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株소설]조금 새로운 것과 완전히 새로운 것…美 성장과 中 유동성

"IMF, 연준 美 성장률 올해 하향 대신 내년 상향…고점 이연"
"中 경제, 저성장 국면 진입…내년 경기 美 > EU > 中"
성장률 기준, 경기 이미 '피크 아웃'
"中 신용자극지수, 경기 고점 한계 있지만 주식은 몰라"
경기사이클 기대 없는 시점서 '주식 상승 트리거'
  • 등록 2021-10-19 오전 7:56:08

    수정 2021-10-19 오전 7:56:08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선반영’,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아라’, ‘고퍼(PER·주가수익비율)에 사서 저퍼에 팔아라’ 등은 주식시장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얘기들입니다. 공통점은 ‘기대’입니다. 투자자들은 기업이 실적을 내기도 전에 그 기댓값을 미리 예상하고 주식을 거래합니다.

(이미지=thenewdaily)
올해 여러 주요 기업들이 사상 최고 실적을 내고 있음에도 코스피가 시원치 않은 이유는 여기에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주식을 할 땐 단순히 이익과 경기 레벨이 누가 더 높으냐만 따져서는 안 된다는 조언이 나옵니다. 해당 이슈가 이미 어느 정도 기대되고 있던 것인지, 아니면 전혀 기대하지 못한 새로운 것인지도 따져봐야 합니다. 내년 세계 경기는 미국이 이끌 가능성이 크지만, 그렇다고 미국 주식만 꼭 좋으리란 법은 없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미국의 성장은 이미 기대된 것이지만, 다른 곳에서 새로운 게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美 경기, 이연효과에 내년 초 산다…中은 ‘내연 경제’ 진입

경기 사이클이 늘어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올여름께 공급 병목 현상이 끝을 보면서, 잠시 멈췄던 경기 성장의 재가동 시점이 올 하반기에서 내년 초반으로 바뀌었단 것입니다. 생산기지 중 하나인 동남아시아는 예상치 못한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타격을 입었습니다. 유럽의 천연가스 공급 부족이 촉발한 ‘그린플레이션’은 에너지 가격을 상승시켰습니다. 이에 기업들은 원하는 만큼 물건을 팔지도 못한데다, 에너지 가격 상승에 대한 비용 부담으로 실적 압박에 시달리는 기간이 늘었습니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제 상황을 예로 들며, 경기 사이클을 설명합니다. 그는 미국 경제에서 벌써 보였어야 할 3R이 연말이나 내년 초께 나타날 것으로 전망합니다. 3R은 리오프닝(Re-Opening), 리스타킹(Re-Stocking), 리플레이션(Reflation)입니다.

그는 “코로나19 이전으로 생활이 정상화될 부분이 남아 있고(리오프닝), 5~8월 델타 변이와 병목 현상으로 지체된 재고 재축적(리스타킹)이 4분기와 내년 상반기로 이연되면서 경기확장(리플레이션) 기간이 늘어날 것”이라며 “병목 현상으로 수주 잔고(허가는 받았지만 착공에 들어가지 못한 주택)가 증가한 5~8월에는 목재 가격이 하락했는데 착공이 재개되면 목재 가격도 오를 것이고, 이는 미국 제조업 경기 확장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의 올해 성장률은 하향 조정했지만, 내년은 올려 잡았습니다. 연준은 지난 7월에 올해 성장률을 7.0%에서 5.9%로 내리고 내년은 3.3%에서 3.8%로 올렸습니다. IMF는 올해를 직전 7.0% 성장으로 봤지만, 최근 6.0%로 줄이고 내년은 4.9%에서 5.2%로 올렸습니다. 경기 확장 시점이 이연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입니다. 김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과 IMF가 올해 성장률을 하향한 대신 내년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는 등 미국의 경기 고점은 내년 초로 이연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반면 IMF는 중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을 직전보다 0.1%포인트 낮춘 8%로, 내년도 0.1%포인트 낮춘 5.6%로 제시했습니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도 올해와 내년 중국 성장률을 직전보다 각각 0.4%포인트, 0.5%p 낮춰 8.0%, 5.0%로 제시했습니다. 그는 “하반기 들어 가속화되고 있는 정부의 각종 규제와 9월부터 불거진 전력난 이슈, 그리고 병목현상 문제로 2021년 하반기 성장률은 평균 4%대에 진입하고 2022년에는 5%대 초반을 향해 내려갈 것”이라며 “이는 예상보다 중국의 성장 속도가 둔화될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습니다.

