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되면 디지털세 판 엎을 것…삼성에 직격탄”

[이데일리가 만났습니다]①
이경근 OECD BIAC 위원 “韓 수출기업 디지털세 리스크 우려”
“美, ‘제조업 과세하라’ 유럽 압박..고래 싸움에 韓 기업 불똥”
“내년 디지털세 합의 힘들 것, 美-프랑스 등 곳곳서 과세 격돌”
“韓, 넋 놓고 있으면 안 돼..정부·기업 원팀으로 선제 대응해야”
  • 등록 2020-10-29 오전 5:00:00

    수정 2020-10-29 오후 7:43:38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트럼프가 당선되면 디지털세 최종안 타결이 쉽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는 디지털세 판을 갈아엎자고 할 거다. 이렇게 되면 삼성 등 우리나라 수출 제조업체들이 직격탄을 맞게 된다.”

이경근 OECD BIAC(경제협력개발기구 경제산업자문위원회) 위원. △1959년생 △전북 전주 △전 기획재정부 소득세제과장, 국제조세과장, 법인세제과장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재정위원회 사무국 행정관 △전 조세심판원 과장 △전 유엔 조세전문가 위원회 부의장 △한국국제조세협회 전 이사장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 한국조정위원 △인천대 비전임 초빙교수 △서울시립대 로스쿨 겸임교수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이경근(사진·61) 경제협력개발기구 경제산업자문위원회(OECD BIAC) 위원은 지난 20일 서울 삼성동 법무법인 율촌에서 진행한 이데일리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승리하면 ‘미국 국익 제일주의’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며 “미국과 유럽의 고래 싸움에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영 리스크가 커지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바이든이 대통령에 오르면 현재 OECD 제안이 반영된 최종안을 타결할 수 있지만 트럼프는 판을 깨려고 할 것이란 게 이 위원의 판단이다. 법무법인 율촌에 직을 두고 있는 이 위원은 기획재정부 국제조세과장, 한국국제조세협회 이사장, 유엔 조세전문가 위원회 부의장 등을 역임한 국제조세 전문가다.

이 위원은 “현재까지 OECD 제안대로 가면 우리나라에 좋은 일이다. 우리나라 상당수 제조업 기업들이 과세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트럼프가 당선 이후 제조업 과세안을 내놓으라고 하면 유럽뿐 아니라 우리나라 기업에도 타격”이라고 했다.

이 위원은 “디지털세 시행까지 2~3년 남았다”며 기업, 정부 모두 허송세월하기엔 짧은 시간이라고 했다. 이 위원은 “이미 외국의 다국적 기업들은 공청회에 적극적으로 참석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국제조세 이슈는 넋 놓고 있으면 나중에 된통 당하게 된다. 국제조세 룰이 합의되면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위원과의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올해 디지털세 논의 과정을 평가하자면?

△올해 1월 디지털세의 기본 골격이 발표됐다. 이어 10월에 디지털세 장기대책인 필라 1·2 청사진(Pillar 1·2 blueprint)이 발표됐다. OECD 사무국은 최선을 다했지만 디지털세 장기대책에는 중요한 알맹이에 대한 합의 내용은 빠져 있다. 디지털세 도입에 적극적인 유럽과 소극적인 미국 간 이견 때문이다. 최종안 합의가 내년 중순으로 연기된 이유다.

미국은 자국의 제도와 비슷한 필라 2(글로벌 최저한세)에 대해서는 특별히 이견이 없다고 했지만, 필라 1은 금년에 협상이 어렵다고 했다. 필라 1은 해외국가로 과세권이 이전되는 것이어서 굉장히 첨예한 이슈다. 유럽에서는 ‘필라 1 타결 없이는 의미가 없다’는 얘기도 나와서 필라 1·2 모두 합의가 불발됐다. 파스칼 상따몽 OECD 조세정책행정국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이 대선을 의식해서 협상을 늦추고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미국의 합의 없는 디지털세 최종안은 앙꼬 없는 찐빵이다.

-내년 중순에 디지털세 최종안이 타결될까?

△내년 말 타결도 힘들다. 언제 타결될지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종료 시점이 중요한 요인이다. OECD가 내년 중순으로 설정한 것은 내년 초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되고 늦어도 5월부터 본격적인 대면회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상정하고 잡은 스케줄로 보인다. 하지만 130여개국 대표단이 대면회의를 재개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세계무역기구(WTO) 협상 못지않게 이해관계가 걸려 있어서 이견을 조율하는데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

-내년에 타결되지 않는다면?

△협상 시한이 연기될 수 있지만 일방적으로 과세를 도입하는 나라도 있을 것이다. 프랑스와 미국이 내년에 디지털세 도입에 앞서 디지털서비스세(단기적 디지털세) 부과를 놓고 격돌할 가능성이 있다. 프랑스는 디지털서비스세 부과를 더이상 늦출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국도 와인 등 프랑스 제품에 대한 관세보복을 하게 될 것이다.

-다른 나라들도 격돌할까?

△프랑스 이외 국가에서도 디지털서비스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에 수출을 많이 하지 않는 국가, 미국 달러 변동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국가, 현재도 미국과 사이가 좋지 않아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국가들이다.

일례로 인도는 디지털서비스세 일종인 균형부담금을 부과하기 시작했다. 전자상거래를 통해 인도에서 물건을 판매할 경우 추가로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이다. 일례로 우리 기업이 G마켓을 통해 인도 소비자와 직거래로 물건을 판매할 경우 균형부담금을 부과받게 된다. 사실상 관세가 붙는 셈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세 부담이 늘어 불똥을 맞을 우려가 있다.

