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블랙록의 '섬뜩한 경고'

  • 등록 2020-10-23 오전 6:00:00

    수정 2020-10-23 오전 6:00:00

미국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입구 전경. (사진=김정남 특파원)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그건 어떤 신뢰도 받지 못합니다. (It doesn’t create any confidence.)”

기자가 근래 미국 내 여러 경제·금융 컨퍼런스를 둘러본 후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다. 주인공은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 블랙록은 지난해 말 기준 7조4000억달러(약 8480조원)를 굴리는 월가 큰 손 중의 큰 손이다. 삼성전자(5.0%), 신한금융(6.1%) 등 다수 한국 대기업의 주요 주주이기도 하다. 핑크 회장 개인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시 재무장관 후보 하마평이 나오는 거물이다.

그는 국제금융협회(IIF) 회원사 총회 마지막날 대담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일부 신흥국들은) 어떤 정부가 새로 들어서면 부채가 급증했다가 또다른 정부가 출범하면 부채를 줄이는 정책을 씁니다. 채권 보유자 입장에서는 신뢰할 수 없지요.”

어떤 나라 혹은 그 나라의 기업에 투자할 때 정치 상황과 환경을 볼 수밖에 없고, 그건 신흥국일수록 더 그렇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부채 문제는 신흥국 리스크 중 일례일 뿐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핑크 회장은 국가 이름은 끝내 특정하지 않았다. 핑크 회장이 경제적으로 선진국에 다가가는 한국을 염두에 둔 건 아닐 테지만, 핑크 회장의 발언에서 한국 정치판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나라 안에서는 정치 세력이 어떻게 싸우든 그건 자유다. 정치세력간의 다툼이 유권자에게 선택의 폭을 넓힌다는 점에서 긍정적일 수 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갈등이 본질을 흐리고 선을 넘는 게 문제인데, 그런 상황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것은 대통령도 여당도 야당도 할 수 없다. 그런 판단이 또다른 정쟁을 낳는 악순환 탓이다.

핑크 회장의 말을 들으며 블랙록 같은 해외 큰 손들이 오히려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당 국가의 정치적 혼란이나 정책 혼선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다 싶으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팔면 그만이어서다. 5년마다, 아니 일상적으로 정치 리스크에 노출돼 있는 한국 기업을 그는 어떻게 바라볼지 궁금하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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