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시장은 말 그대로 ‘새롭게 흥하는 시장’. 즉 빠른 경제성장률을 통해 높은 수익률을 가져다주는 시장으로 받아들여져 왔습니다. 경제·정치의 구조적인 부분이 불안하더라도 수익률이 그런 불안함을 상쇄해주고도 남았기에 글로벌 투자자들은 신흥시장으로 자금을 밀어넣었죠.
그런데 세계화 추세가 역행하면서 신흥시장이 너무 빨리 늙어버렸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탈(脫) 세계화와 중국 경제 성장률 둔화 등을 그 이유로 꼽았습니다. FT는 “(국가 간)무역은 주춤하고 있고 세계 공급 체인은 붕괴되고 있다”며 “선진국을 따라잡기는커녕 신흥시장이 더 느리게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세계화가 역행하면서 수출에 의존했던 신흥국들의 경제 성장이 정체되는 한편, 가장 큰 소비자인 중국의 경제 부진 역시 겹쳐지며 큰 타격을 받았다는 겁니다.
선진시장(DM)의 문턱을 오르지 못하고 여전히 EM에 묶여있는 한국 시장 역시 남 얘기가 아닙니다. 수출주도 경제체제에서 국가 간 무역분쟁은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있죠. 게다가 한국에게 가장 큰 시장인 중국의 경제성장률마저 낮아지면서 한국의 물건들을 사주지 못하는 형국입니다. 기업은 새로운 성장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죠.
이런 가운데 외국인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으로 본격적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특히 증권가에서는 상장지수펀드(ETF) 자금 유출입에 주목합니다. 한국 또는 EM에 대한 비중 확대·축소를 ETF 자금 추이가 단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라는 이유죠. 특정 국가 또는 지역에 대한 비중 확대·축소 결정은 다분히 전술적 자산배분 시각에서 이뤄지는 만큼, ETF 자금 유출입은 외국인들이 한국 또는 EM을 보는 시각이 어떠한지를 보여준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 ETF 자금 유출입은 외국인투자자의 비차익거래로 나타납니다.
세계화라는 토대 위에 세워진 자유무역, 그리고 그 자유무역에 기대온 신흥시장들. 언제까지나 단단할 것이라고 믿었던 토대가 한 번 무너지자 신흥시장들은 사정없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이 우리가 알고 있던 자본시장에 온 변혁기일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