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용의 軍界一學]K2전차 국방규격 개정, 특정업체 '봐주기'일까

  • 등록 2020-08-10 오전 6:00:00

    수정 2020-08-10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마지막 K2 전차 양산 사업에 국산 파워팩이 탑재될 수 있을까.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이 K2 전차 3차 양산 사업을 앞두고 여기에 적용할 국산 파워팩에 대한 ‘국방규격’을 개정한 것을 두고 말이 많습니다. 파워팩 변속기 개발이 16년째 이어지고 있어 방사청이 기술 요구 수준을 낮춰 업체에 특혜를 주려 한다는 것입니다. 국산 개발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성능을 포기한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앞서도 국산 파워팩에 대한 작전요구성능(ROC)을 완화한 전례가 있습니다. 2차 양산 사업 전 국산 파워팩 장착을 위한 시험평가에서 시속 32㎞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기준 시간이 8초였지만, 8.7초가 걸려 이 기준을 9초로 낮춘바 있습니다.

K2 전차가 환경챔버에서 영하 32도의 저온시동시험 후 야외로 나와 주행하고 있다. [사진=방위사업청]
‘先 개발 後 탑재’ 절차 무시

사실 파워팩 국산화 문제는 K2 전차 개발 초기부터 예정된 것이었습니다. 당초 K2 전차는 외산 엔진과 변속기로 파워팩을 구성해 적용하는 것으로 2003년 개발이 추진됐습니다. 하지만 이후 전차의 심장인 파워팩까지 국산화해 완전한 국산 전차를 만들자는 계획에 따라 2005년 964억 원(엔진 488억+변속기 476억 원)을 들여 국산파워팩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한 번도 해 보지 않은 1500마력급 파워팩을 3년만에 개발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불가능이었습니다. 게다가 핵심 부품인 엔진과 변속기 개발에 성공한 이후 이를 탑재할 차체를 개발하는게 정상적이지만, 거꾸로 차체 먼저 개발하다 보니 당연히 K2 전차 사업 자체가 정체되는 꼴이 됐습니다. 국산 파워팩 개발 지연으로 독일 제품을 장착해 2014년 1차 양산분 100여대를 우선 전력화한 이유입니다.

2차 양산하는 100여대에 다시 국산 파워팩 탑재를 위한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또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양산에 앞선 테스트에서 국산 파워팩을 장착한 K2 전차는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았습니다. 2014년 독일과 미국에 이어 세계 3번째로 1500마력 파워팩 기술개발에 성공한 것입니다.

육군 기계화보병사단 소속 전차가 실사격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육군]
그러나 양산을 위한 국방기술품질원의 최초 생산품 검사 중 변속기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주행 시험에서 변속기에 장착된 독일제 볼트가 부러져 변속기 클러치 오일의 압력이 내려가는 현상이 발생한 것입니다. 이후 국산 변속기 테스트는 중단돼, 국산 엔진에 외산 변속기를 달아 2차 양산이 이뤄졌습니다.

3차 양산 사업에 국산 파워팩을 적용하는 문제도 업체와 관련기관 간 국방규격에 대한 이견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내구 주행 조건인 9600㎞, 320시간을 충족할 때까지 아무런 결함이 없어야 한다는 것은 지나치게 완벽성을 요구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랐습니다. 2차 양산 당시 테스트에서 국산 파워팩은 7110㎞, 237시간만 달성한 상태입니다.

K2 전차 완전 국산화 성공할까

이런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방사청은 지난 해 국방규격의 개정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외산 변속기를 적용한 K2 전차의 운용 과정에서, 국산 변속기에 적용되는 국방규격을 충족하지 못한 사례가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이에 따라 방사청은 타 무기체계의 변속기 국방규격과 K2 전차에 장착된 외산 변속기의 기준 및 운용 사례 등을 비교·분석했습니다. 이후 관련 분야 대학교수와 정부 연구기관 전문가로 구성된 기술자문위원회를 통해 개정안을 도출했습니다.

육군 기계화보병사단 소속 K2 흑표전차가 강을 건너 땅 위로 올라서고 있다. [사진=육군]
우선 내구도 기준을 ‘시험 중 결함이 없어야 한다’는 모호한 표현에서 벗어나 결함을 구체적으로 정의했습니다. 결함을 변속·조향·제동 등 변속기 기본기능을 상실하거나 심각한 성능저하가 발생해 더이상 시험을 진행할 수 없는 경우로 규정한 것입니다.

또 최초생산품 검사 결함 관련 규격도 검사 시 일반정비를 허용하기로 개선했습니다. 기존 독일제의 경우 9600㎞ 테스트 도중 일반 정비를 허용했지만, 국산은 허용하지 않아 형평성 논란이 일었던게 사실입니다. 일부 하자 발생시 처음부터 새로 시험을 하는 재시험을 할지, 연속해서 시험을 해야 하는지 이견이 있었던 것입니다.

이번 규격 개정은 일반정비 이후 처음부터 다시 평가를 진행해야 했던 것과 중단된 때부터 재개할 수 있도록 한 것에 대한 기준을 정한게 핵심입니다. 그러나 결함의 조치내용이 장비 성능에 영향을 미칠 경우, 즉 창정비 수준의 정비가 필요하거나 기본기능 하자의 경우에는 최초 시험 항목부터 다시 검사를 받도록 규정했습니다.

따라서 이번 파워팩 변속기 국방규격 개선에 대해 방사청은 “기준을 낮춘게 아니기 때문에 파워팩 제조 업체 밀어주기는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습니다. 모호했던 부분을 명확히 해 논란 가능성을 최소화 하기 위한 조치라는 얘기입니다. 이번 규격 개선이 곧 S&T중공업 변속기의 3차 양산분 탑재가 아니라 바뀐 국방규격을 충족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마지막 K2 전차 양산 사업에서 국산 파워팩이 검증을 통과해 전차 완전 국산화가 이뤄질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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