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7월 임시국회에 여야간 숙의(熟議)는 없었다. ‘깊이 생각해 충분히 의논한다’는 숙의는 시급성을 앞세운 여당의 ‘속도’와 ‘수적 우위’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졌다. 숙의는 국회를 상징한다. 여야 300명 국회의원들이 민의를 대변하는 과정에서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심의와 토론을 통해 절충안을 마련한다. 이 과정에서 찬반 의견이 엇갈린다. 쟁점이 큰 법안일수록 토론 시간도 길어진다. 이유는 뭘까? 여야 합의는 국론 분열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숙의를 통한 합의정신은 국회의 오랜 전통으로 계승돼왔다.
다만 176석의 거대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숙의를 건너뛰고 지나치게 다수결 원칙만을 앞세웠다. 소수 의견 존중이라는 전통적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했다. 야당의 거센 반발에도 압도적인 숫자의 힘을 내세워 일사천리로 부동산 관련 쟁점 법안을 통과시켰다. 야당은 이같은 민주당을 보고 ‘통법부’라고 신랄하게 비난했다. 실제 민주당이 서둘러 처리한 법안은 현 정부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정책이다. 입법부가 통법부로 전락한 셈이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 입법부는 통법부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민주당을 구성하는 인사들이 군사정권에 저항해 민주주의를 외쳤던 이들이란 점이다. 이들에게 민주화 운동은 훈장처럼 작용했다. 정의와 공정을 부르짖던 이들은 행정부에 이어 의회 권력까지 쟁취하자 똘똘 뭉쳐 야당을 국회에서 지웠다. 그 결과 국회는 300명이 아닌 176명을 위한 국회로 변질했다. 절차적 민주주의의 훼손이 가져올 부작용은 적지 않다. 해당 법안 통과 이후 부동산시장의 혼란상과 국론분열은 극심한 수준이다.
결국 21대 국회의 첫 회기는 민주당 독주로 얼룩졌다. 첫 단추부터 국회의 전통과 관례를 져버린 여당의 모습을 연출했다. 남은 기간 같은 모습이 재현된다면 21대 국회는 역대 최악의 국회로 자리매김할 수밖에 없다. 절차적 민주주의을 존중하는 민주당의 모습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