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스티로폼 권하는 식약처…부처간 딴소리에 기업 골머리

식약처 ‘택배 가이드’서 스티로폼 박스 사용 권장
환경부 친환경 정책과 정면 배치, 유통업계 ‘혼란’
ASF 대응 놓고 환경부-농식품부, ‘서로 떠넘기기’
환경부, ‘특혜시비’ 우려 스타트업 국비지원 거부
  • 등록 2019-09-06 오전 7:00:00

    수정 2019-09-06 오전 8:04:10

(사진=식품의약품안전처)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 등 부처 이기주의와 정책 결정사안에 대한 엇박자에 기업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환경문제부터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대응, 스타트업 지원책 등 건건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스티로폼 박스…식약처 “권장”vs환경부 “자제”

5일 유통업계와 관계부처에 따르면 식약처는 지난 6월 ‘냉동식품 택배 가이드’라는 자료집을 통해 택배 배송 시 ‘스티로폼 박스’ 사용을 권장하고 나섰다. 이 자료집은 냉동식품 위생을 위해 식품위생법에 따른 ‘식품의 기준 및 규정 고시’를 인용, 포장방법 등에 대한 세부 내용을 담은 지침서이다.

냉동식품 택배 가이드에는 △두께 2㎝ 이상의 스티로폼 포장박스를 사용할 것 △박스 내 빈 공간이 생기면 보랭 효과가 있는 스티로폼을 추가할 것 등의 내용이 기재돼 있다. 식약처는 이러한 내용을 온라인 유통업체 및 배송기사를 대상으로 주기적으로 교육해 식품위생과 안전 인식을 개선하겠다는 내용도 자료집에 포함했다. 또 포장박스 외부에 냉동식품 표시 스티커를 부착하도록 하고 있다.

환경부와 유통업계가 플라스틱, 스티로폼 박스 등 일회용품을 줄이고 분리배출이 용이하도록 외부 스티커 부착을 자제하는 등 ‘친환경 포장재 사용’ 운동을 벌이는 상황에서 식약처는 스티로폼 포장 박스 사용과 포장 박스 외부에 스티커 부착을 장려한 셈이다.

새벽배송 서비스 이용 후 나온 포장재 쓰레기.(사진=강신우 기자)
유통업계 관계자는 “환경부는 스티로폼 박스 사용을 절제하자고 하는데 식약처는 식품위생을 위해 스티로폼 박스를 권장하고 있어 혼란을 겪고 있다”며 “식품위생과 환경, 둘 다 중요한 상황에서 정부마저 제각각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식약처 측은 “본 가이드는 택배를 통해 유통되는 냉동식품의 위생안전 확보를 위한 것으로 작년 용역연구사업 결과의 하나로 제작됐으며,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한 일반적인 권고사항인 것이지 법적효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豚잔반사료 금지·스타트업 지원엔 ‘무사안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대응책 마련 땐 환경부와 농식품부가 서로 떠넘기기를 하거나 엇박자를 냈다. 돼지 농가에서는 잔반(음식물 쓰레기) 사료를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환경부는 ‘음식물폐기물 대란’ 우려에 ASF 발생 시 전면 금지하겠다는 미온적인 대응으로 일관했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당시 환경노동위 소속 여권 관계자는 “환경부가 크게 우려하는 부분은 ‘음식물폐기물’ 대란”이라며 “아프리카돼지열병은 가축 전염병 주무부처인 농식품부도 법 개정 등 나서야 할 부분이 있지만 환경부 소관인 ‘폐기물관리법’만 부각된 상황이다. 부처 간 책임 떠넘기기를 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ASF 발병 주요 경로 중 하나가 멧돼지로 밝혀지면서 멧돼지 개체를 대폭 감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이 역시 두 부처 간 이견 차이가 컸다.

농식품부의 ‘멧돼지 개체수 사육밀도 저감조치에 대한 부처 입장’을 보면 농식품부는 포획단 운영과 수렵장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환경부는 농림부의 멧돼지 대폭 감축 목표보다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환경부 관계자는 “애초 멧돼지 개체수의 대폭 감축은 타당성과 현실성에 문제가 있어 농식품부와 이견이 있었지만 현재는 포확 확대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환경부가 내 놓는 입장을 보면 개체 수 조절에 대한 목표도 없고 살처분의 개념 자체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환경 관련 스타트업 예산 지원에도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일명 ‘쓰레기통’ 회사로 불리는 수퍼빈(superbin)이 만든 순환자원 회수로봇 ‘네프론’에 대한 국비 지원은 환경부가 특정 업체를 밀어주는 ‘특혜시비’ 논란을 예상·우려해 관련 예산 편성을 거부하면서 무산됐다.

구미시의 네프론 사업 국비 지원 건의서 내용 중. 네프론 사업장 위치를 사진으로 첨부했다.(사진=구미시)
앞서 구미시는 네프론 총 6대를 이용 후 자원 재활용(약 600t) 비용이 기존 40억원에서 2억원으로 줄어드는 효과를 보자 시 전체에 120대의 네프론을 설치해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정부에 국비 18억원 지원을 건의했다. 수퍼빈은 현재 일본의 정보통신회사인 에스시에스케이(SCSK)와 네프론 수출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순환자원 회수로봇 네프론은 자판기 형태로 화면에서 시작하기 버튼을 누르고 캔과 페트병을 넣으면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통해 순환자원을 인식하고 자동 분류하는 식으로 작동한다.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형태의 혁신제품들은 일반적인 상업시장에서 검증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아 공공조달이 필요한데 네프론의 경우 지자체에서 사용 경험을 토대로 국비 지원을 건의한 것이지만 담당부처의 무사안일주의에 혁신제품이 널리 사용되지 못한 케이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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