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가 만났습니다]①“코로나 진단기기,10년전 뿌린 씨앗이 결실맺은 것”

이경국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회장 인터뷰
10여년 전부터 진단기기 한우물 파던 벤처들 성과
국내 진단기기 업체만 200여곳...치열한 경쟁
임상진단 경험갖춘 의료전문가, 진단기기업계 주도
“의료기기는 하드웨어, 제약은 소프트웨어 함께 커야”
  • 등록 2020-04-03 오전 6:15:34

    수정 2020-04-03 오전 6:15:34

[이데일리 류성 기자] “국내에서는 10여년 전부터 체외진단기기의 가능성을 남들보다 먼저 간파하고 이 분야에서 승부를 걸려는 바이오벤처들이 속속 탄생했다. 현재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국내 진단기기 업체들이 세계적으로 ‘러브콜’을 받고 있는 데 그 배경에는 지난 10여년간 축적해온 제품 기술력이 있다.”

이경국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회장은 1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는 격언이야말로 오늘날의 국내 진단기기업체들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말”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회장은 특히 세계적 수준의 임상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국내 병원에서 임상진단 경험을 많이 쌓은 전문 의료인들이 체외진단기기 사업에 속속 뛰어든 것도 오늘날 국내 진단기기 업계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게 된 토양이 됐다고 분석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200여개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금까지 정부가 코로나19 감염여부를 검사하는 체외진단기기를 공급하는 업체로 지정한 곳만 씨젠(096530), SD바이오센서 등 5곳에 달한다. 여기에 40여개 업체가 정부에 진단기기 및 시약을 공급할수 있는 자격을 추가로 얻기위해 심사결과를 기다리고 있을 정도로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업체들이 즐비하다. 미국을 포함해 유럽 등 세계 20여개가 넘는 국가에서 국내업체들의 코로나19 진단기기 및 시약을 찾으면서 국내 의료기기 업계의 글로벌 위상이 한단계 도약했다는 평가다.

이 회장은 “국가의 산업육성 정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국내 진단기기 업계다. 우리 정부는 다른 국가들에 앞서 전염병 감염여부를 확인하는 진단기기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이 분야 벤처들에게 10여년 전부터 연구자금을 집중 지원해왔다”고 밝혔다.

식약처가 다른 국가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체외진단과’를 지난 2014년 신설하고 업계를 제도적으로 지원해 온 것도 높게 평가했다. 이에 비해 유럽이나 미국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고 나서야 체외진단기기 업체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수 있는 현실적인 규정을 만드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이 회장은 “현 정부가 ‘제약강국’을 국정과제로 삼고 있는데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제약산업 뿐 아니라 의료기기 산업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한 ‘헬스케어 강국’으로의 도약이 가능하다”며 “다만 의료장비 개발쪽으로만 치중해서 지원정책을 펴고 있어 아쉽다. 의료 AI와 빅데이터 분야도 지원하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는 국내 의료기기 업계를 대표하는 단체로서 현재 1000여곳의 의료기기 업체들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다음은 이 회장과의 일문일답.

이경국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회장. 김태형 기자
-국내 의료기기 업계는 전반적으로 아직도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유독 진단기기 분야에서 글로벌하게 두각을 보이는 배경은...


△무엇보다 국내 병원들이 확보하고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임상시험 경쟁력이 큰 힘이 됐다. 실제 세계 임상시험 기관 상위 10곳 중 4곳이 국내 대학병원이다. 이러한 병원에서 수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진단 경험을 쌓으면서 최고 실력을 갖추게 된 전문 의료진들이 주축이 돼 진단기기 사업에 뛰어들다보니 경쟁력 있는 제품이 나올수 있었다. 여기에 10여년전부터 다른 나라에 앞서 우리 정부가 진단기기 산업육성에 적극 나서준 것도 업계가 글로벌한 경쟁력을 갖추는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 정부가 체외진단기기로 제품 허가를 받기위한 필요한 조건등을 일찌감치 체계적으로 마련하고 업체들을 독려해 온것이 주효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진단기기의 중요성이 각인되면서 국내 의료기기 산업에도 관심이 쏠리는데...

