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오징어 형상 탈피한 지프 체로키..도심형 SUV의 대안

  • 등록 2019-01-12 오전 8:00:00

    수정 2019-01-12 오전 8:00:00

[이데일리 오토in] 카가이 남현수 기자= 고집스럽게 한 길만 걷다 보면 언젠간 인정받는 날이 온다. 지프는 오프로드를 잘 달리는 SUV를 만드는 회사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런 지프가 도심형 SUV를 만든다면 어떨까?

지프의 대표작은 오프로드 마니아들 사이에서 극찬을 받는 랭글러다. 실제 랭글러를 타고 오프로드를 달리면 뛰어난 험로 주파 능력에 차를 더 극한으로 몰아붙이게 된다. 랭글러는 오프로드가 적합한 SUV로 도심에선 여러모로 부족하거나 불편한 점이 많다. 그러나 탁월한 오프로드 실력으로 이런 단점을 모두 용서하게 한다.

지난달 랭글러 시승에 이어 이번에는 도심형 SUV 체로키를 만났다. 그 매력을 확인하기 위해 강원도 횡성 부근으로 떠났다. 일부 오프로드를 포함해 약 330km를 달리는 코스다.

본격적인 주행에 앞서 주전부리 먹을 것과 촬영 장비를 한가득 챙기고 짐을 싣기 위해 체로키의 트렁크를 열었다. 체로키의 기본 트렁크 용량은 731L다. 필요에 의해 2열 좌석을 접어 1549L까지 공간을 더 늘릴 수도 있다. 기본 트렁크 공간은 예상보다 작다. ‘광활하다’ 보다는 ‘적절하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공간이다.

시승차는 지난해 4월 국내 출시된 5세대 부분변경 모델이다. 가장 큰 변화는 앞모습 헤드램프 디자인에 있다. 기존 5세대 모델은 헤드램프와 주간주행등이 분리된 스플릿 형태였다. 앞모습이 오징어가 연상된다는 악평(?)이 쏟아진 디자인이다. 이번에 부분변경을 거치며 일체형 헤드램프로 변화했다. 날렵한 헤드램프는 이전보다 호감형이다. 폭포수가 쏟아져 내리는 듯한 디자인의 워터풀 후드(Waterfall hood)는 지프의 상징인 7슬롯 그릴과 만나 특유의 디자인을 완성한다. 사다리꼴 모양의 휠하우스는 측면에서도 지프만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드러낸다. 후면 번호판 위치를 범퍼 하단에서 상단으로 옮겨 차량이 높아 보이는 효과를 줬다.

실내는 다른 지프 모델과 비슷하다. 계기반 중앙에 위치한 7인치 디스플레이는 다양한 정보를 세분화해 보여준다. 또 센터페시아에 위치한 8.4인치 터치스크린은 심플하게 구성돼 직관적인 사용이 가능하다. 이 외에 공조기나 오디오 조작버튼은 물리버튼으로 따로 마련했다. 다만 볼륨조절, 곡 선택, 풍량조절 다이얼이 비슷한 크기로 바짝 붙어 있어 조작 실수를 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 전체적으로 세련됨 보다는 투박하고 올드해 보이는 게 단점이다.

소재에 대한 아쉬움은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체로키는 할인을 감안해 4000만원대 중반에 구입할 수 있는 수입 SUV다. 4000만원대 차라고 하기엔 플라스틱 소재의 아쉬움이 크다. 특히나 눈에 보이는 디자인이나 소재에 민감한 국내 소비자의 눈높이를 맞춰 주기에는 아쉬움이 크다.

시동을 걸고 본격 시승에 나섰다. 체로키에는 2360cc 직렬 4기통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이 장착됐다. 최대출력 177마력, 최대토크 23.4kg.m을 발휘한다. 2000년대 초 지프가 크라이슬러그룹 산하 시절일 때 현대차와 공동 개발한 2.4L 세타 엔진의 흔적이 그대로 묻어나 있다. 변속기는 9단 자동이다.

전통적인 오프로더인 지프 SUV답게 체로키는 4륜구동이 기본이다. 기어노브 상단에 위치한 액티브 드라이브 1 셀렉-터레인(Selec-Terrain) 4WD 시스템은 오토, 스노우, 스포츠, 샌드/머드 등 4가지 주행모드를 마련했다.

