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장기화에 한글·구구단 잊은 초등학생…학력 격차 심화

교육 취약계층, 학습조력자 부재·원격수업 장기화에 발달퇴행도
"부모의 지원 여력 양극화에 중위권 사라져"
"학습수준·가정상황 따라 선택지 있어야"
  • 등록 2021-02-09 오전 5:55:00

    수정 2021-02-09 오전 5:55:00

[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니은(ㄴ)을 몰라요, 니은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취약계층 학생들의 학력 격차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학생은 한글·구구단 등을 잊어버리는 등 발달 퇴행도 나타났다. 학교가 문을 닫은 이후, 학교가 전부였던 아이들에게 학력 공백이 커지면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한 초등학교에서 원격 수업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8일 한국교육개발원의 ‘코로나19 확산 시기, 불리한 학생들의 경험에 대한 질적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 시기에 교육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있는 학생은 대인관계 축소와 미디어 몰입에 따른 정서적 불안정, 비대면 수업 부적응 등으로 학력 저하가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대도시, 중소도시, 읍면지역 등 4개 지역 학생 13명과 학부모(보호자) 11명, 학교와 교육청 관계자 29명, 지역기관·지방자치단체 관계자 14명 등 총 67명과 면담하고 관련 자료를 분석해 이 같은 진단을 내놨다.

실제로 초등학교 1학년이던 주인이는 가정형편은 어려웠지만 선생님의 특별지도로 학습을 따라가는데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2학년이 된 주인이는 글자를 모르는아이로 변했다. 코로나19 여파에 온라인 수업이 이뤄졌던 기간 방치되다시피하면서 글자를 읽고 쓰는 것을 잊어버린 것이다.

초등학교 고학년 중에서도 ‘100 더하기 80’ 수준의 간단한 덧셈 계산에 한참 시간이 걸리는 학생, 구구단을 잊어버린 학생도 있었다. 초등 4학년이지만 집에서 학습조력자 없이 생활하는 동안 완전히 잊어버렸다는 얘기다.

취약계층 학생들은 학부모가 잘 돌봐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사교육 등 기댈 곳이 마땅하지 않아 학교가 학습의 전부였는데 휴교·원격 수업 등이 이어지며 부작용이 심각해지고 있는 셈이다. 부모의 경제력 약화와 스트레스 증가, 교사·돌봄 인력과의 접촉 부족, 또래와의 학습 상호 작용 부족, 온라인 학습 지원 환경 부족 등 주변 환경이 코로나19 상황에서 더욱 불리하게 작용했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에 그 범위가 넓어지고 정도도 심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코로나19로 실업을 경험하거나 실직 위기에 있는 학부모를 둔 학생, 지적 장애 학부모를 둔 학생, 재택근무를 할 수 없는 학부모를 둔 학생 등이 불리한 학생의 범주로 편입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 고등학교 교사는 “오프라인 수업에서 부모에게 적절히 지원받는 학생들도 온라인 수업에서는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돼버렸다”면서 “부모의 지원 여력도 양극화가 되어 그에 따라 중위권 학생들이 하위권으로 밀려나는 양극화 현상이 강화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옆에서 잘 지원을 해주는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는 성적 격차가 날 수밖에 없다”며 “등급으로 굳이 얘기하자면 4, 5, 6등급이 한두 등급씩 낮춰지는 듯한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한 중학교 교사 또한 “맞벌이 부부 같은 경우는 아이들 케어가 안 되니까 뻔히 알면서도 관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면담에 참여했던 지역기관 담당자는 “표준어의 정의가 교양 있는 사람들이 쓰는 서울말인 것처럼 온라인 수업은 엄마·아빠가 있으면서 최소한 퇴근 후에 애들을 봐줄 수 있는 애들에개 적합한 교육인 것 같다”면서 “기본적으로 학습 수준, 가정 상황에 따라 A, B, C 수준의 선택지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 아이들은 못 따라간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공교육의 기능이 약해지고 있는 가운데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학생들의 학습격차가 커지고 있다면서 대책 마련을 요구한다.

연구팀은 “학교 밖에서도 원활하게 학습할 수 있는 업데이트된 스마트 기기, 프린터, 공적 학습 공간이 보장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원격교육을 힘들어하는 학생들을 고려해 원격·대면 교육을 어떻게 접목할 수 있을지 ‘디지로그’(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 교육 체제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기초학력이 미달되는 학생이나 학습취약계층 학생들이 방치가 안되도록 학습 조력자가 필요하다”면서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선에서 기초학력 전담교사를 채용하는 등 취약계층 학생을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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