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백` 들국화, 파격 기자회견..전인권 과거 사과

  • 등록 2012-05-21 오후 6:05:30

    수정 2012-05-22 오전 9:25:09

▲ 들국화(왼쪽부터 최성원, 전인권, 주찬권)
[이데일리 스타in 조우영 기자] 14년여 만에 다시 핀 들국화의 향기는 진하고 독했다. `빵간`(감방), `마약`, `재판`, `쪽(얼굴) 팔리는` 등 이들로써는 금기시되는 단어들이 난무했다. 하지만 유쾌했다.

한국 록 음악의 전설 들국화(전인권·최성원·주찬권)은 21일 서울 대치동 마리아 칼라스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결성을 공식화했다.

이 자리에서 들국화의 보컬 전인권은 고(故) 이은주와 관련한 과거 발언을 의식한 듯 대뜸 사과부터 했다. 그는 "내가 여러 사람을 참 황당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내가 잘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006년 배우 이은주가 세상을 떠난 후 문자 메시지를 보여주며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다"고 주장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그는 "(고 이은주와는) 절대로 짝사랑은 아니었다"며 "예쁜 친구가 나를 좋아한다는데 얘기 안 하고 무덤까지 가지고 갈 이유가 없었다"고도 했다.

전인권은 "아내와 딸, 아들의 사랑으로 다시 태어났다. 매니저도 큰 도움을 줬다. 멤버들과의 우정과 의리도 고맙다. 그 믿음을 지키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전인권의 직설화법은 계속됐다. 불미스러운 사건들에 대한 모든 걸 털어내길 바랐다. 그는 "마약 안 먹고 열심히 하겠다. 이제는 인터넷이 발달해서…"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리는 이들에게 오히려 조심스러웠던 취재진은 당황했다. 이들의 컴백을 앞두고 전설은 전설로 남아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찬사와 우려가 공존할 정도였던 들국화여서다.

들국화 멤버들은 "그런 말(전설)을 가장 경계한다. 우리가 `전설`이란 수식어를 스스로 타파하고 싶다. 음악으로 순수하게 서고 싶다. 진짜 전설이 되도록 이제 노력하겠다"고 겸손해했다.

들국화의 이번 재결성은 여러 면에서 뜻밖이다. 그간 건강 상태가 좋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던 전인권의 부재 탓이다.

전인권은 "뼈하고 치아를 조심해야 한다"는 말로 대신했다. 그는 이어 "다행히 많이 좋아졌다. 지금은 아주 건강해졌다. 우리(들국화)가 나름 머리가 좋고 음악으로 큰 사랑을 받았는데 그냥 이대로 끝내기는 아쉬웠다"고 재결성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전인권은 당당함으로 좌중을 압도했지만 짧은 답변으로 일관해 궁금증을 유발했다. 그는 이에 대해 "말 길게 안 하기로 했다. 한번 잘못했다가 크게 당해서 꼭 할말만 하기로 했다"고 쑥스러워했다.

들국화는 새 앨범보다 공연을 통해 팬들과 먼저 만난다. 오는 7월7일 대구 영남대 천마아트센터를 시작으로 같은 달 13일과 14일 서울 광장동 악스코리아, 21일 부산 KBS홀에서 총 4차례 공연을 연다.

이 공연에서 들국화는 `행진`, `그것만이 내 세상`, `축복합니다`, `매일 그대와`, `아침이 밝아올 때` 등의 주옥같은 히트곡을 총망라할 예정이다. 들국화만의 색깔로 재해석한 `히 애인트 헤비, 히스 마이 브라더(He ain't Heavy, He's my brother)`, `이매진(Imagine)` 등 외국곡도 기대해볼 만하다.

들국화는 기타리스트 조덕환과 함께 지난 1985년 첫 앨범을 낸 뒤 1995년까지 세 장의 앨범을 발표하며 국내 가요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후 두 번째 앨범을 낸 뒤 1989년 멤버들의 이견으로 돌연 해체했다. 1997년 고(故) 허성욱의 사망을 계기로 다시 뭉쳐 1998년 한 차례 재결성 공연을 했지만 잠시뿐이었다. 이들의 1집은 국내 대중음악사 최고 명반으로 꼽히며 지금까지도 많은 뮤지션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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