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리포트]봉준호 "안 풀릴 땐 히치콕·김기영 감독 작품을…본능 따라 작업"

'기생충' 공식 기자회견
프레스룸 국내외 기자들로 가득 차
  • 등록 2019-05-22 오후 8:32:54

    수정 2019-05-23 오후 3:35:27

‘기생충’ 공식 상영 레드카펫(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칸(프랑스)=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본능에 의지해 작업을 하다가도 안 풀리면 김기덕 감독님의 인터뷰를 보기도 했죠.”

봉준호 감독이 기자회견 중 고 김기영 감독을 두 차례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칸에서 첫 공개된 ‘기생충’은 “‘하녀’ ‘충녀’를 보면서 기운을 얻으려고 했다”는 그의 말처럼, 고 김기영 감독에 대한 오마주가 느껴진다.

22일 오전 제72회 칸국제영화제가 열리는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벌에서 경쟁작 ‘기생충’ 공식 기자회견이 열렸다.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장혜진 최우식 박소담이 자리했다. 전날 공식 상영 이후 쏟아진 호평 때문인지 프레스룸은 국내외 기자들로 가득 찼다.

‘기생충’은 저지대 반지하에 살고 있는 빈자층 가족과 고지대 대저택에 살고 있는 부유층 가족의 이야기다. 대비되는 두 가족을 통해서 현실 사회의 눈에 보이지 않는 계급·계층을 말한다. ‘과외 면접’을 계기로 두 가족의 접점이 생기는데 그 과정에서 수많은 계단이 등장한다. 이 계단을 통해 두 가족의 수직적인 관계가 이미지로 더 또렷하게 부각된다.

봉 감독은 “사건이 부잣집에서 벌어진다”며 “그 집의 공간은 2층, 1층, 지하로 수직적으로 나눠져 있고 그 공간을 계단이 연결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영화에 계단이 등장하는 장면이 많아서 우리끼리는 ‘계단영화’라고 불렀다”고 너스레를 떨며 “김기영 감독의 ‘하녀’ ‘충녀’를 보면서 기운을 받으려고 했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기생충’에서 기택(송강호 분) 가족이 사는 반지하는 지상도 아니고 지하도 아닌 독특한 구조로 흥미를 당긴다. 봉 감독은 “반지하는 우리나라만의 특이한 주거구조”라며 “분명히 지하인데 지상으로 믿고 싶어지는 공간이며, 여기에서 더 힘들어지면 완전히 지하로 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존재하는 공간이다”고 공간적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이날 한 미국 매체 기자는 봉 감독의 작품 세계에 대한 동기를 물었다. 봉 감독은 본능에 의지하는 편이라고 답했다. 그는 “목사는 성경책, 변호사는 법전이 있겠지만 저와 같은 감독들은 믿을 게 본능밖에 없다”며 “자기 본능에 의지해 하나씩 해나가는데 안 풀릴 때에는 히치콕의 영화나 김기영 감독의 인터뷰를 본다거나 좋아하는 멘토들의 작품을 본다거나 한다”고 덧붙였다.

배우들에게는 봉준호 감독과의 작업에 대한 소회를 질문했다. 장혜진은 “배우보다 더 연기를 잘 아는 감독”이라며 조여정은 “아주 진짜 같은 순간들을 표현해내는 게 평생의 숙제인데 감독님과 그것을 같이 찾아가는 과정이 놀라웠다”고 치켜세웠다. 송강호는 “봉준호의 세계에는 모든 것이 계산돼있고 정교하게 구축돼 있다”며 “그래서 배우들은 편하게 그 세계에 접근할 수 있어 필요 이상의 안 좋은 연기를 할 필요가 없다”고 신뢰를 보였다. 이어 “밥 때를 잘 지킨다”며 “아주 행복한 환경에서 작업했다”는 이야기로 웃음을 자아냈다.

(글·사진=박미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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