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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이스타 회계장부 감사, 또 이상직 고교동창에 맡길 듯

금융당국, 지난주 감사인 지정대상 1241곳 확정
비상장사 이스타항공 "지정사유 없다"며 못본체
반면 애꿎은 감사인 교체 적잖아 실효성 논란
  • 등록 2020-11-16 오전 5:30:00

    수정 2020-11-16 오전 5:30:00

[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창업주인 이상직(사진) 무소속 의원의 고교동창이 십여 년간 이스타항공에 대한 회계감사를 도맡아온 데 대해 조종사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유착 의혹이 나오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강제로 감사인(회계법인)을 교체하진 않기로 했다. 조종사 노조는 현 정권과 가까운 실세 의원을 봐준 것이라 비판하지만, 정부는 규정에 따랐을 뿐 어떤 정치적 의도도 없다고 일축했다.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기계적으로 운영되는 감사인 지정 제도에 대한 실효성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논란의 중심 ‘감사인 지정제’가 뭐길래?

16일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증권선물위원회(금융감독원 위탁)는 지난주 2021년 감사인 지정대상회사 1241곳(상장 999사 + 비상장 242사)을 확정하고 통지(등기우편) 절차를 시작했다. 전년과 달리 명단은 일절 비공개에 부쳤다. 지정제는 크게 주기적 지정(458사)과 직권 지정(783사)으로 나뉜다. 제도 도입 시기나 목적은 제각각이지만, 큰 틀에서 ‘고인 물은 썩는다’는 철학을 공유한다. 기업과 감사인이 오랜 세월 짬짜미해 투자자, 채권자를 속이는 일을 막으려면 ‘독립성 제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독립성을 저해하는 가장 흔한 이유는 장기간 감사계약을 주고받거나 인맥으로 얽혀 있는 경우다.

이스타항공은 전형적인 의심 사례로 보인다. 이 의원은 2001년 말 철강·플랜트 제조업체 KIC를 인수하며 기업 경영에 투신했다. 이듬해인 2002년부터 18년간 A회계법인에 KIC그룹(이스타항공그룹) 전 계열사의 일감을 몰아줬는데 해당 회계법인 대표 B씨는 이 의원과 전주고(58회) 동기동창 사이였다. 노조는 A회계법인이 이 의원 일가의 횡령·배임 행위를 눈감아주거나 주식 가치를 유리하게 평가해주는 식으로 부정에 묵인·동조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3년 이 의원의 친형 이경일씨 배임·횡령 사건 판결에 따르면, 2008년 이스타항공그룹 계열사 간 신주 인수 과정에서 A회계법인은 신주 발행 회사의 주식 가치를 1주당 47만5234원으로 평가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A회계법인은 (이 의원 소유의 회사들이) 비정상적인 자금 거래를 한다는 점을 도외시해 수익 가치를 과대평가했다”며 “정상적으로 산정했다면 해당 주식은 1주당 4만8674원이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씨는 이 의원이 자신의 뒤를 이어 이스타항공그룹 총괄로 앉힌 인물로, 현재 이스타항공의 2대 주주인 비디인터내셔널의 대표이기도 하다.

(표=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이상직,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이 같은 폭로에 대해 이스타항공 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는 지난 9월 입장문을 내고 “‘(경영진이)회계부정 때문에 법정관리를 신청하지 않았고, 회계법인이 이를 눈감아 줬다’는 박이삼 조종사 노조위원장의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맞섰다. 이 말마따나 노조 얘기만을 곧이곧대로 믿을 순 없다.

A회계법인은 이스타항공의 2011회계연도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보고서에서 “계속기업에 대한 중대한 불확실성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지주회사 격인 이스타홀딩스의 2016년 재무제표에 대해서는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입수할 수 없었다”며 감사의견을 거절했다. 무작정 이스타항공 편을 들어줬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정황인 것이다.

결국 노조 측은 금융당국이 중립적인 감사인을 지정해 사태 해결에 나서줄 것을 기대했으나, 금융당국은 끝내 지정대상회사에 이스타항공을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스타항공이 ‘해당 사업연도 또는 다음 사업연도 중에 주권상장법인이 되려는 회사’ ‘공인회계사법상 직무제한 위반에 해당하는 감사인 등을 해임하지 않거나 새로운 감사인을 선임하지 않은 회사’ 등 19개 직권 지정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6+3’ 방식의 주기적 지정대상과도 거리가 멀다. 이스타항공은 비상장사인데, 상장사와 비교하면 이해관계자가 많지 않아 다소 느슨한 규제가 적용된 영향이다.

“이럴 거면 차라리…” 지정제 무용론도

금융당국은 “노조와 언론의 문제 제기만으로 법적 근거 없이 감사인 교체를 주문하는 것은 오히려 ‘월권’으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항변했다. 한 관계자는 “원칙에 따라 현행 법규를 해석에 적용한 결과”라고 잘라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혈연이 아니라 지연·학연을 문제 삼아 감사인을 지정하는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없을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국민적 합의를 거쳐 상장사부터 규율하는 등 차근차근 접근해야 하겠으나 ‘빈대 하나 잡으려 초가삼간을 태워버려선 안 된다’는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제도 개선 당위성에 공감하는 목소리도 적잖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 교수는 ‘애꿎은 기업들만 지정대상에 오르는 반면 정작 의심되는 기업들은 지정을 피하는 데 대해선 재고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총희 경제개혁연대 회계사는 “(이런 케이스가 있기에)전면적인 감사인 지정제를 강력히 요구했던 것”이라며 “한국적 현실에서 지연·학연을 무기로 감사계약을 따내고 회계부정에 ‘나 몰라라’ 하는 케이스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자진해서 감사인을 변경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의에 이스타항공 고위 관계자는 “현재 코로나19로 무산된 경영권 매각을 재추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면서 “감사인 관련 이슈에 대해 신경 쓰거나 대응할 여력이 없다. 새로운 인수 주체가 나타나면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가 지난 7월 29일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무소속(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조세포탈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같은 달 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열린 이스타항공노동자 결의대회 모습.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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