가속페달을 깊숙이 밝으면 체로키의 엔진음이 경쾌하게 실내를 파고든다. 경쾌함에 비해 차량의 반응은 한 박자 더디다. 체로키는 터보나 슈퍼차저와 같은 과급기를 따로 사용하지 않는다. 자연흡기 엔진이다. 출력이 낮아 가속 성능이 떨어진다. 특히 고속도로에서는 출력 부족이 더 크게 와 닿는다. 앞 차량을 추월하기 위해 차선을 변경하고 가속페달을 밟으면 한 템포 쉬고 속도가 오른다. 운전자가 답답하게 느끼는 지점이다. 9단 자동변속기와 같은 다단화 변속기가 장착된 차량을 타보면 가감속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변속기가 제 역할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정하게 가속 페달을 밝고 있는데 갑자기 기어는 한 단 아래로 변속이 되는 경우도 있다. 9단은 고속도로에서 110km/h 이상 정속 주행 할 때 이외에는 잘 들어가지 않는다. 시내 주행이 많은 운전자에겐 9단은 사실상 있으나마나 한 존재다.

100km 이상 쉬지 않고 주행했음에도 두툼하고 탄탄한 시트 덕분에 피로도가 크지 않다. 과하게 튀어나온 사이드 볼스터는 온로드보다 차체가 요동치는 오프로드를 위해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고속 주행에서의 안정감은 기대 이하지만 가솔린 엔진의 정숙성을 훌륭하다.

체로키 론지튜드 하이 모델에는 레이저를 이용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스톱&고, 차선 이탈 방지 경고 플러스, 파크센스, 후방 교행 모니터링 등 80여 종의 안전장비가 달려있다. 차선이탈방지 시스템은 차선 중앙을 주행 하는 게 아니라 차선을 벗어 날 때 차선 안쪽으로 한 번씩 스티어링을 작동해 준다. 장거리 주행에서 꽤 쓸모 있는 시스템이다.

강원도에 진입해 가벼운 오프로드를 즐기기 위해 임도로 들어섰다. 체로키는 험난한 오프로드를 즐기기엔 부족하지만 가벼운 오프로드나 눈길 같은 다양한 지형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4륜 구동 시스템은 접지력을 잃지 않기 위해 각 바퀴로 구동력을 보낸다.

체로키를 시승하고 난 뒤 가속감, 실내 소재 등 아쉬움이 느껴지는 부분이 꽤 많았다. 소비자 입장에서 '체로키를 살 이유'를 깊이 고민해 봤다. 지프 브랜드를 빼고 체로키만의 매력이 퍼뜩 떠오르지 않는다. 불현듯 “우리가 도심형 SUV에 길들여진 탓이 아닐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최근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을 살펴보면 단지 넓은 공간과 개방성 때문에 SUV를 구입하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 등 대도심 주차장은 좁다. 평일 대부분 혼자 타는 경우가 흔하다. 그런데도 넓은 패밀리카로 쓰겠다며 대형 SUV 시장이 커진다.

체로키는 비록 엄청나게 넓은 공간과 짜릿한 주행능력을 갖진 못했다. 그러나 체로키는 지프의 SUV답게 제대로 된 오프로드 성능을 갖췄다. 평일에는 주로 도심에서 혼자 타지만 주말이 되면 낚시나 캠핑과 같은 액티비티를 즐기는 운전자에게 딱이다. 험로주파 능력도 갖췄으니 웬만한 눈길이나 진흙, 모래길도 달릴 수 있다.

화려한 편의장비나 다양한 옵션을 바라는 소비자에게 체로키는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체로키는 ‘SUV는 4륜구동이 필수’라는 생각을 가진 소비자에게 적합한 도심형 SUV다. 편의장비와 스포티함은 부족할지 몰라도 오프로드 주행 능력은 발군이기 때문이다.

한줄평

장점 : 도심형 SUV지만 믿고 달릴 수 있는 오프로드 능력

단점 : 답답한 출력, 편의장비나 소재에 비해 비싼 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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