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바이오헬스 육성을 위한 정부 청사진을 보면 안타깝지만 과연 제약강국이 실현가능할까하는 의구심이 먼저든다. 정부의 바이오헬스 육성전략은 연구·개발(R&D) 혁신, 인재 양성,규제·제도 선진화, 생태계 조성,사업화 지원 등으로 요약된다.
겉보기에 그럴싸해 보이지만 이 밑그림은 무엇보다 바이오헬스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않은 탓에 핵심전략이 빠져있다. 이 육성책의 골자를 보면 전기차나 인공지능(AI), 4차산업에 적용해도 별다른 무리가 없을 정도다. 그만큼 산업특성을 감안하지 않은 범용적 아이디어의 집합일뿐이라는 얘기다.
대규모 매출과 수익창출 능력을 갖춰야만 신약개발을 통한 글로벌 업체로의 도약이 가능한 섹터인 것이다. 그리고 글로벌 제약사의 탄생없이 제약강국은 꿈도 못꿀 일이다. 요컨대 제약강국으로 가려면 국내 제약사들이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것이 가장 시급한데 정부는 이 핵심 요인을 간과하고 있다. 대대적 제약·바이오업계 구조재편을 일궈낼 합종연횡 유도전략이 없이는 어떤 바이오헬스 육성책도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 2018년 기준 국내 제약사 숫자는 329개에 달할 정도로 난립해 있다. 상위 150개 제약사 매출을 합해도 20조 4000억원(2018년 기준)으로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53조 7700여억원)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현대제철(004020)의 지난해 매출(20조5126억원)보다 적다.
일본 제약업계 뿐 아니라 글로벌 제약사들도 인수·합병(M&A)을 거치면서 덩치를 키우는 게 필수적 생존전략이 됐다. 물론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규모의 경제가 글로벌 제약사로의 도약을 반드시 기약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작은 덩치로는 어떤 파격적 육성책을 펴더라도 글로벌 제약사로의 성장은 사실상 불가하다. 국내 바이오헬스 산업은 지금 창조적 파괴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