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과학

[암 조기 진단의 길]②방대한 양의 ‘암세포 DNA 정보’ 축적…韓 액체생검 개발 속도는

<바이오·제약기업 ‘액체생검 시장’ 선점 경쟁>
마크로젠, ‘K-마스터’ 참여…연구자 서비스
아이엠비디엑스, 혈액샘플 1만개 임상 분석
한국 특허 102건…日·中 제치고 `세계 4위`
최신 NGS 방식 아니나 상용화 성공 사례도
  • 등록 2020-07-02 오전 6:05:00

    수정 2020-07-07 오후 12:22:57

[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GC녹십자(006280)지놈이 국내에 첫 선보인 미국 가던트헬스의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액체 생체검사는 전 세계 50여 개국에서 8만명 이상의 암 환자가 사용한 검사법이다. 미(美) 사회보장 제도인 메디케어를 통한 공보험 적용도 받는다.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판매 허가가 필요하지 않아 빨리 시판에 들어갔지만, 해외 서비스인 관계로 건강보험 혜택이 없어 검사비가 비싼 점은 부담이다. 가던트 암 검진 비용은 350만원 정도다.

서울 금천구 가산동 마크로젠 본사 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액체 생체검사 기술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사진=마크로젠)


혈액 검사법은 암 세포에서 떨어져 나와 피로 흘러들어간 DNA를 분석한다. 암 세포에서 떨어져 나왔다 해서 ‘암 세포 유래 DNA’(ctDNA)라고 부른다. 혈액 검사는 DNA에 메틸기가 달라붙는 메틸화를 찾는 작업이다. 메틸화가 비정상적으로 늘어나면 종양세포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데 ctDNA에서 이런 신호를 포착하면 암 발생 여부와 그 장소를 추정할 수 있을 것이라는 데 착안한 검사법이다.

지난 2005년 NGS 기술이 처음 소개된 이후 10여 년간 NGS를 이용해 질병을 진단하려는 노력이 끊임없이 진행돼 왔다. 마침내 2013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일루미나의 ‘마이시크디엑스’(MiSeqDx)를 세계 최초 의료용 NGS 장비로 승인함으로써 이제는 혁신적인 유전자 검사용 의료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검사비 ‘350만→150만원’ 절반이하 낮춰

1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현재 마크로젠(038290)은 ‘악센 액체생검(axen Liquid Biopsy)’ 서비스를 일반인이 아닌 분당서울대병원·국립암센터·고려대안암병원 연구자를 대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정부가 주도하는 동반 진단 연구 과제인 ‘K-마스터(MASTER)’ 등에 참여하며 액체생검 기술을 활용한 정밀 의료 기반 암 진단·치료법 개발 사업에 착수한 상태다.

아이엠비 디엑스는 혈액 샘플 1만개에 대한 임상 검체를 분석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암 종별 주요 연구자와 협업해 이미 검체를 4000건 넘게 확보했다. 특히 관련 검사비를 절반 이하로 낮춘 약 150만원으로 책정했다. 문성태 아이엠비 디엑스 대표는 “액체생검 중에서도 NGS 기반의 다중마커 액체생검 표준화는 글로벌 트렌드”라고 말했다.

아이엠비 디엑스가 개발한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ext Generation Sequencing·NGS) 액체 생체검사 서비스 플랫폼 ‘알파리퀴드(AlphaLiquid)’. (사진=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우리 기업들이 분발하고 있지만 상용화에 성공한 미국·영국 등 의료 선진국과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미국 그레일은 민감도를 95%까지 높인 액체생검을 10만명 상대로 임상 중이다. 최근 2조원 규모로 자금을 조달하기도 했다. 이외에 쓰라이브·프리놈·이니바타 등 미국과 영국 등에 본사를 둔 NGS 기반 액체생검 회사들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다.

동반진단 기기 특허 현황을 보면 2015~2019년 해외 특허는 총 7729건에 달한다. 미국이 5922건으로 가장 많아 1위다. 이어 특허협력조합(PCT) 2423건, 유럽 294건, 일본 75건, 중국 15건 순이다. 같은 기간 한국 특허 건수는 102건으로 일본과 중국을 제치고 세계 4위에 올랐다.

김광중 엔젠바이오 기업부설연구소장은 “FDA는 치료제와 동반진단 기기(검사)의 공동 개발을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가이드라인까지 내놓고 있다”면서 “환자 생명을 심각히 위협하거나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이 예상되는 경우 신개발 의료기기에 의해 환자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우선 고려한 신속 인허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국내 상황에 맞는 가이드라인 필요성을 역설했다.

(자료=아이엠비 디엑스)


6.25 전사자 신원확인…암 진단기술 상용화로

NGS 방식이 아닌 영역에서는 우리나라도 상용화에 성공한 사례가 나오기도 한다. 한바이오는 구강상피세포를 채취하는 유전자 검사를 통한 질병 예측 서비스를 제공한다. 검사비용 또한 25만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한바이오는 15년 동안 축적한 한국인 유전자 빅데이터를 토대로 ‘실시간 유전자 증폭 방식’(Real-Time PCR) DNA 정보를 파악한다. 한바이오는 유전자 정보시스템 개발사인 인실리코젠의 자회사 디이프로부터 컨설팅을 받고 있다. 인실리코젠은 유전자 분석을 통해 6.25 한국전쟁 전사자 신원을 확인하는 업체로 널리 알려졌다.

윤정인 한바이오 제2연구소장은 “남성암 14종과 여성암 15종을 비롯해 고혈압·당뇨·치매 등 발병 가능성을 검사 보고서로 예견할 수 있다”며 “식약처 허가 사항이나 신(新)의료 기술 평가 대상이 아니라 질병관리본부에서 관리·감독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바이오는 질본에 유전자 검사기관으로 정식 등록돼 있다.

액체생검 암 진단 기업 진캐스트의 주력 제품인 선별적 유전자 증폭 시스템(ADPS) 변이 진단 키트. (사진=진캐스트)


이 밖에 GC녹십자엠에스(142280)가 액체생검 암 진단기업 진캐스트에 투자했다. 암 조기진단 사업에 관한 전략적 파트너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진캐스트는 선별적 유전자 증폭 시스템(ADPS)이란 원천기술을 구축한 기업이다. 백승찬 진캐스트 대표는 “ADPS는 액체생검으로 1기 암 환자의 암 세포 유전자를 잡아낼 수 있다”며 “NGS 혹은 디지털 PCR과 같은 최신 액체생검 기술을 능가하는 검출 민감도를 구현했다”고 밝혔다.

JW홀딩스(096760)는 간단한 혈액 검사만으로 췌장암을 조기 발견하는 ‘다중 바이오마커 진단 키트’ 원천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일본·중국·유럽·미국에서 특허 취득하는 등 액체생검과 연관된 연구·개발과 투자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올해 연말까지 췌장암 환자를 포함한 500여명을 대상으로 탐색적 임상 시험을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과 추진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구상상피세포 채취 방식 등에 이어 중·장기적으로 진입장벽이 높은 NGS 방식 액체생검에 있어서도 국산화가 분주하게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윤 소장은 “한국 유전자 검사 시장은 초기 단계로 향후 검사 신청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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