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300조원나 들어가는 국가사업에 상세한 설명이 없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일일수록 그렇다. 논란이 되고 있는 경향모의 경우 건조에만 2조원, F-35B 등 20대 여대의 함재기 구입에 5조원 등 약 7조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대규모 획득사업이다. 원해 해상교통로 보호를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런 대형 사업일수록 국민들에게 전략적 필요성을 이해시켜야 한다.
전반적으로 ‘중기계획’에는 전략의 논리가 설득력 있게 제시되어 있지 않다. 보도자료의 표제로 내세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안보’라는 말부터 레토릭(수사)에 불과하다. 정확한 국방전략적 목표를 제시하는 게 아니다.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안보’에서 말하는 ‘누구’가 누구인지, ‘넘볼 수 없다’는 것이 ‘방어력’을 말하는 것인지 ‘억지력’을 의미하는 것인지도 알 수 없다. 방어와 억지는 비슷한 말 같지만, 전혀 다른 전략적 개념이다. 북한의 공격을 막아내는 것과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중기계획’에서 제시된 목표 또한 어색하기는 마찬가지다. 국방부는 “국방개혁 2.0을 성공적으로 완수해 미래를 대비하고, 평화를 지키고 평화를 만드는 혁신강군으로 거듭나기 위해” 300조의 예산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이 말대로라면 국방개혁 2.0의 완수가 ‘중기계획’의 목표가 된다. 그러나 국방개혁 2.0은 정부적 차원의 과제이기 때문에 정부 변동을 포함하는 5년 주기의 국가계획을 정책의 수단에 삼는 것은 논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세부내용으로 들어가도 마찬가지다. 부대 계획 분야에서는 “병력집약적 구조에서 첨단무기 중심의 기술집약형 구조로 정예화된다”고 말하고 있지만, 제시된 계획을 보면 어떻게 목표 달성이 가능한지 모르겠다. 병사가 줄어들면 당연히 간부의 비중이 높아질 것이다. 그렇다고 그런 군대가 첨단무기 중심의 기술집약형 군대가 된다고 말하기 어렵다.
더 이해하기 힘든 것은 방위력 개선분야에서 “전방위 안보위협에 주도적 대응이 가능한 첨단 과학기술 기반의 전력증강을 목표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굳건히 지원하겠다”는 내용이다. 감시·정찰전력에서 무인복합체계에 이르기까지 많은 전력증강 계획이 나열되어 있지만, 이를 통해 어떻게 전방위 안보위협에 주도적 대응이 가능한지 알 수 없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국방부의 ‘중기계획’은 논리적이지도 설득적이지도 않다. 국민들이 필요한 것은 세부적인 무기 구입 목록이 아니다.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리적 설명이다. 왜 부대구조를 개편해야 하는지, 왜 경항모를 꼭 획득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렇게 하면 정말 우리 군이 혁신강군이 될 수 있는지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 많은 예산을 군에 투입해야 할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