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기말 보릿고개 넘어야 하는데…현장선 엇박자

올스톱된 회사채 발행…CP시장도 17일이후 순상환기조
산은 등 정책금융기관 어쩌나…금융지주도 `난색`
4월 채안펀드 집행돼도 스프레드 확대 불가피
국채금리 안정위해 한은 역할 `필수적`
  • 등록 2020-03-26 오전 12:16:00

    수정 2020-03-26 오전 12:16:00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금융당국은 자금시장 경색을 풀겠다며 통 큰 지원책을 발표했지만, 현장에서는 당장 3월 말까지 버티는 것이 문제라고 아우성이다. 향후 일주일간 만기가 돌아오는 시장성 차입금이 6조원에 육박하면서 힘겨운 보릿고개를 넘어야 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42조원의 대규모 지원을 하기로 했지만 실제 자금은 4월부터 투입되는데다 정책금융기관, 은행 등 관계기관간 협조도 삐걱대면서 순조롭게 자금집행이 이뤄질 지 의문이 제기된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회사채 발행 올 스톱…CP 초단기화 `가속화`

25일 본드웹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기업어음(CP)과 회사채 규모는 5조5000억원을 웃돈다. 특히 오는 31일은 1분기(1~3월) 결산일로 기관들의 현금 확보가 늘어나고 있어 기업들의 보릿고개는 더 심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3월 들어 지난 24일까지 회사채 발행액은 3조9770억원으로 전년동기(5조7082억원) 대비 30% 감소했다. 코로나19의 팬데믹에 투자하겠다는 곳을 찾기 어려우니 발행도 뜸해진 것이다.

CP시장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이달 1일부터 25일까지 CP 발행금액(할인액)은 25일까지 20조2714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3.1%(6조1062억원) 급증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상환액은 53.6%나 늘어난 18조8309억원이다. 결국 순발행은 24.5% 줄어든 1조4405억원에 그친 것이다. 특히 지난 17일부터는 7거래일 연속 순상환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기업들이 CP로 자금을 조달하더라도 차환이 아닌 차입금 상환에 쓰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 7일간 순상환 금액은 1조3187억원 규모나 된다.

이처럼 자금조달이 원활하지 않은 만큼 분기 마감까지 남은 시간이 고역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달 말까지 만기도래하는 기업어음(CP)과 회사채가 5조5119억원 수준이고 여전채 등 기타금융채(5425억원)를 포함하면 6조원을 웃도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유동성 지원은 4월부터 본격 시행된다. 당장 분기 마감인 3월 말까지 밀려드는 자금수요를 맞춰야 하는 금융사와 기업에겐 정책 공백이 생긴 셈이다.

산은 등 정책금융기관 `난감`…4월 채안펀드 집행되면 어떻게?

보릿고개를 간신히 넘긴다고 해도 안도하긴 어렵다. 다음달 채권시장안정펀드가 집행되더라도 당분간 크레딧 스프레드(국고채와 회사채 금리 차이) 확대는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높다. 그동안 발행이 미뤄졌던 회사채가 쏟아질 경우 시장변화를 감안한 가격 조정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고, 미국 내 코로나19가 확산일로여서 외국인 국채 투매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외국계 운용사 관계자는 “A1 이상 우량물만 단기자금 조달이 원활하고 A2 이하는 자금 조달이 끊긴 것으로 보인다”며 “A2 등급도 사실 코스피기준 상위 30%에 해당하는 기업인 만큼 앞으로 한 두 달은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형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시장이 안정을 되찾더라도 중요한 것은 기업의 실적”이라며 “결국 크레딧물을 담을지 말지 결정하는 핵심은 펀더멘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금시장 지원방안이 속도감 있게 실행될 지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금융당국은 최대한 빨리 정책자금을 조성해 집행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일선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금융지주사들은 채권시장안정펀드와 증권시장안정펀드에 출자하는 데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고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도 분위기가 심상찮다. 국책은행 관계자는 “정책자금을 조기에 빨리 집행하고 싶어도 아직 금융당국에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주지 않았다”며 “과거 위기 때 금융당국을 믿고 과감한 지원에 나섰다가 탈이 난 경험도 전혀 신경 안 쓸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국책은행 관계자는 “정부의 100조 지원에 대해 통 큰 지원, 전례 없는 지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은 괴리가 크다”며 “달러 유동성 공급에 나서라고 해도 정작 시중은행 뿐 아니라 정책금융기관도 달러 대출에 대해 사실상 금지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현재 발표한 지원을 소진한 이후 역시 걱정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자금시장 불안이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정책금융기관의 지원여력이 우선 걱정거리다. 발권력이 없는 정책금융기관이 금융회사 건전성 규제 비율 등을 준수하면서 끌어올 수 있는 자금은 한정돼 있어 한국은행 등이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대규모 금융안정책에도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시행하는 국채금리 안정정책이 추가로 필요할 것”이라며 “2008~2009년 한은이 1조원 규모로 시행한 단순매입을 늘리거나 정부대출을 활용해 국채 발행물량 부담을 줄이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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