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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등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지 않은 대기업은 대부분 금융회사를 보유하거나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금융회사를 가진 대기업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려면 중간금융지주회사 설립이 허용돼야 하는데, 대기업에 대한 경제력 집중이 강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결합을 제한하는 금산분리 원칙은 1995년 처음 도입된 후 25년 동안 기업을 옭아매는 수단이 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을 도입하고 기업형벤처캐피털(CVC)을 허용하는 과정에서 다소 완화되긴 했지만, 금산분리는 여전히 공정거래법의 금과옥조처럼 여겨지고 있다.
금융+산업 융합 시너지 제한하고 지주사 전환 장애
7일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현행법 상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을 영위하는 기업은 은행 주식의 4% 이상을 보유할 수 없다. 이명박 정부 당시 지분 한도를 9%로 늘렸으나, 박근혜 정부가 ‘경제민주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원상복구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금산분리 원칙을 강조해 왔다.
재계는 특히 금산분리 규제가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융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저해하고, 금융 자회사를 보유중인 일반기업집단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데 장애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한국의 인터넷전문은행이 주요 선진국보다 10년도 더 늦게 만들어진 것도 금산분리 원칙 때문이다. 금산분리 원칙은 대기업의 CVC 진출을 허용하는 과정에서도 가장 큰 걸림돌이 됐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지주회사가 은행을 제외한 금융기관을 소유할 수 있으며, 일본과 EU(유럽연합)에서는 일반지주회사가 은행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금융기관을 보유할 수 있다”며 “엄격한 금산분리는 세계적 추세에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은 GE 캐피털의 자금조달 채권발행 시 우량기업인 GE의 지급보증을 적극 활용하고, GE 캐피털은 할부, 리스 등 금융서비스 제공으로 제조업 부문의 매출 증대에 기여한다. 일본의 세븐&아이 홀딩스는 편의점과 슈퍼마켓을 주력사업으로 했으나, 2000년 은행업에 진출해 계열사인 세븐일레븐 등에 ATM을 설치하고 금융회사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했다.
CVC 허용했지만 금지조항 처벌도 강화
금산분리 원칙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이어 대기업의 CVC 투자가 허용되면서 어느정도 완화됐다. 그러나 CVC 허용은 허울뿐인 규제 완화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대기업의 벤처투자 촉진이 당초 법안 취지였으나, 국회 논의 과정에서 형사처벌 조항 등 각종 족쇄가 늘어나면서다.
재계 관계자는 “일반지주회사의 CVC 보유를 허용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CVC 설립과 운용에 제한을 두기로 한 것은 아쉽다”며 “CVC를 통한 기업투자 유도와 벤처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외국과 같이 CVC 설립과 운용에 대한 규제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