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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패권 경쟁이 수십 년간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는 현재 시점에서 한국이 서둘러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외교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원칙을 세워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 미·중 관계는 악화일로에 있다. 특히 중국 당국이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강행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국 공화당뿐 아니라 민주당도 중국에 반발하는 상황이다. 오는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선 결과가 어떻게 나타나든지 간에 미·중 관계가 개선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미·중 사이 외줄타기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데 의견이 모인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홍콩보안법 때문에라도 미·중 관계는 계속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국은 기본적으로 미국과 중국 두 나라와 모두 잘 지내야 한다. 한국은 균형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이 균형을 잡는 데에는 때로는 명분에, 때로는 실리에 입각한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봤다.
강준영 교수는 “안보는 미국과, 경제는 중국과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 또 북한이라는 변수가 있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이 모두 중요하다”며 “그래서 원칙을 세우고 당당히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자유시장 경제와 민주주의 체제 하에서 성장해온 나라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 오히려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원칙을 분명히 하는 것”이라며 “세계평화를 지향하고 아시아에서의 군사충돌, 영토의 변경 등에 반대한다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미국이 한국을 비롯한 4~5개국을 포함해 기존 ‘주요 7개국(G7)’에서 G11 혹은 G12 체제를 수립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한국이 정제된 반응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에 대해 강 교수는 “미국이 G11·G12를 추진해 어떤 의제를 논하겠다는 이야기를 하기 전이기 때문에 한국이 미국의 초청에 응하는 것은 타당하다”면서 “회의에 참석하기 전 서둘러 외교 원칙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