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새끼 오징어'는 '총알 오징어'가 아니다

  • 등록 2021-02-05 오전 5:00:00

    수정 2021-02-05 오전 5:00:00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총알 오징어가 새끼 오징어라는 걸 이번에 알았네요. 절대 먹지 않아야겠어요.`

본지가 보도한 어린 오징어 유통 실태 기사에 대한 독자 반응은 적극적이었다. 어린 오징어 어획과 유통을 금지하라는 요구부터 스스로 소비하지 않겠다는 다짐까지 다양했다. 개중에는 이른바 `총알 오징어`가 새끼 오징어라는 사실을 처음 인지한 독자도 다수였다. 무의식중에, 은연중에 어린 오징어를 소비한 데 대한 반성이 뒤따랐다.

작년 10월 경북 포항 죽도시장 매대에 올라온 오징어. (사진=연합뉴스)
소비자의 죄책감은 착오에서 비롯한 측면이 크다. `총알 오징어`라는 해괴한 별칭이 새끼 오징어라는 사실을 가려서 착오를 유발했다. 갖가지 별칭을 붙여 상품을 기획·판매한 이들의 상술이 소비자를 죄스럽게 만들었다. 그러나 어린 생선 판매는 근시안적인 접근이다. 오늘의 이윤을 위해 개체 수를 위협하면 내일은 팔 것이 사라질 수 있다. 한때 흔하게 잡히던 오징어가 금(金)징어가 되는 과정에서 총알 오징어가 소비된 것이 사례다. 제2의 오징어 사태는 얼마든지 반복할 수 있다.

뒤늦게나마 유통업계에서 반응이 나와 고무적이다. 롯데마트와 SSG닷컴, 이베이코리아, GS리테일, NS홈쇼핑은 앞으로 총알 오징어를 포함해 어린 생선 판매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본지 기사와 소비자 반응을 토대로 어족자원 보호에 동참하고자 내린 결정이다.

물론 산지에서는 항변한다. 새끼 오징어를 잡으려고 잡은 게 아니라, 잡다 보니까 잡혔다고 한다. 항변을 수긍할 점이 있지만, 일반화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새끼 생선 유통이 정당화되면 어족 자원 씨를 말릴 수 있다. 이런 상품까지 유통을 막는 점에서 유통업계의 판매 중단 조처에 긍정적 평가가 뒤따른다.

유통업계 전반에서 동참이 뒤따를지는 미지수다. 매출이 줄어서 손해를 감수하는 것은 부담이다. 그러나 “감수할 만한 손해”라는 게 동참 기업의 설명이다. 이런 방향이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가치에 들어맞기 때문이다. ESG 흐름을 거스르고서는 기업은 생존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새끼 생선을 판매하는 것은 ESG를 정면으로 역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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