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났습니다]①이홍 회장 "중견기업, 벤처처럼 혁신해야 생존"

이홍 중견기업학회 회장, 광운대 경영대 교수
제2차 중견기업 기본계획 "양적성장 넘어 질적성장 가능할 것"
다만 상생협력촉진법·상속증여법·조세특례법 등 중견기업 옥좨
코로나로 진단키트 주목 "중견기업도 벤처형으로 바뀌어야"
  • 등록 2020-05-21 오전 6:00:35

    수정 2020-05-21 오전 6:00:35

이홍 중견기업학회장(광운대 교수) (사진=김태형 기자)
[이데일리 강경래 기자] “‘벤처형 중견기업’으로 진화해야 생존할 수 있습니다.”

이홍 중견기업학회 회장(광운대 경영대 교수)은 중견기업 스스로 변화해야 할 부분이 있는지를 묻는 말에 “우리 중견기업은 대부분 중화학공업 분야 대기업 협력사로 존재한다. 이들 산업 수명이 다하고 있어 빠른 변화가 필요하다”며 “‘코로나19’ 사태로 벤처기업 진단키트가 주목받는 것처럼, 중견기업 역시 벤처형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회장은 정부가 발표한 ‘제2차 중견기업 성장촉진 기본계획’(2020∼2024년)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지난 5년간 추진한 ‘제1차 기본계획’(2015∼2019년)은 중견기업 정책을 관할하는 부처가 중소기업청(현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산업통상자원부로 이관하는 등 혼란이 있었다. 담고 있는 내용 역시 양적 성장에 치우쳤다. 2019년까지 중견기업 5000개 달성 등이 그렇다”며 “하지만 ‘제2차 기본계획’ 정책은 질적 성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우리 산업에 중견기업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인식도 확고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중견기업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 △상속증여세법(상증법) △조세특례법 등 3가지를 꼽았다. 그는 “이들 법은 본래 취지인 대기업 규제에서 벗어나 ‘중견기업 옥죄기’ 법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을 만나 최근 정부가 발표한 ‘제2차 중견기업 성장촉진 기본계획’과 관련, 중견기업 발전을 위한 정부 정책과 함께 중견기업 스스로 혁신해야 할 부분 등에 대한 답을 들어봤다.

-정부가 발표한 ‘제2차 중견기업 기본계획’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우선 중견기업 정책이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 중심으로 바뀌었다. 이전까진 단순히 중견기업 어디 어디에 도움을 주자는 형식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소재·부품·장비’(이하 소부장) 이슈로 인해 중견기업이 왜 중요한지 인식하게 됐다. 일본이 소부장 분야를 공격하면서 우리 산업 전반에 걸쳐 위기감이 팽배했다. 이 과정에서 소부장 국산화에 있어 중견기업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기본계획 내용 역시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자동차 등 국가 3대 신산업을 중견기업이 선도해야 한다고 구체화했다. 수출 금융 20조원과 함께 수출 컨설팅을 위해 220억원을 집행하기로 하는 등 금융 지원 방안도 구체적이다. 지방 중견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 등이 더해진 것도 눈에 띈다.

-문재인 정부 3년을 돌아보면 벤처·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정책은 활발히 추진됐다. 반면 중견기업 정책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문재인 대통령 당선 후 2019년 6월을 기준으로 분리해서 봐야 한다. 이전에는 중견기업 정책이 중기청에서 산자부로 이관되는 과정의 혼선이 있었다. 산자부 역시 탈원전 정책에 집중했다. 상대적으로 산자부 전체적 시각에서 중견기업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다. 국회 역시 중견기업에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소부장 이슈가 발생하고 이 과정에서 중견기업을 위한 정책에도 변화가 생겼다. 정부가 중견기업 정책에 시동을 건 것이다. 이에 따라 중기부가 중소벤처기업을 육성하면 산자부가 중견기업을 육성하는 ‘성장사다리’ 정책을 정부 차원에서 시행할 가능성이 커졌다.

