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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확대경]중고차 손놓은 정부..또 소수 위해 다수 희생시키나

중기부, 중고차매매업 생계업종 지정 놓고 1년째 고심 중
소비자 80% '중고차시장 불신'..60% '대기업 진출 찬성'
중소 판매업자 강하게 반발..사이 낀 중기부 '전전긍긍'
혁신성장 외친 文정부, 소수 위해 오히려 혁신동력 막아
  • 등록 2020-11-24 오전 5:00:01

    수정 2020-11-24 오전 5:00:01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정부가 중고차 매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놓고 1년이 넘도록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지금까지처럼 대기업이 진출할 수 없지만 지정이 되지 않으면 대기업 진출이 허용된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중고차 매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대해 ‘부적합’으로 의결하고 중소벤처기업부에 의견을 제출했다. 이후 중기부는 1년이 지나도록 이 문제를 손에 쥐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 장한평 중고차 시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중고차 시장의 대기업 진출 허용은 대다수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이다. 지난 9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시장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중고차 매매시장에 국내 완성차제조업체가 진입하는 것에 대해 응답자의 63.4%가 찬성하는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소비자들이 대기업의 중고차 진출을 원하는 것은 기존 소상공인 중심의 중고차 시장에 대한 불신이 크기 때문이다. 같은 조사에서 응답자 10명 중 8명(80.5%)이 국내 중고차 시장이 불투명·혼탁·낙후돼 있다고 답했다. 가격산정 불신(31.3%), 허위·미끼 매물(31.1%), 주행거리 조작·사고이력 등에 따른 피해(25.3%)가 주요한 이유였다. 소비자들은 대기업이 진출하면 지금보다 중고차 거래 시스템이 발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다수의 여론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중기부가 결론을 내지 못하는 것은 기존 중소 중고차 판매업자들의 눈치를 보고 있어서다. 중소 판매업자들은 대기업, 특히 완성차 제조업체들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경우 자신들이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다며 중고차 매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해 대기업 진출을 막아달라고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현대기아차 본사 앞에서 1인시위와 단식시위를 벌이고 중기부 청사 앞에서도 같은 방식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물론 대기업으로부터 소상공인들을 보호하는 일은 중요하다. 또 그것이 중기부 본연의 역할이기도 하다. 하지만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해 대다수의 소비자들이 피해를 감수하라고 하면 안된다. 특히 그것이 미래지향적인 방향이라면 더욱 그렇다. 문재인 정부는 경제 정책의 중요한 한축으로 혁신성장을 주창하고 있다. 하지만 막상 시장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난 혁신성장 동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 혁신성장에는 기존 산업 종사자들의 피해가 뒤따르는데 이를 수용하지 못하고 오히려 기존 종사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혁신성장을 막고 있어서다. 대표적인 것이 ‘타다’ 사례다. 많은 소비자들이 ‘타다’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기존 택시에 비해 높은 만족을 느꼈지만 정부는 택시사업자들의 반발에 결국 ‘타다’를 막아버렸다. 정부가 대다수의 소비자보다 소수의 기존 종사자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중고차 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중고차 시장이 혁신적으로 변화하길 원하고 있고 기존 종사자(중소 판매업자)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결정만 미루고 있다.

만약 정부가 또 다시 중소 판매업자의 반발을 이유로 대기업 진출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소수 종사자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대다수 소비자의 편의와 산업발전을 발목 잡는 일을 반복하게 된다. 정부는 지난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이 인터넷은행 규제혁신 행사에서 언급한 19세기 말 영국의 ‘붉은깃발법’의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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