△현재 국내 의료기기 산업은 과거 1990년대 IT 태동기 때와 비슷하다. 지금은 업계 전체 매출이 7조원 안팎에 불과하지만 ‘퀀텀 점프’를 할수 있는 여건이 무르익고 있다. 특히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평균 수십년이 걸리는 제약·바이오 산업에 비해 의료기기 분야는 불과 수년내에 가능해 잠재력이 큰 산업이다. 대부분 의료기기는 라이프사이클이 5년이내여서 혁신적 제품을 개발하면 그 시장을 석권하면서 급성장을 할수 있는 여지가 어느 산업보다 크다.

-체외진단기기 분야외에 국내 의료기기 업계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분야가 있다면...

△체외진단기기외에 미용의료기기, 인공지능(AI)·빅데이터를 중심으로 하는 의료 4차산업,의료 3D 프린팅 분야가 세계적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의료 AI와 빅데이터 분야에서는 바이오벤처들이 급증하면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이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회원사만 200여곳에 달할 정도다. 이들 분야에서는 조만간 글로벌 기업이 등장할 가능성도 높다고 본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의료장비 개발 쪽으로만 치중해서 지원정책을 펴고 있어 안타깝다. 잘하고 있는 이들 업종에 정책지원을 집중시켜 업체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의료기기 산업과 제약·바이오 산업은 어떤 관계로 봐야 하는가.

△제약·바이오 산업이 ‘소프트웨어’라면 의료기기 산업은 ‘하드웨어’로 볼수 있다. 한 산업이 제대로 성장하려면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지만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두 분야가 동반해서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환자를 제대로 진료하려면 품질좋은 의료기기가 선행되어야 하고 다음이 환자 치료를 위한 의약품이 필요한 것이다. 동전의 양면과 같다.

미국, 유럽 등 헬스케어 선진국들이 예외없이 제약과 의료기기를 동등하게 중시하면서 함께 육성전략을 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정부는 ‘제약강국’을 국정과제로 삼고 있는데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제약산업 뿐 아니라 의료기기 산업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한 ‘헬스케어 강국’으로의 도약이 가능하다.

-세계시장을 좌우하는 대표적 의료기기 업체들을 통해 우리 의료기기 업계가 배울수 있는 교훈은...

△현재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로 자리잡고 있는 상당수는 짧은 기간에 급성장을 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특히 세계적 의료기기 업체로 급부상한 GE헬스케어는 30여년전 일본의 요쿠가와 전기라는 중소업체를 인수하면서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GE는 MRI(자기공명 영상장치)분야 전문업체인 요쿠가와 전기를 합병한 후 세계 MRI 시장을 석권하면서 우뚝섰다.

메이저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인 필립스나 지멘스도 일본 의료기기 업체들을 잇달아 M&A하면서 글로벌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일본은 당시 우수한 의료기기 업체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었지만 강력한 규제정책탓에 자국 의료기기 산업을 제대로 키워내지 못했다. 일본의 사례가 말해주듯 의료기기 업체들이 해외 수출에 매진할수 있도록 적극적 지원정책을 펴는 것을 우선해야한다. 여기에 국내 의료기기 업체들도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기업들을 초기 인수해 성장하는 전략을 펼쳐야 한다.

-국내 진단기기 시장 현황은 어떤가.

△국내 진단기기 시장규모는 대략 1조원에 달한다. 지난 3~4년 사이에 시장이 2배로 커질 정도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특히 이번 코로나19 감염여부를 검사하는 진단기기 및 시약을 포함하는 체외진단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국내 진단기기 업체들은 주로 타액, 땀 등을 통해 질환여부를 측정하는 체외진단기기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에 비해 글로벌 진단기기 업체들은 혈액을 채취해 질병을 진단하는 진단기기 분야에서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세계 각국이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국내 업체들의 진단기기를 선호하는 것은 타액을 통한 검사방식이 혈액에 비해 편리성과 비용측면에서 훨씬 유리하다는 측면도 작용하고 있다.

◇이경국 회장은...

△성균관대 문리대 졸업 △신한씨스텍 창업 및 대표 취임 △자회사 신한포토스 설립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이사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수석부회장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윤리위원회 위원장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회장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그림 같은 티샷
  • 홈런 신기록 달성
  • 꼼짝 마
  • 돌발 상황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