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호의 PICK]2인 21역, 연기의 맛 살린 '오만과 편견'

지난해 화제의 2인극 다시 무대로
제인 오스틴 '로맨틱 코미디' 고전
쉴 틈 없는 연기 변신으로 재미 더해
  • 등록 2020-09-29 오전 6:00:00

    수정 2020-09-29 오전 6:00:00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두 명의 배우가 21개의 배역을 연기해 화제가 된 연극 ‘오만과 편견’이 지난 19일부터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스24 스테이지 3관에서 1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르고 있다. 제인 오스틴의 고전 로맨스 소설을 무대만의 매력으로 새롭게 느낄 수 있는 기회다.

연극 ‘오만과 편견’의 한 장면(사진=달컴퍼니, 파크컴퍼니).
제인 오스틴이 1813년 발표한 ‘오만과 편견’은 19세기 영국을 무대로 젠트리 계급의 똑 부러진 숙녀 리지와 상류계급의 무뚝뚝한 신사 다아시가 여러 갈등 속에서 사랑에 빠지고 결혼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전형을 정립한 고전 중의 고전으로 지금도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로 꾸준히 재해석되고 있다.

이번 연극은 영국 배우 겸 작가 조안나 틴시가 2인극으로 각색한 버전이다. 소설 출판 200주년을 기념해 2014년 9월 영국 솔즈베리 극장에서 초연했다. 연출가 애비게일 앤더슨이 빠르고 활기찬 연출을 선보여 “많은 각색 버전이 존재하지만 원작보다 더 재미있다”는 호평을 받았다. 국내서는 지난해 달컴퍼니 제작으로 초연했다. 이번 재연은 달컴퍼니와 파크컴퍼니가 공동제작을 맡았다.

단 두 명의 배우가 등퇴장 없이 무대서 수많은 배역을 번갈아 소화해 살아 있는 연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이들은 자신의 성별과 상관없이 ‘오만과 편견’ 속 여러 인물을 동시에 연기한다. 배역이 헷갈릴 법도 하지만 능수능란하게 역할을 소화하는 배우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공연 시간은 휴식시간 15분을 포함해 160분에 달한다. 그러나 끊임없이 다른 역할로 변신하는 배우들의 연기를 보다 보면 좀처럼 지루함을 느끼기 힘들다. 손수건, 부채, 지팡이 등 소품을 활용해 역할을 구분하고 연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당돌한 리지를 연기하던 배우가 철부지 리디아로 변신하고, 근엄한 다아시가 수줍음 많은 제인으로 돌변하는 등 배우들의 반전 연기도 ‘오만과 편견’에서만 만날 수 있는 재미 중 하나다.

또한 연극은 기존에 제작된 영화, 드라마와 달리 원작이 지닌 문학적인 매력을 무대서 잘 살려내 눈길을 끈다. 계급에 감춰진 위선과 허위의식을 비꼬았던 제인 오스틴의 특유의 문체는 배우들의 대사로 고스란히 재현된다. 어떻게든 딸들을 결혼시키려는 미시즈 베넷, 잘 생긴 외모 속에 비겁함을 감춰둔 위컴이 등장할 때는 ‘오만과 편견’이 로맨스이면서 동시에 뛰어난 풍자를 담고 있는 작품임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한다.

초연 멤버인 김지현, 정운선, 이동하, 이형훈이 다시 무대에 올라 물오른 연기를 펼친다. 여기에 백은혜, 홍우진, 신성민이 새로 합류해 신선함을 더한다. 연극 ‘렁스’, 뮤지컬 ‘펀홈’의 연출가 박소영이 다시 초연에 이어 연출을 맡아 감성적인 무대를 선보인다. 공연은 오는 11월 29일까지.

연극 ‘오만과 편견’의 한 장면(사진=달컴퍼니, 파크컴퍼니).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돌발 상황
  • 이조의 만남
  • 2억 괴물
  • 아빠 최고!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