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이런 전형 변경 자체가 소폭인데다 표현조차 모호해 구제책보다는 오히려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계에서는 수시전형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 최저학력기준을 완화하는 등 구체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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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연세대 외엔 소극적 대책 발표
대학들이 변경안을 발표하는 것은 올해 고3들이 코로나19 여파로 학사일정 파행운영을 겪은 탓이다. 고3은 당초 개학보다 80일 늦어진 지난 5월 20일에야 등교해 빠듯한 학사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등교 전 원격 수업이 이뤄지긴 했지만 재수생에 비해 학습 공백 문제가 있는 데다 수시에서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반영되는 비교과 활동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고3 구제책 요구가 이어지자 연세대를 시작으로 대학들은 하나둘 대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연세대는 학종에서 학생부 비교과 영역 중 수상경력·창의적체험활동·봉사활동 실적을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사실상 내신 성적과 교과목 별 학생 개개인의 학업능력이나 노력·활동과정을 기재하는 영역인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만으로 평가하겠다는 것. 서울대는 학종 지역균형선발전형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3개 영역 `2등급 이내`에서 `3등급 이내`로 완화했다
하지만 서울대와 연세대 외의 주요 대학들은 소극적이고 모호한 대책을 내놨다.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중앙대, 한국외대 등 대부분의 대학들은 학종에서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서 평가`하겠다고 발표했다. 학종 외에는 몇몇 대학이 논술이나 학생부교과 등 일부 전형에서 출결, 봉사활동 등에 전원 만점을 주는 형태로 비교과를 사실상 반영하지 않는 정도다.
“하나마나 발표…수능최저 완화 등 구체적 대책 필요”
학교 현장에서는 이러한 변경안들이 고3 구제책과는 거리가 멀다고 주장한다. 원래 정성평가로 진행되는 학종에서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평가하겠다는 것은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것. 더욱이 서울대나 연세대 외엔 대부분 구체적 언급이 없다 보니 그렇잖아도 `깜깜이 평가`로 불리는 학종 준비가 더 혼란스러워졌다는 입장이다.
서울 지역 한 고3 부장교사는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평가하겠다는 것은 내놓으나마나한 대책”이라며 “굳이 발표하지 않아도 정성평가인 학종에서는 당연히 고려돼야 할 부분인데 정부의 구제책 압박이 있다보니 억지로 한 줄 발표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코로나19를 감안해 어떤 부분을 건드리겠다는 건지도 각자의 추측에 의존해야 하다 보니 일단 모든 부분을 다 준비해놓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대교협은 당분간은 각 대학이 또 다른 대입전형계획 변경안을 제출할 경우 심의를 거쳐 승인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대입 상황도 계속해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계에서는 각 대학이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고3 구제책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남의 한 고3 부장교사는 “역차별 우려 때문에 변경 내용을 특정하지 못하겠다는 것은 고3 구제보다는 어떻게든 비교과 준비가 잘된 학교의 학생이나 재수생을 뽑겠다는 의미일수도 있다”며 “아직 대책을 발표하지 않은 대학도 많은데 비교과 완화든 수능최저 기준 완화든 구체적 방침을 최대한 빨리 발표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도 “올해 대입에서 정시 수능위주 전형이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수시에서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는 전형도 올해 고3에게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는 만큼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