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호의 과학 라운지](64)'귀요미 초록 식물' 마리모 물 위로 뜨는 이유는?

공 모양 담수성 녹조류 '마리모' 키우기 인기
'광합성'+'일주기 리듬'으로 아침에 수면 위 부상
  • 등록 2020-05-02 오전 9:00:00

    수정 2020-05-02 오전 9:00:00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마리모 키우기가 인기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다보니 신비스러운 초록 생물 마리모가 더욱 각광받고 있다.

방송에 소개된 마리모. 사진=MBC.
마리모(毬藻·まりも)는 공 모양의 집합체를 이루는 담수성 녹조류의 일종이다. 일본 홋카이도 아칸호수의 명물인 이 희귀 생물은 일본에서 특별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기도 하다. 포슬포슬 실뭉치 같이 생긴 마리모를 처음 보면 이끼류인지 동물인지 헷갈릴 수도 있다.

마리모는 실처럼 가는 섬유 하나하나가 개체로 1년에 지름이 약 0.5~1cm정도 자라며 평균 수명이 150년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마리모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가끔 수면 위로 올라오는 행동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마리모가 기분이 좋을 때 수면 위로 두둥실 떠오른다고 생각해 그 모습이 행운을 가져온다고 믿는다.

마리모가 어떻게 물 위로 올라오는 걸까. 사람들은 아침이면 수면 위로 떠올랐다가 저녁이 되면 호수 바닥으로 다시 가라앉는 마리모를 신기해하면서 이 현상의 원인을 광합성 때문일 것이라고 단순히 추측했다.

정확한 원리 규명을 위해 지난 2018년 영국 브리스톨대(University of Bristol) 연구팀이 나섰다. 연구팀은 광합성으로 생긴 산소 기포들이 마리모의 실처럼 가느다란 몸 안에 갇히고 그 부력으로 떠오른다고 생각했다. 이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실험실에서 마리모를 키웠다. 한 그룹은 광합성을 방해하는 화학 물질로 마리모를 코팅했고 다른 그룹은 화학 처리를 하지 않음으로써 마리모가 정상적으로 광합성을 할 수 있게 했다.

실험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화학물질로 코팅 처리한 마리모들은 광합성을 하지 못해 떠오르지 않았다. 반면 아무런 조작을 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마리모들은 물 위로 떠올랐다.

연구팀은 이번엔 마리모가 아침에 떠오르고 저녁에 가라앉는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마리모에게 생체리듬 같은 게 있는지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마리모를 희미한 빛 아래에 며칠 동안 두면서 매일 다른 시간에 마리모에 빛을 비춰줬다.

마리모는 정상적인 일출 시간에 빛을 비춰 줬을 때 일출 시간이 아닌 다른 시간에 빛을 쬐어 줬을 때보다 더 빨리 표면으로 떠올랐다. 이로써 마리모가 일주기 리듬(circadian rhythm)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마리모가 일출 시간에 광합성 작용을 더욱 활발히 하며 산소 기포를 더 많이 생산했기 때문에 일출 시간에 더 빠르게 떠오른 것이다. 낮에 활동하고 밤에 잠드는 약 24시간 주기의 일주기 리듬을 갖고 있는 인간의 신체처럼 마리모도 이 같은 종류의 리듬을 갖고 있다는 것이 실험을 통해 입증된 것이다.

*편집자주: 수학, 화학, 물리학, 생물학 등 기초과학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인공지능(AI), 사물 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 이끄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그 중요성은 점차 더 커지고 있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기초과학은 어렵고 낯설게만 느껴져 피하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기초과학의 세계에 쉽고 재미있게 발을 들여 보자는 취지로 매주 연재 기사를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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