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규모의 경제'빠진 제약강국의 꿈

정부 바이오헬스 육성전략, 핵심 빠져 비현실적
'규모의 경제'없는 글로벌 제약사 도약은 불가
대대적 구조재편 통한 덩치키우기가 핵심돼야
합종연횡으로 제약강국 진입 일본이 반면교사
  • 등록 2020-02-10 오전 6:37:33

    수정 2020-02-10 오전 6:37:33

[이데일리 류성 바이오전문기자] 경제에는 모르쇠로 일관하는 듯한 현정부이지만 그래도 예외는 있어 보인다. 바로 바이오헬스에 대한 정부의 의욕이다. 일찍이 바이오헬스를 3대 미래성장동력으로 선정하고 정부는 기회있을 때마다 이례적으로 이 산업을 키워보겠다고 다짐한다.

연초에도 홍남기 부총리는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혁신성장전략회의에서 “국내 바이오헬스 산업을 포스트 반도체 산업으로 키워내겠다”고 재천명했다. 그의 발언은 한국을 ‘제약강국’으로 육성하겠다는 현정부 정책과 맞닿아 있다.

그럼에도 바이오헬스 육성을 위한 정부 청사진을 보면 안타깝지만 과연 제약강국이 실현가능할까하는 의구심이 먼저든다. 정부의 바이오헬스 육성전략은 연구·개발(R&D) 혁신, 인재 양성,규제·제도 선진화, 생태계 조성,사업화 지원 등으로 요약된다.

겉보기에 그럴싸해 보이지만 이 밑그림은 무엇보다 바이오헬스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않은 탓에 핵심전략이 빠져있다. 이 육성책의 골자를 보면 전기차나 인공지능(AI), 4차산업에 적용해도 별다른 무리가 없을 정도다. 그만큼 산업특성을 감안하지 않은 범용적 아이디어의 집합일뿐이라는 얘기다.

바이오헬스는 어느 산업보다 ‘규모의 경제’를 갖춰야 승산이 있는 분야다. 덩치가 크지 않고서는 신약하나 개발할수 없다. 1개 신약을 개발하려면 10여년간 2조원 이상 투자해야 한다. 1만개 신약후보물질 가운데 단1개 만 상업화에 성공하는 고위험 사업이기도 하다.

대규모 매출과 수익창출 능력을 갖춰야만 신약개발을 통한 글로벌 업체로의 도약이 가능한 섹터인 것이다. 그리고 글로벌 제약사의 탄생없이 제약강국은 꿈도 못꿀 일이다. 요컨대 제약강국으로 가려면 국내 제약사들이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것이 가장 시급한데 정부는 이 핵심 요인을 간과하고 있다. 대대적 제약·바이오업계 구조재편을 일궈낼 합종연횡 유도전략이 없이는 어떤 바이오헬스 육성책도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 2018년 기준 국내 제약사 숫자는 329개에 달할 정도로 난립해 있다. 상위 150개 제약사 매출을 합해도 20조 4000억원(2018년 기준)으로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53조 7700여억원)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현대제철(004020)의 지난해 매출(20조5126억원)보다 적다.

우리보다 앞서 제약강국으로 우뚝선 일본 사례가 반면교사다. 일본 정부는 지난 1990년대 당시 2000여개가 넘던 제약사를 300여개로 대폭 줄이는 정책을 펴면서 제약강국으로 진입하는데 성공했다. 복제약의 약가를 절반 수준으로 낮추면서 신약개발없이 복제약에만 의존하던 중소제약사들의 통폐합을 이끈게 먹혀들었다. 현재 글로벌 상위 제약사 50권 안에 일본 제약업계가 8자리를 차지한다.

일본 제약업계 뿐 아니라 글로벌 제약사들도 인수·합병(M&A)을 거치면서 덩치를 키우는 게 필수적 생존전략이 됐다. 물론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규모의 경제가 글로벌 제약사로의 도약을 반드시 기약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작은 덩치로는 어떤 파격적 육성책을 펴더라도 글로벌 제약사로의 성장은 사실상 불가하다. 국내 바이오헬스 산업은 지금 창조적 파괴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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