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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19일 미국·일본에 이어 세계 3번째, 국내 최초로 ‘64K D램’을 개발한 지 36주년을 맞는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이병철 선대회장의 32주기 기일이기도 하다. 이재용 부회장은 가족들과 함께 이날 오전 경기 용인 호암미술관 인근 선영에서 열리는 추도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 선대회장은 삼성 반도체 신화의 서막을 연 주인공이다. 그는 말년에 남긴 자서전인 ‘호암자전’(湖巖自傳)에서 “삼성이 반도체 사업을 시작하게 된 동기는 세계적인 장기불황과 선진국들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값싼 제품의 대량수출에 의한 무역도 이제 한계에 와 있어, 이를 극복하고 제2의 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첨단기술 개발밖에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일본의 비웃음과 삼성 내부 우려를 모두 물리친 이 선대회장의 과감한 결단과 투자로 인해, 삼성전자는 연구 개발에 착수 한지 불과 6개월 만인 1983년 11월 19일 64K D램을 개발했다. 약 8000자의 글자를 저장할 수 있는 이 제품은 지난 2013년 8월, 문화재청이 ‘등록문화재 제563호’로 지정하며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이 선대회장은 64K D램을 개발한 지 꼭 4년째가 되던 1987년 11월 19일 세상을 떠났다.
이 회장은 D램 세계 1위에 오른 직후 “한번 세계의 리더가 되면 목표를 자신이 찾지 않으면 안된다”며 “리더 자리를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렵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이 회장이 강조한 초격차 전략이란 자체 목표를 통해, 치열한 ‘반도체 치킨게임’을 이겨내고 27년간 D램 왕좌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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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삼성전자는 D램에서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 미세공정의 한계로 여겨지던 10나노미터(㎚·10억 분의 1m)급 D램이 최종 단계인 3세대(1z)에 이르면서 EUV라는 새로운 초격차 기술이 필요해진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 입장에선 앞선 두 회장들이 이뤄낸 반도체 신화의 핵심인 D램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도약을 해야하는 무거운 책임을 안게 됐다. 이에 그는 부회장으로 승진해 경영 전면에 나섰던 2012년, EUV 노광기(반도체 웨이퍼에 회로 패턴을 그리는 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네덜란드 장비회사 ASML의 지분 3%(현재 1.5% 보유)를 확보하며 미세공정 한계에 대비해왔다. 또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에서 EUV 공정을 업계 최초로 도입해 7㎚ 이하 제품 생산에 성공했고 5㎚ 공정 개발도 마무리했다. 올 연말 완공 예정인 화성 EUV 전용라인도 내년 본격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 ‘빅3’가 모두 1z급 미세공정에 진입했지만, 차세대 D램에선 EUV 공정에 성공하지 못하는 업체가 시장에서 추가로 도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