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슬기로운 투자생활]너무 빨리 늙어 버린 신흥시장

신흥시장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 90년대 이후 최저
무역분쟁·中 성장률 둔화에 신흥시장 '휘청'
  • 등록 2019-07-23 오전 7:42:49

    수정 2019-07-23 오전 7:42:49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요즘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신흥시장(EM)’이라는 말이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신흥시장의 수익률을 떠받쳐 왔던 세계화와 중국의 부흥이 주춤한 탓입니다.

신흥시장은 말 그대로 ‘새롭게 흥하는 시장’. 즉 빠른 경제성장률을 통해 높은 수익률을 가져다주는 시장으로 받아들여져 왔습니다. 경제·정치의 구조적인 부분이 불안하더라도 수익률이 그런 불안함을 상쇄해주고도 남았기에 글로벌 투자자들은 신흥시장으로 자금을 밀어넣었죠.

그런데 세계화 추세가 역행하면서 신흥시장이 너무 빨리 늙어버렸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탈(脫) 세계화와 중국 경제 성장률 둔화 등을 그 이유로 꼽았습니다. FT는 “(국가 간)무역은 주춤하고 있고 세계 공급 체인은 붕괴되고 있다”며 “선진국을 따라잡기는커녕 신흥시장이 더 느리게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세계화가 역행하면서 수출에 의존했던 신흥국들의 경제 성장이 정체되는 한편, 가장 큰 소비자인 중국의 경제 부진 역시 겹쳐지며 큰 타격을 받았다는 겁니다.

실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EM지수는 지난 10년동안 지지부진한 반면, 미국 S&P500 지수는 가치가 두 배 이상 올랐다는 게 FT의 분석입니다. 또 전체 신흥시장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는 1990년대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도 지적합니다.

선진시장(DM)의 문턱을 오르지 못하고 여전히 EM에 묶여있는 한국 시장 역시 남 얘기가 아닙니다. 수출주도 경제체제에서 국가 간 무역분쟁은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있죠. 게다가 한국에게 가장 큰 시장인 중국의 경제성장률마저 낮아지면서 한국의 물건들을 사주지 못하는 형국입니다. 기업은 새로운 성장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죠.

이런 가운데 외국인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으로 본격적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특히 증권가에서는 상장지수펀드(ETF) 자금 유출입에 주목합니다. 한국 또는 EM에 대한 비중 확대·축소를 ETF 자금 추이가 단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라는 이유죠. 특정 국가 또는 지역에 대한 비중 확대·축소 결정은 다분히 전술적 자산배분 시각에서 이뤄지는 만큼, ETF 자금 유출입은 외국인들이 한국 또는 EM을 보는 시각이 어떠한지를 보여준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 ETF 자금 유출입은 외국인투자자의 비차익거래로 나타납니다.

22일 코스콤에 따르면 코스피 시장에서의 외국인 투자자의 비차익거래는 미·중 무역분쟁이 재차 고조된 5월 총 1조 9294억원의 순매도를 보였습니다. 1월 이후 줄곧 강한 매수세를 보여왔는데 크게 한 풀 꺾인 겁니다. 그 이후 6월엔 3461억원 순매수, 7월은 지난 19일까지 총 7821억원의 순매수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여전히 5월 한 달 간의 매도를 만회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죠.

세계화라는 토대 위에 세워진 자유무역, 그리고 그 자유무역에 기대온 신흥시장들. 언제까지나 단단할 것이라고 믿었던 토대가 한 번 무너지자 신흥시장들은 사정없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이 우리가 알고 있던 자본시장에 온 변혁기일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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