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 규제 강화와 관련한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이 지난해 통과되면서 재계에서 나오는 목소리다. 현재는 지주회사의 자회사의 의무 지분율이 상장회사는 20%, 비상장회사는 40% 이상인데, 내년부터는 신규 지주회사의 경우 지분율이 각각 30%, 50%로 상향된다.
재계에서는 신규 지주사 전환에 30조원에 달하는 비용이 들 수밖에 없는 과잉 규제라고 반발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정부가 반대급부로 ‘당근책’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지주회사 전환은 ‘올스톱’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IMF에 도입된 지주회사…규제 강화로 ‘정책턴’
7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정부는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지주회사제도를 금지했다. 자칫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키울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환위기 직후 1999년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지주회사 설립을 허용했다. 문어발식 확장으로 부실 위험이 커진 대기업의 복잡한 출자구조를 단순화하기 위해서는 지주회사제도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지주회사는 순환, 상호출자 등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출자구조와 다르게 소유-지배구조가 투명하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 개별 자회사가 부실해지면 리스크도 개별회사에만 국한할 수 있다.
처음 지주회사제도가 도입될 때에는 부채비율 100%, 2단계(지주회사→자회사→손자회사) 이상 출자금지 등 엄격한 규제가 있었지만, 지주회사 전환이 더디자 공정위는 3단계(지주회사→자회사→손자회사→증손회사) 출자를 허용하고, 부채비율은 200% 상향 등 ‘족쇄’를 일부 풀었다.
이런 내부거래는 모두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고 공시도 없고, 이사회 의결도 이뤄지지 않아 내부거래 감시 및 견제 장치가 상당히 미흡했다.
공정위는 특히나 지주사가 직접 출자부담을 지는 자회사보다는 손자회사, 증손회사 등을 대폭 늘리는 방식으로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는 것도 문제로 봤다. 해외기업의 경우 지주회사가 자회사 지분을 100%를 보유하는 것과 달리 우리 기업들은 자회사 지분율을 낮게 수준만 보유하면서 ‘피라미드식’ 출자만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자회사 의무 지분율을 상향하고, 브랜드수수료율 공개 등 각종 공시의무를 부과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이번 규제 강화로 기업들이 지주회사 전환에 소극적일 것으로 봤다. 내년부터 지주회사로 전환할 경우 추가 자본이 필요하고, 세제 혜택도 크게 줄기 때문이다.
자산 10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집단은 총 34개로 이중 지주회사 체제가 아닌 집단은 삼성, 현대자동차, 포스코, 한화, 신세계, KT, 두산, 대림, 미래에셋, 금호아시아나 S-오일, 현대백화점, 카카오, 교보생명보험, 영풍, 대우조선해양, KT&G, 대우건설 등이다. 전국경제인엽합은 이들 회사들이 지주사 전환하면서 자회사 손자회사에 대한 지분확보에 약 30조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지주회사 설립·전환시 과세이연 혜택도 올해에 끝이 난다. 이는 지주회사 개편 과정에서 대주주가 다른 계열사 주식을 현물출자하고 지주회사 주식을 받을 때 발생하는 양도차익에 대해 세금을 무기한 미룰 수 있도록 한 지주사 전환 장려책이다. 지주회사 전환이 완전 끝이 나지 않으면 사실상 세금을 안 냈기 때문에 꽤 쏠쏠한 ‘인센티브’였다. 하지만 제도 개편으로 내년부터 지주사 전환을 하는 기업은 늦어도 7년 안에 세금을 완납해야 한다. 지주회사 전환에 따른 세금부담도 커진 셈이다.
재계에서는 지주회사 제도가 사장되지 않으려면 정부가 보다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일부 규제를 완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지주회사 설립·전환시 과세이연 혜택을 연장하고 부채비율 200% 초과금지 조항을 상향하거나 경직된 금산분리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해외와 달리 우리나라는 자회사 지분율이 워낙 낮은 상태로 대주주의 지배력이 확장되고 있는 게 문제”라면서 “대기업들이 제대로 된 지주회사 형태를 취하지 않을 경우 규제를 완화하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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