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사오정' 시대 다시 오면 안 된다

두산중공업 등 주요 기업들 구조조정 착수
기업이 고용 늘릴 수 있는 환경 조성해야
  • 등록 2020-02-20 오전 6:00:01

    수정 2020-02-20 오전 6:00:01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20여년 전 외환위기가 한국 경제를 덮쳤을 때 ‘사오정’이란 말이 유행했다. ‘45세면 정년’이란 의미다. 이 단어는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가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지난 2018년 한국 근로자의 평균 나이는 45.3세였다. 그러나 최근 산업계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은 위기 당시의 유행어를 다시 떠올리게 만든다.

두산중공업은 만 45세 이상 직원 2600명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받고 있다. 이 회사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탈원전 정책 때문에 수주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그동안 가스터빈 국산화·풍력·수소 등 사업 다각화, 신기술 개발, 재무구조개선 등 다양한 자구노력을 펼쳐왔지만, 결국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가뜩이나 경영 사정이 좋지 않던 이 회사는 지난해 일본 불매운동으로 타격을 입은 데 이어 올해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막대한 적자가 불가피해졌다. 사장 이하 모든 임원은 일괄 사표를 제출했다.

롯데쇼핑은 전국에 있는 백화점, 슈퍼, 마트 등 700여 개 오프라인 점포 중 30% 수준인 200여 개를 정리한다. 롯데쇼핑이 점포 문을 닫는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것은 1979년 창사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워낙 많은 점포가 사라지게 돼 일부 인력 감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청와대는 틈만 나면 “고용의 양과 질이 모두 뚜렷하게 개선됐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기업 현장의 실상은 이처럼 전혀 다르다.

분명히 해둬야 할 것은 최근의 경제 위기 징후가 코로나19 확산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해 일자리는 ‘재정 퍼붓기’에 의존한 60대 이상 취업 증가자는 37만7000명 늘었지만, 활발한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 40대와 30대 취업자가 각각 16만2000명, 5만3000명 감소했다.

다른 경제지표들도 악화됐다. 지난해 전산업생산 증가율은 0.4%로 지난 2000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였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2.9%로 외환위기 때인 1998년(67.6%) 이후 21년 만에 가장 낮았다. 설비투자는 7.6% 감소해 2009년(-9.6%) 이후 10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이같은 상황에서 올해 중국 우한에서 발생해 국내로 유입된 코로나19는 경제 위기 가능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앞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한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2.1%에서 1.9%로 낮췄다. 노무라증권은 올해 1분기 한국의 성장률이 최악의 경우 -2.9%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는 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을 늘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 법인세율을 경쟁국 수준으로 낮추고, 선진국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상속세를 대폭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한 상법, 공정거래법 등 기업 경영권에 부담을 주는 문제도 종합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기업들의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는 요구도 끊이지 않는다. 정부가 단기 노인 알바를 늘릴 수는 있어도, 양질의 일자리를 상시 공급하는 것은 기업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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