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강요된 열린사회, 정답 없는 현장실습

  • 등록 2019-07-30 오전 7:11:00

    수정 2019-07-30 오전 9:19:55

[이우영 한국기술교육대 기계공학부 교수] 세상에 있는 듯하나 실제론 없는 것 세 가지. 바로 ‘공짜, 비밀 그리고 정답!’이다. 새길수록 의미가 깊어진다.

프랑스의 대입자격 시험 바칼로레아는 다양한 사회문제를 철학적으로 깊이 있게 다루는 것으로 유명하다. 올해 출제된 몇 문제를 소개하면, ‘시간을 초월하는 것은 가능한가?’, ‘문화의 다원성은 인류의 통합에 장애가 되는가?’, ‘윤리는 최선의 정치적 선택인가?’ 등이었다. 평소 열린 생각으로 풍부한 독서와 토론 그리고 체험을 통한 깊은 사고의 연습을 하지 않으면 어려운 논제들이다.

채점의 기준이 자못 궁금하다. 아마도 정답은 없을 것이고 수험생의 사고능력과 주어진 제시문의 객관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논리전개 과정을 비중 있게 평가했을 것이다.

최근 다시 뜨거운 논쟁이 되고 있는 ‘최저임금 차별화’ 또한 정답이 없는 문제 중 하나이다. 최저임금 제도가 아예 없거나 있더라도 유연한 최저임금 체계를 갖고 있는 선진국들이 많다.

최저임금과 관련해, 나는 우리 청소년들의 현장실습 비용에 특히 관심이 많다. 어느 수준이 적정할까? 재학 중 일정 기간 기업 내 현장실습은 살아갈 준비를 하는 시기 우리 아이들에게 매우 중요한 시장, 경제, 미래직업 선택의 원리를 미리 체험하는 소중한 기회이다. 무엇이 이러한 경로를 가로막고 있는가?

외국의 사례로 대신하자. 얼마 전 네덜란드에 사시는 어느 지인이 올린 임금의 유연성 에 관한 글인데 요약해본다.

‘슈퍼마켓에서 일하는 시간제 근무자들의 시간당 최저 임금은 일정 구간의 나이별로 다르다. 네덜란드 최저 임금은 만 15세부터 22세까지 8개 구간으로 차등화 되어 있기 때문이다. 2019년 주 40시간 근무 기준, 상한선인 만 22세 이상에 적용되는 최저 시급은 9.35유로로 1만2000원 수준이다. 최저 시급은 나이가 낮아질수록 상위 시급 대비 15%씩 줄어 만 19세의 최저 시급은 상한선의 55% 수준이다. 이하 구간은 감소 폭이 완만하고 법적 최저 근로 연령인 만 15세의 최저 시급은 상한선의 30% 수준이다.

최저 시급이 차등화된 것은 연령대별 근로 개념이 다르고, 중·고등학생에 해당하는 15세부터 18세의 근로는 여유시간에 용돈을 보충하는 개념, 19세부터 21세는 사회 진출 전 일을 배우고 경험하는 수습이라는 개념 등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22세부터는 사회인으로서 독립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함이고 이를 위한 필요 소득을 고려하여 시급이 책정되었다. 차등화 된 최저 시급제도는 회사나 자영업자에게 종업원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 소통, 관리, 통제 능력이 있어야 하는 업무는 주로 22세 이상의 종업원을 선택한다. 단순 업무나 사업주가 직접 일을 하며 업무 보조가 필요한 경우 낮은 연령대를 선택한다. 다른 한편 사회 진출을 준비하는 청소년들에게는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일자리 기회의 폭을 넓혀준다.’

2년 전 필자가 핀란드의 벤처창업 그리고 청소년 기업가정신 교육현황을 알아보기 위해 출장을 갔을 때 알아본 핀란드의 최저 시급수준 역시 업종, 직무, 연령에 따라 달랐다. 경비 및 정원관리 분야 10유로, 법률분야 6.5유로, 마트 냉동창고 11.5유로, 군복무시 한 달 120유로 등이다.

올해 전문계고 졸업대상자의 예상 취업률이 역대 최저인 30% 미만으로 하락하고 있다. 최저임금 적용, 정규직 채용조건 등 높아진 부담으로 기업은 청소년들의 현장체험 기회의 문을 닫고, 경직된 노동제도는 시장과 학교를 단절하는 장벽이 되고 있다.

선한 정책의도가 반드시 선한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오늘 우리 일자리 현실 마찬가지다. 정답이 없는 최저임금, 그 선한 의도만 앞세워 강요한다면 우리 청년의 사회 첫 현장실습부터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강요된 사회는 진정한 열린사회가 아니다. 선의의 마음으로 정의를 외치는 순간, 이미 어제의 철지난 정의에 갇힌 건 아닌지 뒤돌아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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