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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업계에 따르면 한 대학의료원이 지분 49%를 소유한 A도매사는 거래 제약사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통상적인 유통마진(약 15% 내외)보다 마진율을 높이겠다며 이를 거부하면 앞으로 이 의료원이 운영하는 서울시내 대학병원에 약을 납품할 수 없게 된다고 통보했다. 전화를 받은 제약사 관계자는 “도매사가 원하는 수준의 마진(약 35%)을 맞추려면 영업이익이 그만큼 줄어들고 그렇다고 거부를 하면 해당 매출 자체가 날아갈 판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속앓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 약사법상 병원을 운영하는 사람이나 재단,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은 해당 병원에 의약품을 납품하는 도매업체의 지분을 50%를 초과해 보유할 수 없다. 의약품 도매업체 단체인 한국의약품유통협회 관계자는 “이 말은 해당 병원 재단은 최대 ‘50%-1주’까지 도매업체의 지분을 소유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2대 주주라고 해도 병원을 운영하는 주체라 실질적인 도매업체 소유자라고 해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이런 병원직영도매가 현행법상 불법은 아니지만 병원에 납품을 원하는 제약사 입장에서는 영업이익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부담으로 작용한다. 한 중소 제약사 대표는 “직영도매업체가 마진을 10% 높이겠다고 하면 업체 입장에서는 그만큼 이익이 줄어들게 된다”며 “그만큼 R&D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병원직영도매업체의 마진율은 통상 마진의 두세 배에 이르는 30~40%에 이르고, 대체품이 많은 약은 많게는 40% 이상의 마진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며 “회사 입장에서 어느 정도 이익이 나야 R&D에 투자를 하고 일자리를 늘릴 수 있지만 이런 식으로 마진을 높이면 R&D 투자는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병원직영도매에 대한 입장차가 모두 다르다 보니 한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는 것. 유통협회 관계자는 “병원과 손잡고 새 도매업체를 만드는 업체도 모두 협회 소속 회원사들이라 유통질서를 흐리지 말자는 원론적인 입장 외에는 강경한 방지책을 마련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제약사도 리베이트를 줄 수 없는 상황에서 도매상이 알아서 문제를 풀어주는 형태라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목소리가 있다. 한 대형 제약사 관계자는 “취급 품목이 적거나 규모가 작은 제약사는 영향을 받을 수 있겠지만 대형 제약사는 마진을 줄이더라도 납품할 수 있게 해 주면 고마울 따름”이라며 “어차피 마케팅 비용으로 나가야 할 비용으로 생각하면 마진 줄이는 게 무슨 대수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