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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근래 미국 내 여러 경제·금융 컨퍼런스를 둘러본 후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다. 주인공은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 블랙록은 지난해 말 기준 7조4000억달러(약 8480조원)를 굴리는 월가 큰 손 중의 큰 손이다. 삼성전자(5.0%), 신한금융(6.1%) 등 다수 한국 대기업의 주요 주주이기도 하다. 핑크 회장 개인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시 재무장관 후보 하마평이 나오는 거물이다.
그는 국제금융협회(IIF) 회원사 총회 마지막날 대담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어떤 나라 혹은 그 나라의 기업에 투자할 때 정치 상황과 환경을 볼 수밖에 없고, 그건 신흥국일수록 더 그렇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부채 문제는 신흥국 리스크 중 일례일 뿐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핑크 회장은 국가 이름은 끝내 특정하지 않았다. 핑크 회장이 경제적으로 선진국에 다가가는 한국을 염두에 둔 건 아닐 테지만, 핑크 회장의 발언에서 한국 정치판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핑크 회장의 말을 들으며 블랙록 같은 해외 큰 손들이 오히려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당 국가의 정치적 혼란이나 정책 혼선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다 싶으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팔면 그만이어서다. 5년마다, 아니 일상적으로 정치 리스크에 노출돼 있는 한국 기업을 그는 어떻게 바라볼지 궁금하다.