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게 먹던 라면 국물, 왜 물을 오염시킬까 [물에 관한 알쓸신잡]

물의 자정작용과 BOD
  • 등록 2021-12-11 오전 11:30:00

    수정 2021-12-11 오전 11:30:00

[최종수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 우리는 라면 국물을 물에 버리면 수질을 오염시킨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방금 전까지만 해도 맛있게 먹던 라면 국물인데 왜 버리는 순간 갑자기 오염물질이 되는 걸까요?

이해를 좀 쉽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라면 국물을 땅위에 버리면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라면 국물을 땅위에 버리면 파리가 꼬이고 악취를 풍기다가 일정 시간이 지나면 분해돼 사라지게 됩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물에 버려진 라면 국물도 물속에서 비슷한 과정을 겪습니다. 라면 국물은 물속에 있는 미생물에 의해 분해가 일어나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모두 사라집니다.

물속에 흘러 들어온 오염물질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분해돼 사라지고 물은 다시 깨끗해집니다. 물이 이렇게 오염물질을 분해해 정화하는 과정을 자정작용(自淨作用)이라고 합니다. 스스로 깨끗하게 정화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오염물질이 자정작용을 통해 분해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이 있는데 바로 산소입니다. 미생물이 오염물질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산소를 소비하기 때문입니다.

오염물질의 양이 많으면 분해를 위해 필요로 하는 산소의 양도 많아지겠지요. 그런데 물속에 녹을 수 있는 산소의 양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일정량 이상 오염물질이 들어오면 분해할 때 물속에 있는 산소가 바닥이 납니다.

산소가 없는 상태가 되면 물은 썩기 시작하고 물고기를 비롯해 물속에서 살아가는 생물이 산소 부족으로 죽게 됩니다. 그래서 물속의 산소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과 물속에 산소를 소비하는 오염물질이 얼마나 있는지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물속에 오염물질이 많을수록 더 많은 산소를 소비하기 때문에 산소가 소비되는 속도를 측정해 보면 물속에 있는 오염물질의 양을 알 수 있습니다. 이걸 알면 물이 산소 부족으로 썩을지 여부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측정된 산소소비량을 BOD(Biochemical Oxygen Demand)라고 합니다. 이는 생화학적 산소 요구량으로 오염물질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요구하는 산소의 양이라는 의미입니다.

단위는 물 1ℓ당 소비되는 산소의 양(mg)으로 mg/ℓ 또는 ppm으로 표시합니다. 이 수치가 클수록 오염 정도가 큰 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수질기준에는 BOD 2mg/ℓ 이하를 좋은 물이라고 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BOD가 10mg/ℓ을 초과하면 등급을 정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오염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BOD가 높아 산소 요구량이 많으면 산소 부족으로 물이 썩는다고 했는데 그러면 물속에 산소가 아주 많으면 물은 안 썩지 않을까요? 충분히 할 수 있는 생각이지만 안타깝게도 물속에 녹아 있는 산소의 양은 정해져 있습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하천이나 호수를 기준으로 할 때 물 속에 녹아있는 산소의 양은 10mg/ℓ이 채 되지 않아 물의 BOD가 10mg/ℓ을 넘으면 물은 썩을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의 BOD가 10mg/ℓ을 넘게 되면 물은 썩게 돼 색깔이 검게 변하고 황화수소, 메탄 같은 악취 가스를 발생시킵니다. 하수가 버려지는 시궁창이 물 색깔이 검게 변하고 악취를 풍기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우리가 자주 먹는 음식물의 BOD를 한번 알아볼까요. 환경부가 발표한 자료의 BOD 값을 보면 라면 국물, 된장국, 육개장 등 국물을 가진 음식의 BOD는 20만mg/ℓ를 훌쩍 넘습니다. 우유, 콜라 등 음료를 비롯해 소주, 막걸리 등 술도 10만mg/ℓ의 높은 값을 나타냅니다.

집에서 버리는 지저분한 하수와 라면 국물의 BOD를 비교하면 어느 것이 더 클까요? 언뜻 생각하면 라면 국물보다 하수 오염도가 훨씬 클 것 같지만 결과는 정반대입니다.

하수처리장으로 흘러가는 하수의 BOD는 200mg/ℓ 정도인데 라면 국물의 BOD는 30만mg/ℓ을 넘습니다. 라면 국물이 하수에 비해 오염도가 1500배나 큰 셈입니다.

우리가 보기에 하수는 지저분하고 라면 국물은 먹는 음식물이라 오염도가 크지 않을 것 같지만 사실은 반대입니다. 라면 국물을 깨끗한 하천 수준인 BOD 2mg/ℓ로 만들기 위해서는 15만배의 맑은 물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버리는 오염물질의 양이 하천 수량에 비해 아주 적은 양이라 수질오염에 대한 영향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지만 실제로 하천에서 나타나는 영향은 만만치 않습니다.

■최종수 연구위원(박사·기술사)은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 △University of Utah Visiting Professor △국회물포럼 물순환위원회 위원 △환경부 자문위원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자문위원 △대전광역시 물순환위원회 위원 △한국물환경학회 이사 △한국방재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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