-제21대 국회가 향후 중견기업을 위해 펼쳐야 할 활동은

▷국회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이라는 이분법에 빠지면 안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중견기업은 대기업’이란 인식이 있는 듯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중견기업이 해외에 나가면 공룡기업들과 경쟁하는 작은 업체에 불과하다. 그동안 국회는 국내시장만 생각했다. 작은 파이를 두고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이 경쟁하는 것으로 봤다. 하지만 이는 좁은 시각이다. 한국은 해외에서 돈을 벌어야 생존하는 구조다. 파이 뺏기가 아니라, 파이 키우기 관점에서 중견기업을 볼 필요가 있다. 또 중견기업은 한국 산업 경쟁력을 뒷받침한다. 소부장 기업들이 좋은 예다. 좋은 일자리도 제공한다. 21대 국회는 중견기업이 우리 산업에 큰 기여를 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중견기업 사이에서 가업승계가 이슈다. 최근 가업상속을 포기하고 회사 매각에 나서는 경우도 있는데

-우리나라는 대주주 지분 상속세가 최대 65%에 달한다. 반면 선진국은 가업상속을 제2의 창업으로 인식하고 정부가 지원한다. 일본은 가업을 승계할 경우 상속세를 폐지했다. 이런 흐름이 왜 국제적으로 일어나는지를 알아야 한다. 가업승계와 관련한 징벌적 조세제도는 완화돼야 한다. 가업승계를 ‘부의 대물림’으로 보지 말고 경영승계로 볼 필요가 있다. 주식뿐 아니라 부채도 함께 물려받고 책임 역시 물려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상생협력 촉진법 등 중견기업 발전을 저해하는 규제는 어떤 것이 있는지

▷크게 세 가지로 본다. 상생협력 촉진법과 상속증여세법, 조세특례법이 그것이다. 특히 상생협력 촉진법은 중견기업 성장을 가로막을 수 있다. 대표적인 내용이 내부거래를 막자는 것인데, 회사 계열사에 부품을 만들라고 하고 이를 받는 방식이 예다. 상생협력 촉진법은 이를 하지 말고 모든 걸 시장에서 거래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거래를 시장에 맡기다 보면 기업 기밀이 유출될 수 있다. 부품의 적기 공급도 어려워질 수 있다. 대기업은 상생협력 촉진법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 계열사와 관계사 대부분 해외에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중견기업 옥죄기’ 법이 된다. 이 과정에서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지 않으려는 ‘피터팬 증후군’이 나올 수밖에 없다.

-중견기업이 정부 정책 변화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변화해야 할 부분도 있을 듯한데

▷기업은 책임을 스스로 져야 한다. 중견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의 중견기업 역시 많은 변화를 스스로 해야 한다. 상당수 중견기업은 과거 박정희 정부 때 만들어진 중화학공업 중심 성장 정책의 연장선에 있다. 선박과 철강, 석유화학, 자동차 등이 대표적으로 우리나라 중견기업은 대체로 이들 산업 내 대기업 협력사로 존재한다. 이들 산업의 수명이 다해가고 있어 빠른 변신이 필요하다. 또 이들 산업 내 대기업으로부터 독립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새로운 산업으로 가거나 이들 산업 내에서도 경쟁력 있는 부분으로 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R&D(연구·개발) 역량을 키워야 한다. 이번 코로나19 이슈로 우리나라 벤처기업 진단키트가 주목을 받았다. 중견기업 역시 이들 벤처기업처럼 R&D를 통해 혁신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벤처형 중견기업’으로 진화해야 한다. 이런 변화에 도움을 주는 법이 있다.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기활법)이다. 이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홍 회장은

△고려대 경영대학 졸업 △카이스트 석·박사 △광운대 경영대학장·경영대학원장 △한국지식경영학회 회장 △삼성인력개발원·포스코·한국전력·CJ그룹 자문교수 △정부혁신관리위원회 위원장 △금융감독선진화위원 △중견기업정책협의회 위원 △중견기업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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