안기태 연구원은 중국이 내연 경제(Implosion Economy)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2000년대 글로벌 성장을 주도했던 중국이지만, 이젠 성숙기에 접어들어 ‘금융위기 없이 성장률이 하향 안정’되는 내연화가 진행된다는 것입니다. 그는 “10년 단위로 나눠 볼 때, 2000년대를 제외하면 글로벌 경제는 미국 주도로 성장, 2000년대 중국이 글로벌 성장을 주도한 것이 특이한 경험이다”이라며 “중국 경제의 저성장 국면 진입이 신흥국 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이 되겠으나 선진국 경제가 내년에도 잠재 성장률을 웃돌면서 일부 상쇄될 것으로, 향후 성장 모멘텀을 단순화하면 미국 > 유럽 > 중국 > 신흥국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습니다.

中 신용자극지수 하단 변곡점이란 ‘트리거’

정리하면 내년 경기는 올해 멈칫했던 미국이 주도하고 중국은 비교적 부진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주식시장이 이러한 궤적을 그대로 따르리란 법은 없습니다. 성장은 주식을 움직이는 매우 중요한 동인이지만, 다른 요인들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중국의 신용자극지수(Credit Impulse·신용창출 규모/GDP)란 지표는 흥미롭습니다. 역사적 저점을 찍고 반등할 변곡점에 닿아 있는데, 경기적 측면과 주식시장에서의 의미가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안기태 연구원은 “중국은 위기감이 절정에 달한 시기 신용자극지수나 철강 생산의 저점 기간과 거의 일치하는데, 지금이 여기에 해당되며 올라가는 폭은 과거 사이클 상단일 것”이라며 “그러나 앞으로 중국 정부가 강력한 신용창출로 성장을 도모하기가 어려워졌고 애당초 2035년까지 4.5% 성장만 해도 정부 목표를 달성하므로 반등 폭 역시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시장의 눈으로 보면 조금 다른 관점이 나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가 말한 ‘시장의 눈’을 이해하려면 그간 주식시장이 어디에 집중하고 있었는지 짚어봐야 합니다. 연초 이후 MSCI ACWI(전세계 지수)는 줄곧 상승하다가 지난 9월 3일 올해 최고점을 기록한 뒤 조정 중에 있습니다. 올해 내내 60일선의 지지를 받으며 상승하던 S&P500 지수도 9월 2일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10월 초에는 120일선을 하회하기도 했습니다. 코스피는 연초 3000선을 넘긴 뒤 3200선 안팎을 횡보하다 9월 이후엔 200일선까지 하회하고 있습니다. 미국채 10년물이 1.3%대에서 1.6%까지 상승할 때가 9월 22일~10월 8일입니다. 올해 초처럼 기대인플레이션이 이끄는 상승이 아닌 실질금리가 견인해 명목금리가 올랐습니다. 생각보다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빨리 또 가파르게 올릴 거란 우려가 반영됐기 때문으로, 금리는 상승하고 주식은 하락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에 반해 주식시장은 생각보단 성장에 대해선 크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연율 기준 미국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6.3%, 2분기는 6.5%를 기록했습니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3분기 성장률이 3.5%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습니다. 한국의 1분기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1.7%에서 2분기 0.8%를 기록했습니다. 3분기는 더 낮을 가능성이 거론되며 한국은행이 제시한 올해 4% 성장률을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단 우려도 나옵니다. ‘성장의 상반기 피크 아웃’이 이미 예견됐음에도, 시장은 이보단 긴축에 대해 신경 썼던 셈입니다. 시장의 눈이 성장에 가 있지 않은 상황이라면, 미국 경기 사이클이 늘어졌든 쪼그라들었든 크게 관계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성장이 좋아진다 해도 올해의 개선 폭보다 더 좋을 순 없습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이후 주식시장의 선전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돈을 푼 것’으로, 조정은 ‘푼 돈을 다시 거둬들이는 것’으로 해석합니다. 공교롭게도 중앙은행은 이전 경우까지 포함해 경기가 정점을 기록하는 것을 보고 긴축에 대해 생각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경기가 살아날 만큼 살아난 것을 확인한 뒤에야 돈을 되감을 수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그 역시 중국의 신용자극지수 반등이 엄청난 유동성 공급 및 경기의 초호황으로 연결될 것으로 보진 않습니다. 다만 2분기 피크아웃한 경기에 더는 기대할 게 없는 상황에서, 유동성에 익숙한 주식시장이 이를 좇을 가능성을 보고 있습니다.

그는 “코스피 반등의 트리거로 통화, 재정정책을 주목하는데, 앞으로도 당분간 경기사이클과 이익 모멘텀은 기대할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따라서 반등의 트리거는 펀더멘탈 요인보단 밸류에이션 요인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고, 밸류에이션이 반등하기 위해서는 각 국가들의 긴축적인 재정, 통화정책의 형태가 최악인 상황을 지나야만 한다”며 “그런 측면에서 가장 먼저 정책을 돌릴 수 있는 국가는 중국으로, 신용자극지수는 이미 바닥까지 하락했고, 과거 바닥 국면에서 중국의 정책 전환을 이끌어낸 사건은 두 가지로 ‘연준 긴축’과 ‘구매관리지수(PMI)의 50 하회였다”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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