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전남 강진 여고생 실종 사망, 강서 PC방 살인. 지난해에도 충격적인 사망·살인 사건이 많은 국민을 놀라게 했지만 2019년 한국 사회를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에 빠뜨린 살인사건이 두 건이나 발생했다. ‘안인득 아파트 방화·살인 사건’과 ‘고유정 전 남편 토막 살해 사건’이다. 두 사건은 범행 방식의 잔혹함과 수법의 치밀함 모두 상상조차 하기 힘든 끔찍한 범죄로 2019년 한국 흉악 범죄의 실태를 보여 준다.
‘묻지 마 살인마’…보호관찰제 정비요구 커져
|
현장에서 검거된 안인득은 당당했다. 안은 범행 다음 날인 18일 “억울하다. 10년 동안 하루가 멀다 하고 불이익을 당했다. 화가 날 대로 났고 억울한 사람들 조사좀 해 달라”고 외쳤다. 조현병을 앓아 온 안은 ‘심신 미약’을 근거로 항변했지만 결국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안인득의 ‘묻지 마 방화·살인’으로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국회에서는 이른바 ‘안인득 방지법’, 보호관찰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다. 치료 감호나 치료 명령을 받고 보호관찰 대상이 된 사람의 보호관찰이 끝났을 때, 보호관찰소장이 관할 경찰서장과 정신건강복지센터장에게 보호관찰 종료 사실 등을 통보하도록 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경찰이 안인득의 병력 등을 미리 파악했다면 20명이나 넘는 사상자를 낸 대형 참극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
안인득이 앓아 왔던 조현병에 대한 국가적인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해부터 경북 포항 약사 살해, 치킨배달원 가해, 대구 달서구 10대 남학생 피살 등 유사범죄가 끊이질 않았고 안인득 참극까지 초래됐다는 것이다. 조현병 환자가 사회적 관심 속에서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받도록 하는 것이 환자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편익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라는 것이다.
전 남편 살해 혐의…의붓아들까지 살해?
|
안인득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여 뒤인 5월25일. 고유정(36)은 제주시 조천읍 한 펜션에서 전 남편 강모(36)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했다. 범행 당시 고유정은 전 남편과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A(5)군과 동행 중이었다. 27일 펜션을 나섰고 다음 날 배편으로 제주를 빠져나갔다. 완도행 여객선상에서 전 남편의 시신 일부를 버렸다. 경기도 김포시 등에서도 시신 일부를 유기한 것으로 추정된다. 6월 1일 청주에서 경찰에 긴급 체포된 고유정은 “왜요? 그런 적 없는데, 제가 (남편에게) 당했는데”라고 반문했다.
고유정 사건은 겨울이 되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검찰이 고를 의붓아들 살해 혐의로 추가 기소한 것이다. 검찰은 고유정이 지난 3월 2일 새벽, 충북 청주시 자택에서 현 남편과 한 침대에서 자던 의붓아들 B(4)군의 등 위로 올라타 아이의 머리를 침대 방향으로 돌린 뒤 강하게 압박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지방법원은 전 남편 살해와 의붓아들 살해 의혹 두 건을 병합 심리 중이며 내년 초 두 사건의 결심 공판을 진행할 계획이다. 고유정 측은 혐의를 전면 부인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