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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듣기 좋으라고 한 말이 아니다. 그의 말 속에는 간절함이 담겨 있다. 그가 걸어온 야구인생을 돌아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프로야구 kt wiz의 ‘18년 차’ 베테랑 내야수 박경수(34)의 얘기다.
2003년 LG 트윈스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뛰어든 박경수는 군 복무로 빠진 2012년과 2013년을 제외하고 올해까지 16시즌 동안 꾸준히 활약하고 있다. 햇수로만 놓고 보면 올해 벌써 18년째다.
특히 2015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고 kt로 이적한 뒤 야구에 완전히 눈을 떴다. 2015년 22홈런을 시작으로 지난 시즌까지 5년 연속 두 자리 수 홈런을 기록했다. 공수를 겸비한 만능선수로 자리매김했다. 지금 받는 연봉도 4억원이나 된다.
야구선수로서 전혀 아쉬울 게 없는 박경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진한 그늘이 남아 있다. 바로 데뷔 후 16시즌 1648경기를 뛰면서 한 번도 가을야구를 못했다는 점이다.
물론 박경수가 활약했던 팀이 가을야구에 나간 적은 있다. 2003년부터 2014년까지 활약했던 LG가 2013년과 2014년 두 차례 포스트시즌에 나갔다.
하지만 박경수는 그 자리에 없었다. 2013년은 군 복무 중이라 팀과 함께 하지 못했다. 2014년에는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했지만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햄스트링을 다쳐 포스트시즌 출전이 무산됐다.
2015년 새 둥지를 튼 신생팀 kt는 팀 전력이 너무 약했다. 창단 후 늘 하위권에 머물렀다. 한 번도 가을야구에 나가지 못했다. 지난해 시즌 막판까지 5위 경쟁을 벌이며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렸지만 뒷심이 부족했다.
박경수는 “이렇게 오랫동안 프로 생활을 하면서 포스트시즌을 경험하지 못한 선수는 내가 처음일 것”이라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어 “만약 은퇴 전에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게 된다면 다른 팀이 처음 우승한 것 같은 감정일 것 같다”며 “만약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는다면 후회하지 않도록 모든 것을 쏟아부을 것이다”고 다짐했다.
최근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kt는 시즌 초반의 부진을 딛고 중위권 순위 경쟁을 펼치고 있다. 12일 경기까지 마친 현재 순위는 7위지만 4위 KIA 타이거즈에 겨우 2.5경기 차밖에 뒤지지 않는다.
이어 “만약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는다면 내가 가진 100%, 200%를 하다가 다쳐도 재밌을 것 같다”며 “선수로 못하면 지도자가 돼서도 꼭 하고 싶다”고 말한 뒤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