. 그래서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는 경기에서 질 경우 버스를 타는 대신 걸어가기로 결정했다. 대신 거리가 너무 먼 것을 감안해 절충점을 찾았다. 삼성 야구장에서 숙소까지 걸어가는 것으로. 뛰어가도 20분 이상 걸리는 거리다.

결과는? 삼성의 6-0 승리. 0-0으로 동점이던 7회초 삼성이 6점을 뽑았다. 박찬도의 스리런을 시작으로 공격의 물꼬를 튼 삼성은 구자욱의 안타와 도루로 계속된 찬스서 나바로, 최형우, 박한이의 연속 안타와 타점이 이어지며 승리를 확신할 수 있었다. 동료들을 잠시 뜸 들이게 만든 선발 정인욱도 3회까지 실점 없이 막으며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모두가 힘을 합쳐 만든 결과였다.

삼성 선수단과 코칭스태프는 약속대로 야간 훈련 없이 달콤한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됐다. 류중일 감독 역시 라쿠텐전 두 번의 내기선 모두 졌지만 오히려 기분은 좋을 법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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