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식의 창과 방패]통합당, 남북문제 비난할 자격 있나?

  • 등록 2020-06-25 오전 7:00:00

    수정 2020-06-25 오후 11:44:10

[임병식 국회입법정책연구회 상임 부회장] 존 볼턴 회고록이 미국을 넘어 한국 정치권까지 흔들고 있다.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입장에선 골칫거리다. 볼턴은 소문난 극우 꼴통이다. 그는 대화나 타협 대신 전쟁에 집착한다. 그러니 읽지 않아도 어떤 내용일지 대략 짐작된다. 미래통합당 일부는 이런 볼턴에 동조해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는 그렇다 치고 덩달아 춤추는 통합당 속내는 뭔지 싶다.

연일 집권여당을 비판하는 진중권조차 이번 사안에는 신중하다. 그는 페이스북에 “볼턴 애기 갖고는 대통령 까지 마세요. 그놈 전쟁광입니다”라고 적었다. 지금 통합당 시계는 몇 시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아직도 냉전 언저리를 기웃거리고, 안보를 팔아 재미 봤던 과거 습속이 남아 있다. ‘안보 참사’라는 통합당 비판에 수긍할 이들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통합당 김기현 의원은 “‘위장 평화 쇼’가 드러났다. 여당은 국정조사를 받아들이라”고 공격했다. 그는 북한이 원하지도 않았는데 문 대통령이 종전 선언을 주장했다고 한다. 또 판문점 선언 당시 북한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에 동의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국가 안보를 담보로 한 야바위 도박판”이라고 비난했다.

시계를 3년 전으로 되돌려보자. 정부 출범 직전 북미 관계는 험악했다. 말 폭탄이 오갔고 전쟁을 예상하는 외신 보도가 이어졌다. 급기야 북한은 6차 핵실험(2018년 9월)과 함께 핵 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화염과 분노 사이에서 한반도는 시계 제로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평화 프로세스를 가동한 것은 이때부터다. 대화를 통한 비핵화와 공존번영이 목표였다.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이 같은 메시지에 화답했다.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은 분기점이 됐다. ‘평화를 퍼뜨린다’는 평창(平昌)에 평화가 싹텄다. 이후는 모두가 아는 바다.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 세 차례 북미정상회담. 그해 봄,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남북 정상이 나눈 담소 장면을 잊지 못한다. 그러나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남북, 북미 관계는 겉 돌고 있다. 비핵화 프로세스와 제재 완화가 동시에 가동하지 못한 때문이다.

미국 행정부는 현안마다 엇박자를 냈다. 비핵화와 관련해선 강경한 자신들 입장만 고집했다. 반면 북한 제재 완화는 공조를 주장하며 발목을 잡았다. 결국 제제는 풀지 않으면서 비핵화만 고집한 결과가 하노이 노딜로 귀결됐다. 추후 알려졌듯이 하노이 노딜은 의도됐다. 중심에는 볼턴을 비롯한 백악관 매파들이 있다.

정욱식은 ‘한반도의 길’이라는 책에서 소상히 밝혔다. “협상을 불발시키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상대방이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을 하는 것이다.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내민 노딜 문서가 그랬다. 핵뿐만 아니라 생물·화학무기와 탄도미사일, 그리고 이중용도 프로그램까지 모두 포기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그것도 회담 당일 오전에 전달됐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에다 검토할 시간조차 주지 않은 의도된 판 뒤엎기였던 셈이다.

종전선언도 마찬가지다. 볼턴은 “종전선언은 북한에 나약함을 드러내는 것이다”며 반대했다. 매티스 국방장관 역시 “철저한 고려가 없는 상태에서 종전선언은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며 동조했다. 볼턴 주도 아래 국무부, 국방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재무부가 한통속이 됐다. 밥 우드워드가 <공포>에서 “현직 관료들이 트럼프를 상대로 행정적인 쿠테타를 벌이고 있다”고 했던 대목을 연상케 한다. 뉴욕타임지(2019년 3월 2일) 보도 또한 이런 정황을 뒷받침한다. “볼턴은 ‘걱정하지 말라. 협상은 붕괴될 것이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현 상황에 대한 책임을 굳이 따지자면 볼턴을 비롯한 매파들에게 있다. 통합당이 주장하듯 “국가 안보를 담보로 한 야바위 도박판”과는 거리가 멀다. 통합당은 판문점선언, 남북군사합의서 와중에서 줄곧 딴죽을 걸었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으니 무책임하며 공허하다. 통합당 주장대로라면 아무런 시도도 하지 말아야 한다. 비핵화와 평화정착 노력을 발목 잡은 통합당 행태가 오히려 비판 대상이다.

남북문제는 여야를 떠나야 한다. 통합당이 취하는 스탠스는 냉전구도를 지속함으로써 이익을 취하려는 미국 군산복합체, 매파와 다를 게 없다. 설마, 통합당이 의도하는 게 남북긴장과 전쟁은 아니라고 믿는다. 오늘이 6.25전쟁 70주년이다. 참혹했던 그날을 되풀이 하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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