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돈 없는 인턴기자의 눈물 나는 서울 전셋집 구하기 (영상)

올해 출시된 청년맞춤형 전세대출, 상황은 달라졌을까
정책은 다양하나 실효성은 글쎄
자취 로망은 둘째, 집만 구해도 감지덕지
  • 등록 2019-10-01 오전 7:30:00

    수정 2019-10-01 오전 7:30:00

[이데일리 윤로빈 PD] 대학생을 포함한 청년들의 주거난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대다수의 청년들이 전세금 낼 목돈이 없어 월셋방을 전전한다. 매달 나가는 방세만 해도 만만치 않다 보니 공과금, 생활비까지 지출하고 나면 돈 모으기가 어렵다. 모아놓은 돈이 없으니 결국 또 월셋방을 전전하게 되는 악순환의 반복이다.
반짝 떴던 LH, 실효성 논란 여전


청년 주거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계속되었지만 청년과 주택시장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제도가 대부분이라 실효성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대표적인 제도가 LH(한국토지주택공사) 전세임대 제도다.

LH전세임대는 입주자가 소득증빙자료를 제출해 지원대상자로 선정되면 주거할 집을 구한 후 LH에 입주신청을 하는 제도다. LH가 주택의 전세계약을 체결한 후 개인에게 저렴하게 재임대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입주자는 최소 보증금과 이자를 내고 전셋집을 구할 수 있다. 그러나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려 부동산업자나 집주인들은 LH전세제도에 비협조적인 경우가 많다.

LH가 가능하다는 이유로 전세금이 비싸지기도 하고, 연식이 오래된 건물과 반지하, 옥탑방처럼 인기가 없는 건물만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운 좋게 지원대상자가 되어도 조건에 맞는 집을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전셋집 임대를 포기하는 사례도 있다.
청년맞춤형 전월세 대출 출시


대출제도는 어떨까. 청년 주거지원의 일환으로 정부는 중소기업 청년 대출이나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 등을 마련했다. 그러나 중소기업 청년대출의 경우 취업 전인 대학생이나 취업준비생, 중소기업에 다니지 않는 청년들이 혜택을 받기 힘들고,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의 경우, 전세금의 80%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5000만원의 전셋집을 구한다고 가정할 때 입주자가 전세금의 20%인 1000만원 정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나마도 최대 3500만원이라는 대출 한도가 있어, 집값이 비싼 서울에서 마땅한 매물을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청년주거난 해결책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계속되자, 정부는 올해 5월 청년 맞춤형 전월세대출 상품을 내놓았다. 청년맞춤형 전월세대출이란 청년층의 주거안정을 높이기 위해 실행된 대출제도로, 우리?신한?국민?농협?하나 등 13개 은행에서 실행하고 있다. 만 19세~34세의 무주택 청년이라면 대출을 신청할 수 있고 임차보증금의 90%범위 내에서 최대 7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과연 이 제도는 청년들의 주거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기자가 직접 은행과 부동산을 돌아다니며 집을 구해봤다.

제도 있어도 협조 없다


인터넷을 통해 청년 전세제도로 집을 구한 사람들의 후기를 찾아보았다. 은행상담을 가니 은행원부터가 해당 상품에 대해 모르는 경우가 많고, 비협조적으로 응하기도 했다는 후기가 적지 않다.

기자는 먼저 주거래 은행인 A은행과 B은행에 전화해 청년맞춤형 전세대출에 대한 사전상담을 해보았다. 상담원은 해당 상품을 통해 대학생이나 무소득자, 비정규직에 해당하는 사람도 대출신청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후 직접 가까운 A은행과 B은행을 찾았다. 그러나 전화상담 내용과 달리, 은행원은 ‘대학생’, ‘인턴’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취업 전인 대학생은 대출이 불가하다”며 말을 잘랐다. “청년맞춤형 전세대출은 대학생이나 무소득자도 신청이 가능하다고 들었다”고 재차 물었으나 “대학생에게 가능한 대출상품은 없다”는 대답이 돌아올 뿐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세번째로 들른 C은행에 가서야 “대출신청이 불가한 것은 아니니 집을 본 후상담을 위해 필요한 서류를 준비해오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세 군데의 은행을 들러 겨우 ‘상담자격’ 하나를 얻은 것이다.

부동산도 모르는 부동산 제도


은행 상담이 가능하다고 해도 집을 구하는 것이 문제다. 청년맞춤형 전세대출에 대해 잘 모르는 부동산업자가 적지 않은데다, 청년맞춤형 전세대출이 가능한 집을 찾는 것 자체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LH 전세임대제도처럼 청년맞춤형 전세제도 역시 절차가 복잡하고 기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는 편견으로 중개를 꺼리는 부동산업자와 집주인도 많았다. 정책에 대해 부동산마다 말이 다르니 혼란이 가중되어 집을 구하는 데 시간이 더 걸렸다.

세가지 부동산 어플을 통해 5000만원 내외의 청년맞춤형 전세대출이 가능한 집을 찾아보았다. 기자가 거주중인 노원구에서 조건에 맞는 집은 2~3군데의 반지하 원룸이 전부였다. 노원구 내 부동산 여섯 군데에 직접 전화 해보니 ‘전셋집 자체가 귀한 데다 청년맞춤형 대출이 가능한 집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한 부동산업자는 “LH나 청년대출이 가능한 집이려면 집의 융자가 20% 내외나 되어야 하는데 대부분의 건물이 50%내외의 융자를 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름만 있는 제도이니 시간낭비 말고 일반 전세대출을 알아보라”고 조언한 부동산업자도 있었다. 그러나 C은행에 따르면 청년 맞춤형 전월세 대출의 경우, 융자 비율이 대출조건과는 관련이 없다고 한다.

제도의 실행, 협조 구할 방법 필요

우여곡절 끝에 기자도 청년맞춤형 대출을 통해 전셋집을 얻었다. 어려움이 있긴 했지만 해당 제도마저 없었다면 ‘인턴’이라는 직급으로 대출을 받아 전셋집을 구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좋은 제도가 있음에도 이에 대해 모르는 청년들이 많고, 은행이나 부동산마저 해당 제도 활용에 비협조적인 것이 안타까웠다. 계약이나 제도에 미숙한 사회초년생이지만 적극적인 도움의 손길은커녕 제대로 된 정보를 구하기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또한 마땅히 쓸 수 있는 제도임에도 이를 활용하기 위해 부동산과 은행의 눈치를 보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그 동안 정부는 청년 주거난 해결을 위해 새로운 제도와 시설을 만드는 등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제도가 있다 해도 국민이 모르고, 활용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일까. 은행도, 부동산도, 청년들 마저 모르는 청년 주거 정책. 이름뿐인 정책에 그치지 않고 정책이 제대로 활용될 수 있도록, 사회의 적극적 협조를 이끌 방법이 함께 고민되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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