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상 이 작품]광대의 삶, 그 속에 담긴 근현대사

- 심사위원 리뷰
음악극 '김덕수전'
사물놀이 창시자 김덕수 일대기
광대 넘어 예인이 된 63년 인생 집대성
  • 등록 2020-07-09 오전 6:00:00

    수정 2020-07-09 오전 6:00:00

[조종훈 프로덕션 고금 대표]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으로 범국민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해야 할 시기에 공연장을 찾는 것은 왜 이리도 마음이 불편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20세기 한국 음악사에 한 획을 남긴 사물놀이 창시자 김덕수의 일대기를 그린 ‘김덕수전(傳)’(5월 28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소식을 접한 뒤 공연 당일 발길을 재촉했다.

‘김덕수전’은 세종문화회관과 현대차정몽구재단이 공동주최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산학협력단이 주관한 작품이다. 제작 총괄을 맡은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가 1년 여에 걸쳐 진행한 김덕수와의 구술 인터뷰를 바탕으로 극본을 집필했다. 박근형 한예종 연극원 교수가 각색과 연출을 맡았다. 안무가 정영두가 무용·연기를, 앙상블시나위와 사물놀이 본이 음악을 맡아 연주했다.

음악극 ‘김덕수전’의 한 장면(사진=세종문화회관).


이번 작품에서 가장 오랜 시간 머릿속에 맴도는 장면이 하나 있다. 김덕수가 관객에게 이렇게 말하는 장면이다. “나의 아버지는 광대였고, 나는 광대들과 함께 자랐습니다. 광대들은 나의 아버지입니다. 나는 광대입니다.”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숙명적인 삶을 살아야 했던 김덕수. 과연 그는 평생을 광대로 살고 싶었을까. 어느 한 순간에도 광대의 삶을 그만두고 싶지는 않았을까.

그의 63년 외길인생은 분명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김덕수전’은 김덕수의 숙명적인 운명을 모놀로그 형식을 빌려 음악극으로 풀어낸다. 공연은 1부와 2부로 나눠 150분. 2시간을 훌쩍 넘는 러닝타임이 조금 과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한 사람의 일대기를 그린 만큼 그리 넉넉한 시간만도 아니다.

김덕수는 1952년 충남 대전에서 태어나 남사당패 일원이었던 아버지 김문학으로부터 광대로서 필요한 모든 것을 배웠다. 아버지처럼 남사당패로 5살부터 광대의 삶을 시작했다. 1960년대에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공연과 함께 낙랑악단으로 생계를 유지하기도 했다. 10대 시절 이미 장구재비로서 최고의 기량을 선보이고 있었던 그가 생계를 위해 한때 상품을 판매하며 공연을 했다는 사실은 지금 최고의 예인인 김덕수를 볼 때 선뜻 떠올리기 어렵다.

1부의 마지막 내용은 청년이 된 김덕수의 모습이다. 1970년대 유신정권 시절 김덕수는 광대로서의 삶에 대한 정체성의 혼란을 느낀다. 최고의 광대로 기량을 뽐내며 국내외 무대와 마당에서 공연했지만 유신시절 그런 광대의 모습은 대중을 선동하는 저항의 상징이 된다. 실제 대학생들과 젊은 지식인들에게 풍물패와 탈춤은 저항문화의 상징이었다. 광대는 민중의 아픔과 힘든 현실을 유희적으로 표현하는 데 능한 집단이다. 민중의 아픔과 상처를 잠시나마 잊게 해줬던 광대의 모습은 유신정권 시절 청년 김덕수가 광대로서의 정체성을 찾아가는데 영향을 끼쳤다.

2부에서는 김덕수가 흔들리지 않고 예인으로서 삶을 지속할 수 있었던 근원, 그리고 광대를 넘어서 예인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전환점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그 답은 사물놀이다. 사물놀이는 그가 음악인생에 있어 이룬 최고의 업적이다. ‘김덕수전’은 한 광대로서의 삶이 아닌, 한국 근현대사 속에서 어려움을 함께 해온 그의 인생을 담아내고 있다.

음악극 ‘김덕수전’의 한 장면(사진=세종문화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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