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경제주체들 누구도 `우리에게 경기 침체가 다가오고 있다`는 걸 부정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당장의 양호한 경제 상황과 다가오는 경기 침체 우려 사이에서 연준의 통화정책 행보가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시장의 눈치보기가 더 극심해질 전망이다.
5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7월 비농업 취업자수는 전월대비 52만8000명 늘어났다. 이는 25만5000명이던 시장 전망치를 두 배 이상 웃돈 것이다. 또 당초 3.6%일 것이라던 실업률도 3.5%로 더 내려가 1969년 이후 무려 5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앞서 올 들어 두 번째로 높았던 주간 신규실업 청구건수와 고용지표 전망치를 근거로 ‘이번 고용지표 발표로 미국 내 경기 침체 우려가 더 커질 수 있을 것’이라던 시장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 정도 숫자라면, 아무리 두 개 분기 연속 국내총생산(GDP)이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경기 침체를 입에 올리긴 어려워 보인다.
이 때문에 전날 빌 더들리 전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지금까지 나온 경제지표들로는 현재 미국 경제가 침체에 들어갔다고 말하기 너무 불충분하다”고 진단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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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7월 고용지표가 좋았다고 해서 경기 침체 우려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더구나 역설적으로, 경이로울 정도로 강한 미국 노동시장 상황이 앞으로 미국 경제에 더 큰 장기적인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타이트한 고용시장 상황과 빠른 임금 인상이 인플레이션과 싸우는 연준 정책의 성과를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짐 베어드 플랜트모란 파이낸셜어드바이저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번 고용지표가 미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을 낮춰준 긍정적 효과가 있긴 해도 연준이 추가적으로 통화긴축 조치를 더 펼 수 있도록 하는 여지를 준 셈”이라며 “경제와 소비자들에게 악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는 통화긴축을 계속 펴 나가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고용지표의 세부 지표 중 하나로,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늠할 수 있는 시간당 평균 임금 인상률은 전월의 5.1%보다 높아진 5.2%에 이르렀다. 이에 시장 참가자들은 연준의 추가 정책금리 인상폭을 더 높게 보고 있다. 현재 시장에선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또 한 번 75bp 금리를 올리는 이른바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을 69%까지 높여 놓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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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관점에서 다음주 10일 발표 예정인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가 또 한 번 연준 정책 행보를 가늠할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휘발유 값 하락에도 불구하고 지속적 상승세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시장에선 6월(9.1%)보다는 소폭 하락하겠지만, 8.9%로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결국 경제가 침체로 진입하는 걸 막으면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자 하는 균형 잡힌 정책을 계획하는 연준의 행보가 더욱 꼬일 수 있다.
이에 맞춰 금융시장도 연준 눈치보기에 더 치중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리즈 앤 손더스 찰스슈왑 최고투자 전략가는 “이제 확실히 FOMC 회의 때마다 추가 정책금리 인상 논의가 여기저기서 들릴 것”이라며 “일단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어떻게 나올 지 지켜 보는 게 1차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