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원이었다 1628원이었다‥'고무줄' 케이뱅크 가치

몸값 최대 3배 차이
유상증자 땐 주당 5000원이었는데
BC카드에 넘길땐 주당 1628원
자회사에 헐값으로 매각 논란에
KT "외부 회계법인이 산정한 가격"
  • 등록 2020-07-01 오전 6:00:00

    수정 2020-07-01 오전 10:13:04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국내 1호 인터넷은행 케이뱅크의 주인이 바뀌는 과정에서 ‘고무줄 몸값’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KT가 자회사인 BC카드로 케이뱅크 지분을 넘기면서 가격을 주당 1600원 수준으로 산정했는데, 이는 케이뱅크가 추진하는 유상증자 과정에서는 산정한 케이뱅크의 주당 가격이 5000원의 3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KT가 BC카드의 부담도 줄이고 양도세를 낮추려고 지분을 헐값에 넘긴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3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KT는 지난 4월 보유하고 있던 케이뱅크의 보통주 778만주와 전환주 1452만주를 포함해 총 2230만9942주(지분율 10%)를 자회사인 BC카드로 넘기기로 결정했다. KT가 과거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이 문제가 돼 케이뱅크 대주주에 오르기 어렵게 되자 자회사인 BC카드를 통한 우회로를 찾은 것이다.

KT “지분가격은 외부 회계버인이 산정”
그래픽=이미나기자
KT는 당시 케이뱅크 지분을 총 363억2100만원에 넘긴다고 설명했다. 주당 1628원의 가격이다. 케이뱅크가 불과 일주인 전 4월8일 1억1898만주를 주당 5000원 수준으로 계산해 약 6000억원의 유상증자를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는데, 일주일 새 몸값이 3분의 1토막 난 것이다.

게다가 지난 19일 케이뱅크가 이사회를 열고 전환신주 3147만340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결정할 때 주당 가격은 5000원으로 책정됐다. 케이뱅크의 새 주인이 될 BC카드 역시 1628원에 산 주식을 불과 두 달 만에 5000원으로 평가해 자금을 투입하는 셈이 된다. 케이뱅크의 몸값이 3분의 1로 낮아졌다가 두달 만에 다시 5000원으로 뛴 것이다. 구주 매각과 신주 발행라는 점을 고려해도 단기간 지나친 가격 차이가 벌어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KT측은 BC카드로 넘기는 지분 가격이 갑자기 낮아진 이유에 대해 ‘외부 회계법인이 산정한 가격’이라는 입장이다. 법에 따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몸값을 산출했다는 얘기다. 당시 케이뱅크가 자본잠식이 있을 정도로 경영난에 시달려 몸값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KT의 케이뱅크 가치 산정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많다. KT가 케이뱅크 지분 가치를 낮춰 BC카드가 헐값에 케이뱅크를 인수하려고 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케이뱅크 몸값이 낮을수록 KT와 견줘 자본 여력이 크지 않은 BC카드의 실탄을 아낄 수 있다. BC카드는 케이뱅크의 대주주가 되려 알짜인 마스터카드 지분을 매각했다.

KT가 케이뱅크의 지분가치를 책정할 때 재무제표를 바탕으로 한 상승증여세법을 적용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국세청은 비상장주식에도 세금을 물리기 위해 상속증여세법을 마련해놨다. 케이뱅크의 지난해 말 기준 순자산 2044억원과 주식 수 1조101만7315주를 바탕으로 계산하면 1주당 1630원에 근접한 가격이 나온다. 파인트리컨설팅의 최병철 회계사는 “상속증여세법을 통해 계산하면 보통 가장 보수적인 가격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법적인 문제가 있는 건 아니지만, 가장 낮은 가격이 나올 계산법을 적용했다는 뜻이다.

KT는 법인세 감면 효과도 누릴 수 있다. 5000원에 출자한 주식이 1628원으로 내려가면 총 742억원 상당의 손실이 확정되기 때문이다. 최인용 가현세무법인 대표세무사는 “손금으로 인식해 법인세율 구간이 낮아지는 효과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증자 참여 …1600억원 투입

회계사인 채이배 전 의원은 “다른 주주들이 공정성에 대해 시시비비를 제기하지 않는다면 법적인 문제는 없다”면서도 “미래 가치나 시장 평가까지 담은 가격이라 말하기는 어려운 부분은 분명히 있다”라고 비판했다.

한편 증자 과정에서 케이뱅크 몸값을 가장 깐깐하게 평가했던 우리은행은 지난 26일 유상증자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케이뱅크에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케이뱅크가 가진 가치와 사업시너지 등을 놓고 고강도 검토를 했는데, 결국 참여를 결정했다. 우리은행이 이번에 새로 투입하는 자금은 1600억원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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