이경근 OECD BIAC(경제협력개발기구 경제산업자문위원회) 위원.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미국 대선 결과가 디지털세 향배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트럼프가 승리하면 ‘미국 국익 제일주의’가 더욱 강화될 것이다. 디지털세 최종안 타결이 쉽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는 디지털세 판을 갈아엎자고 할 것 같다. ‘미국 기업에만 디지털세를 과세한다’고 반발할 것이다. 트럼프가 유럽 제조업체를 겨냥하면 우리나라 수출 제조업체들이 유탄을 맞게 된다. 미국과 유럽의 고래 싸움에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영 리스크가 커지는 것이다.

반면 바이든은 동맹국 유럽의 요구를 무조건 무시하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 OECD 제안에서 큰 차이가 없는 정도로 협상이 타결될 수 있다. 현재까지 OECD 제안대로 가면 우리나라에게는 좋은 일이다. 유럽뿐아니라 우리나라 상당수 제조업체들도 디지털세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OECD 제안대로 타결되면 우리나라에 독소조항은?

△독소조항 같은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필러 1의 어마운트(Amount) B를 유념해서 봐야 한다. 이는 다국적기업 국외관계사의 기본적인 판매·홍보활동에 대해 시장소재국에 고정된 비율로 과세권 배분을 하는 것이다.

즉 전세계를 7개 지역(유럽, 중앙아시아 및 아프리카, 북미, 아시아태평양, 남미, 중국, 인도)으로 나누고 산업을 5가지(의약, 소비재, 자동차, 정보통신기술, 기타일반)로 분류한다. 기능도 판매나 홍보 수준에 따라 저기능과 중기능으로 분류한다. 이 결과 총 70개 부문으로 나뉘게 된다. 70개 부문별로 기업 영업이익률의 평균값이나 중위값을 찾아내 최소한 그만큼은 시장소재지국에 일차적으로 과세권을 배분하자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어마운트 B 수준을 가급적 크게 설정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향후에 우리나라가 해외 국가(시장소재지국)에 내야 하는 세금이 늘어날 수 있어 유념해서 대응해야 한다.

-디지털세 시행까지 2~3년 정도 걸려 시간이 많이 남았다는 주장도 있는데.


△우리나라는 당장 시행되지 않는 조세 제도에 대한 관심이 낮다. 하지만 이미 외국의 다국적 기업들은 공청회에 적극적으로 참석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국제조세에 넋 놓고 있으면 나중에 된통 당하게 된다. 국제조세 룰이 합의되면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도 차기정부 부담, 미래기업 부담까지 내다보고 진지하게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디지털세가 도입돼도 국가재정에 큰 타격은 없을 것이란 전망은?

△변수는 미국이다. 미국이 어디까지 얼마나 양보할지가 관건이다. 트럼프 방식대로 미국이 제조업 과세안을 내놓으라고 계속 압박하면 우리나라는 불리한 형국에 놓일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이 해외에 디지털세를 많이 내게 되면 우리나라 국세수입도 줄어들 우려가 있다.

-문재인정부가 디지털세, 디지털서비스세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디지털세 협상이 타결되지 않는다고 해서 우리나라가 디지털서비스세를 일방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은 절대 채택해서는 안 된다. 만일 디지털서비스세를 도입하면 우리 기업이 미국에 수출하는 제품에 무지막지한 관세가 부과될 것이다. 소탐대실의 결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이 해외국가로부터 디지털서비스세를 부과받으면 우리나라 정부의 기업 지원이 필요하다. 해당 기업들의 이중과세 부담을 합리적으로 경감시켜주는 방안에 대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은 일본 수출규제 조치에 맞서 대응한 것처럼 원팀으로 단합된 대응을 해야 한다.

기획재정부에 디지털서비스세 전담과를 만들고 협상에 나설 국제조세 전문가를 키우는 등 선제적인 준비에 나서야 한다. 순환근무로 단기간 근무하게 하면 해외에 대응하기 힘들다. 국제조세 경력사다리를 만들어 실무진부터 고위공무원까지 전문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현재 정부는 기재부내에 3년간 유지하는 임시조직으로 디지털세 전담과를 설치할 예정이다.)

-단기·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에 대해 제언하자면?

△우리나라는 시장경제 체제, 소규모개방경제다. 조세정책이 시장친화적 방향으로 설정될 필요가 있다. 국제신용평가에 마이너스 요인이 될 정책은 피했으면 한다. 해외에 진출하는 우리 기업들의 국제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절차적 민주성, 예측가능성이 더 강화돼야 한다. 국회에 제출하는 중장기 조세정책에 구체적인 연도별 추진계획·액션플랜이 있어야 한다.

디지털세는 IT, 제조업 등 다양한 글로벌 기업의 무형 자산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동일하게 과세하는 방식이다. 일명 구글세로 불린다. 무형 자산의 대상·범위, 과세 방식·시기가 확정되지 않아 ‘장기적 디지털세’ 성격을 띠고 있다. 반면 디지털서비스세는 프랑스, 영국 등 일부 국가가 이르면 내년부터 글로벌 IT기업을 대상으로 과세를 하는 방식이다. 전 세계적 디지털세 단일안이 나오기 전에 시행되는 ‘단기적 디지털세’ 성격이다. [출처=기획재정부, OECD]
지난 14일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승인된 디지털세 장기대책(필라 1·2 blueprint). [출처=기획재정부, OECD,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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